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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軍 사건·사고 보도의 이면…휴대전화 허용이 부른 자정 작용

등록 2020.05.02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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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극상과 강제추행, 음주 추태, 폭행, 갑질 보도

4월은 장성급 인사철, 각종 투서 언론에 답지

병사 휴대전화 자유화로 상시적인 제보 가능

육군참모총장 "간부들 과거에 머무르면 안돼"

병사들도 군인복무규율 등 저촉되지 않아야

[서울=뉴시스] 국방부 청사. 2020.02.28.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국방부 청사. 2020.02.28. (사진=뉴시스DB)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최근 군 내 사건·사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하극상과 강제추행, 음주 추태, 폭행, 불법 도청, 갑질 등 다양한 사건·사고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보도를 계속 접하다보면 실제로 우리 군이 군기 빠진 오합지졸인 이른바 '당나라 군대'인지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군 내부 사정을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면 겉보기완 다른 사정이 있다.

원래 4월은 장성급 인사철이다. 4월에는 각종 투서가 언론으로 날아든다. 승진을 노리는 고위 간부들과 그 측근들은 경쟁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경쟁자가 있는 부대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언론을 통해 터뜨리곤 한다.

이처럼 의도가 담긴 언론 보도는 일종의 제보 전쟁을 유발한다. 당한 쪽은 더 센 사건·사고를 찾아내 언론사에 제보함으로써 보복을 시도한다.

이런 인사철 제보와 투서들은 의도치 않게 군 내부 자정작용에 기여한다. 숨겨져 있던 비리와 불합리들이 간부들의 승진 욕구 탓에 공개되고 이를 통해 군의 치부가 드러나며 가해자와 범법자들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사건·사고들 중 상당수는 그간 보도됐던 건들과는 구별되는 점이 있다. 인사철 제보에서 비롯됐다고 하기에는 다소 지엽적이거나 우발적인 형태의 보도들이 나오는 점이 특징이다.

군 내부에서는 이런 제보가 병사들의 휴대전화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병사들은 지난해부터 일과시간 후 휴대전화를 쓸 수 있다. 휴일에는 거의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기밀사항만 유출하지 않으면 가족·연인과의 통화나 인터넷 접속, 누리소통망(SNS) 활용 등 상당수 휴대전화 기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상시적인 제보가 가능해졌다. 군 부대 안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일이나 자신이 불이익을 당한 사례 등이 부대 밖으로 상시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SNS나 모바일 메신저 단체대화방 등에 게재된 글은 순식간에 외부 세계로 퍼진다. 그만큼 군 내부 소식이 언론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한 인사철 투서가 군 내 비리 색출에 도움이 되듯이, 병사들의 SNS 제보는 군 부대 자정작용의 계기가 된다. 병사들의 일부 제보는 허위인데다가 악의적이기도 하지만, 그간 묵인돼왔던 간부들의 불합리한 행태나 부대 내 여러 인습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지적하고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도 많다.

【연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13일 오후 경기 연천군 육군 제 25보병사단 상승대대 대원들이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9.03.13. 20hwan@newsis.com

【연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13일 오후 경기 연천군 육군 제 25보병사단 상승대대 대원들이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9.03.13. [email protected]

병사들의 불만 대상으로 지목된 일부 간부는 휴대전화 사용과 SNS를 통한 상시적인 제보가 군 내 규율과 단합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휴대전화가 병사들로 하여금 개인주의적 태도에 젖어들게 하고 단체생활을 소홀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군 수뇌부는 이 같은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이나 상시적인 제보를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의 태도와 지도력을 되돌아볼 때라는 것이다.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군 관련 사건·사고와 관련해 군 간부들의 의식 전환을 주문했다. 서 총장은 지난달 28일 계룡대 대회의실에서 주관한 작전·군 기강 쇄신 육군 주요 지휘관 집중 대책 토의에서 "사회는 변하는데 우리(육군) 간부들은 고정관념에 얽매여 과거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본질에 충실한 가운데 시대적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장병 상호 간에 신뢰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시했다.

물론 병사들의 자중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휴대전화 사용과 자유로운 의견 개진, 상시적인 제보는 군인복무규율과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현행 군인복무규율은 복무 중인 병사에게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 법규와 명령에 대한 자발적인 준수와 복종, 준법정신, 희생정신 등을 요구한다.

텔레그램 성 착취방 운영자 조주빈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이기야'가 현역 일병 이원호로 드러난 점은 자제력을 잃은 휴대전화 사용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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