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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피지기]"모르면 손해"…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누가 내나?

등록 2020.05.09 06:00:00수정 2020.05.09 10: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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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우선 납부, 계약 만료 뒤 집주인에게 청구 가능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얼마 전 일입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노후 엘리베이터 교체를 위해 주민 299세대가 부담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5년간 인상해 비용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엘리베이터를 자주 이용하지 않는 1·2층 주민 48세대에도 관리비 인상분 부과 여부를 두고 전체 입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에 응한 262세대 중 과반인 142세대가 '균등하게 부과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120세대는 1·2층 주민을 장기수선충당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인상률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입주자회의는 설문조사를 근거로 지난해 5월부터 1·2층 주민에게도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2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한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지하주차장이 없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1층 입주자가 다른 세대와 똑같은 금액을 부담할 수는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1층 입주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난 1월12일 서울남부지법 민사17단독 이광열 판사는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1층 주민 조모씨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낸 ‘장기수선충당금 균등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승강기가 공용 부분인 점을 고려해도,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으니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며 "해당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1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부담 비율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입주자들의 대표로서 피고는 1·2층 입주자의 입장, 균등·차등 부과의 장단점, 다른 아파트 사례 등을 입주자에게 충분히 알린 후 합리적으로 결정했어야 하지만 추가 의견 수렴 없이 설문 결과를 토대로 균등 부과를 결정했다"며 "원고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인상해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서울=뉴시스] 관리비 내역서

[서울=뉴시스] 관리비 내역서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등을 오랫동안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승강기 등 노후된 시설물 교체나 옥상 방수공사, 외벽 도색 등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집주인(소유주)에게 징수해 적립해 놓은 비용입니다.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거나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에서는 의무적으로 장기수선충당금을 징수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원칙적으로 집주인이 내야 합니다. 하지만 장기수선충당금 관리비에 포함돼 부과 때문에 보통 임차인(세입자)이 냅니다. 세입자는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집주인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31조 7항에는 "공동주택의 소유자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자가 대신해 납부한 경우에는 그 금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사할 때 관리사무소에서 내역을 발급받아 집주인에게 청구하면 됩니다.

또 세입자가 거주 중인 아파트를 매수할 할 때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매도인과 반드시 정산해야 합니다. 정산하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이 끝날 때 매수자가 매도인의 장기수선충당금까지 지급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주택법에 따라 10년 내 청구하면 환급이 가능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비 고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과거 부과 내역과 다른 아파트 단지의 부과된 장기수선충담금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장기수선충당금과 비슷한 ‘수선유지비’라는 게 있습니다. 아파트 시설을 유지·보수하는데 비용이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납부 주체와 내역이 전혀 다릅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아파트 노후화에 대비한 저축성 비용이라면, 수선유지비는 아파트의 공용 부분에 대한 시설보수 및 유지 등에 사용되는 소모성 지출 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공동 현관의 전구 교체나 냉난방시설 청소비, 수질검사. 나뭇가지 제거 작업 등이 수선유지비에 포함됩니다.
 
수선유지비는 거주자의 주거 편의를 위해 쓰이는 비용이기 때문에 아파트 거주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세입자가 거주할 경우 세입자에게 부과됩니다. 수선유지비는 장기수선충당금처럼 임대차계약이 끝난 뒤 집주인에게 돌려 받는 비용이 아닙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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