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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전시 상황'까지 언급한 文…한국 경제, 코로나19 이펙트 어떻기에

등록 2020.05.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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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총리·부총리, 잇따라 "경제 위기" 발언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높은 무역 의존도 문제

수출입 의존도 G20 중 3~4위권…외풍 강한데

中·美 등 주요 무역국 경제·방역 상황 안 좋아

"주요국 경제 중단 3월부터…2분기 수출 고비"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고용 유지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 후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04.2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고용 유지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 후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04.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전 분야·영역에서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그야말로 경제 '전시(戰時)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8일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한 모두발언의 일부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위기 국면이다. 2분기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1분기에 비해 더 안 좋은 흐름이 예상된다. 세계 경제의 깊은 침체 속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선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른 시일 내에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통령 뿐 아니라 고위 공직자의 수위 높은 발언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현재 상황에 관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라고 진단했고(4월25일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와 민생도 전례 없이 어려운 시기"라고 평가했습니다(4월27일 대외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

한국의 경제 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 3월 수출 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 늘었고, 1분기 경제 성장률(-1.4%)도 블룸버그가 JP모건 등 국내·외 투자은행(IB) 9곳으로부터 집계한 전망치(-1.5%)를 웃돌았습니다. 한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 또한 10명대 수준에서 안정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 왜 입을 모아 "위기"를 외치는 것일까요.

경제 전문가는 그 원인으로 '높은 무역 의존도'를 지목합니다. 내수와 감염병 확산세가 안정을 찾더라도, 한국 경제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으니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수출입 의존도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한국의 수출 의존도는 37.5%, 수입 의존도는 31.3%로, 주요 20개국(G20) 중 각각 3, 4위에 해당합니다. 이 기간 수출입 의존도가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독일 2개국뿐입니다.

수출 의존도는 전체 수출액을, 수입 의존도는 전체 수입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눠 구합니다. 이 수치가 클수록 한 국가의 경제가 수출입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다는 뜻이므로, 주요 무역국의 경기 변동이나 세계 경제 상황에 좌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주요 무역국 경제 상황은 어떤지 살펴볼까요. 우선 지난 2019년 기준 한국의 5대 무역국은 중국·미국·베트남·홍콩·일본입니다. 수출액 기준 중국이 전체의 25.1%를, 미국이 13.5%를, 베트남이 8.9%를 차지했습니다. 주요 5개 국가가 한국 전체 수출액에서 점하는 비중은 58.6%에 이릅니다.

이들의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녹록지 않습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중국은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정부가 분기별 성장률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1992년 이래 첫 역성장입니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문화 대혁명이 끝난 1976년 이후 처음"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4.8%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4년 1분기 이후 6년 만의 첫 '분기 마이너스 성장'이자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입니다. 베트남은 3.8%를 기록해 플러스(+) 성장치를 사수했지만, 이는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홍콩은 아직 1분기 GDP 성장률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경제에 중국이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하면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본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 또한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일본은행(BOJ)은 올해 일본의 GDP 성장률이 -5.0~-3.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볼까요. 지난 4월29일 기준 중국·베트남·홍콩·일본의 확진자 수는 각각 2명·0명·0명·8명 늘었습니다. 아시아에서만큼은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양상은 달라집니다. 미국은 369명이 늘어 103만5765명을 기록했습니다. 러시아(5841명 증가)·멕시코(1223명)·이란(1073명)·스웨덴(681명)·독일(147명) 등 서구권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미국 뉴욕주는 비필수 사업장의 셧다운(Shutdown·폐쇄) 기간을 오는 15일까지 연장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 관해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연구원)는 "미국 등 주요 무역국의 경제 활동 중단이 지난 3월 중순부터 본격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2분기 수출 지표가 1분기 수준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면서 "수출 단가도 3월 들어 하락 반전해 교역의 위축이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한국 수출은 2분기에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세종=뉴시스] 수출액 증감률 추이(단위: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세종=뉴시스] 수출액 증감률 추이(단위: %).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실제로 2분기 수출 지표의 첫걸음이 되는 지난 4월 수출액은 369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3%나 급감했습니다. 반도체·자동차·선박·석유 제품 등 주력 품목 대부분이 감소했고, 주요 9개국 수출 모두 줄었습니다. 2012년 1월 이후 8년2개월 연속 이어졌던 무역수지 흑자도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New Deal) 카드를 꺼내 든 상태입니다. 재정을 이용해 대규모 국가 사업을 추진, 경제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계획입니다. 고용 지원 10조원, 기간 산업 지원 40조원 등 단기적 경기 부양 대책에 89조원가량을 투입합니다. 긴급 일자리 창출, 각종 사회 안전망 보강, 비대면 서비스 산업 육성 등을 통해 경제 활력을 회복시키겠다는 각오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란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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