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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난장판 원유 ETN 시장 대책은 없나

등록 2020.05.07 15: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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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최근 국제 유가가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자 일확천금을 꿈꾸는 개인 투자자들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연계 상장지수채권(ETN)에 대거 몰려 관련 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했다. 투기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ETN 가격과 실제 지표가치의 차이인 괴리율은 900%가 넘는 이상 과열 현상을 보였다.

원유시장을 투기판으로 변질시킨 일차적인 책임은 빚까지 내며 과매수에 나선 원유 개미들에게 있다. 괴리율, 롤오버, 콘탱고 등과 같은 기본적인 개념과 상품구조도 모른 채 그저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불나방처럼 투자에 달려들어 손실을 키웠다.

하지만 괴리율이 900% 이상 과열을 보일 동안 시장 운영 당국인 한국거래소도 리스크 대응에 선제적으로 나섰는 지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처음 발생한 역대급 괴리율에 당황한 거래소는 사실상 투기판을 방치하며 허술한 시장 감시 시스템을 드러냈다. 거래소는 유가 폭락으로 괴리율이 커진 지난 3월9일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원유 레버리지 ETN 종목에 대한 매매거래정지를 예고했다. 22일에는 레버리지 ETN에 대한 추가 매매 거래 정지에 나섰지만, 괴리율이 900%대로 치솟은 뒤 나온 '뒷북 대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거래소가 위험성 공지와 거래정지 조치로 신규 유입되는 투자자의 손실은 예방했다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손절매를 막는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ETN 괴리율이 플러스로 과도하게 벌어지기 직전 거래를 정지했으면 개미들의 피해를 줄이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남는다.

괴리율을 좁히기 위한 긴급처방인 '단일가매매'도 투기 광풍을 막지 못하고 있다. 거래대금은 직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고, 일부 ETN은 괴리율이 더 벌어지는 현상까지 나왔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마감가 기준 레버리지 WTI ETN은 81~270%로 여전히 높은 괴리율을 유지하고 있다. 매매거래 정지와 재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투자과열을 진정시킬만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거래소는 유동성공급자(LP)들에게 괴리율이 6% 이내로 관리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괴리율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경우 바로 거래정지를 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나 세부적인 괴리율 대응 기준 등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또 괴리율 축소에 미흡한 LP활동에 감점이나 페널티를 주는 LP평가제도를 통해 제 때 역할을 못한 증권사들에게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전문 투자자 아니면 손대기 힘든 고위험 투기성이 강한 원유 ETN 상품에 대해 사모펀드처럼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사전교육 의무 이수나 원유 ETN 자진청산 방안 등과 같은 규제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열된 원유 ETN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당국도 관련 종합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당국과 증권사, 투자자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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