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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코로나19가 낳은 역대급 경제 지표들

등록 2020.04.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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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GDP 역성장…일시 휴직자 폭증

카드 승인액 감소, 방한 中관광객 급감

약 50년만의 3차 추경…재정적자 비율↑

[세쓸통]코로나19가 낳은 역대급 경제 지표들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지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추가 확진자 수가 크게 줄고 대외적으로도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문제는 경제 충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영세 자영업자부터 기간산업 종사자까지 곡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1분기가 지나면서 초유의 전염병 사태가 우리 경제를 얼마나 깊게 할퀴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숫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네요.

◇1분기 GDP –1.4%…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3개월 만에 최저치인 -1.4%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한 수치인데요. 지난해 4분기에는 정부가 예산 이·불용을 최소화하는 등 재정 집행에 힘썼던 탓에 1.3%라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냈었습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수치는 1.3%로, 역시 2009년 3분기(0.9%) 이후 가장 좋지 않았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가 연간으로 -1.2% 성장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는데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상 해외에서의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입니다. 성장률을 집계하는 기관인 한국은행은 경기 후행 지표인 고용과 수출 악화를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실업급여 수급 신청자들이 6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악화되며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지난해 동월에 비해 33.8% 증가했다. 2020.04.06.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실업급여 수급 신청자들이 6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악화되며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지난해 동월에 비해 33.8% 증가했다. 2020.04.06. [email protected]

◇역대급 일시휴직자 160만7000명

3월 기준 일시 휴직자가 통계청에서 집계를 시작한 1982년7월 이후 최대치인 160만7000명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3월 일시 휴직자 수는 34만7000명에 불과했습니다. 1년 새 363.4% 폭증한 것인데요. IMF 외환위기 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이 같은 현상은 없었습니다.

통계청에선 일시 휴직자를 '직업 또는 사업체를 갖고 있지만, 일시적인 병이나 사고, 연가, 교육, 노사 분규 등의 사유로 일하지 못한 취업자'로 정의합니다. 취업 시간이 0시간임에도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에 따라 취업자로 규정하는 것이죠. 사업자 입장에선 기존 직원을 해고하거나 새로운 직원을 들이는 것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나은 선택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교육 서비스업 등 대면 접촉이 필요한 업종에서 일시 휴직자가 크게 늘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습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3월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고용 충격으로 위축된 경제 활동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길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서울=뉴시스]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1.4%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카드 승인액 29개월 만의 감소 전환

3월 기준 국내 카드 승인액이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는데, 이는 2017년 10월(-0.8%) 이후 2년5개월 만이었습니다. 카드 승인액은 내수 상황을 가늠해보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살펴보고 있는 속보 지표 중 하나인데요.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신용카드 승인액이 52조원, 체크카드 승인액이 14조5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2%, 7.6% 줄었습니다. 2월까지의 업종별 상황을 보면 운수업(-44.4%),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서비스업(-40.5%), 숙박·음식점업(-7.1%), 교육서비스업(-5.2%),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3.7%) 등 민간 소비와 관련이 높은 업종들에서 타격이 있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29.5%), 대전(-25.3%), 제주(-22.2%), 경북(-21.5%) 등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거나 관광수입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내수 위축세가 두드러졌네요. 실제 1분기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6.4% 감소했는데, 1998년 1분기(-13.8%) 이후 22년 만에 최저치였습니다.
[인천공항=뉴시스] 이윤청 기자 =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 발길이 끊기면서 인천국제공항이 17년 만에 적자가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당기순이익이 163억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8823억원 이익에서 102% 감소한 것으로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적자 관측이다. 2020.04.23. radiohead@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이윤청 기자 =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 발길이 끊기면서 인천국제공항이 17년 만에 적자가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당기순이익이 163억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8823억원 이익에서 102% 감소한 것으로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적자 관측이다. 2020.04.23. [email protected]

◇중국 관광객 –96.5%, 집계 이후 최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3월에 전년 대비 -96.5% 급감했습니다. 감소 폭은 1998년 월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컸습니다. 이동 제한 등 광범위한 봉쇄 조치를 취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종교·실내체육·유흥시설 운영 중단 권고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조치만을 취했는데요.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93%인 72억명이 외국인을 상대로 국경을 부분 또는 전부 봉쇄한 국가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같은 봉쇄 조치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39억명 이상이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하네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강력한 봉쇄 조치가 내려질 때 1개월마다 GDP 성장률이 2%포인트(p)씩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합니다.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주요국 봉쇄 조치가 당분간 지속된다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도 상당할 것이고,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더욱 커지게 되겠죠.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2020.04.22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2020.04.22 [email protected]

◇50여년 만의 3차 추경…재정수지 적자 최고치 눈앞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에 문재인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공식화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규모 국가사업, 즉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여기서 잠깐. 3차 추경과 관련해 약간의 시기 문제가 있습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부 수립 후 한 해에 3번 추경을 짠 것은 1969년 이후 51년만입니다. 그런데 기재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1972년에도 3차례 추경을 한 것으로 나옵니다. 다만 내부 자료라 확실한 근거로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나마 공식적인 자료로 쓸 수 있는 것이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이기에 1969년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국회에 따르면 의안정보시스템도 16대 때 구축된 것이라 과거 자료 일부가 누락돼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50여년 만에 3차 추경을 하게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부는 올해 소득 하위 70% 1478만 가구를 대상으로 한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편성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3일 당정 합의에 의해 전 가구(2171만 가구)에 확대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규모가 11조2000억원까지 늘게 됐습니다.

당초 정부안을 기준으로 할 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의 비율은 -4.3%까지 올랐습니다. 이 지표는 우리 정부 재정이 얼마나 건전한지를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지표인데요.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4.6%)을 제외하면 -4.0%를 넘었던 적이 없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3차 추경의 규모를 두고 '상당할 것'이라고 표현했기에 올해 이 수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겠네요. 추가된 3조6000억원이 모두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되니 국가채무도 커집니다. 2차 추경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2%로, 역대 처음으로 40%를 넘겼습니다. 3차 추경을 통해 이 수치는 또 더 커질 전망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란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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