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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다혜가 '차미'에게 또는 '이봄소리'에게

등록 2020.05.10 12:40:23수정 2020.05.19 09: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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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마리 퀴리' 블루칩

'차미'서 뻔뻔하게 예쁜 연기 열연

[서울=뉴시스] 이봄소리. 2020.05.10. (사진=PAGE1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봄소리. 2020.05.10. (사진=PAGE1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배우 생활을 하면서 늘 고민과 자책에 시달려요. '아까 이렇게 연기를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죠. 보여주는 작업이다보니 '덜 예뻐 보였나' '말을 이상하게 하지 않았나'라는 고민도 매번 해요. 누구나 '차미호' 같은 불안정한 면이 있잖아요. 제가 미호랑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뮤지컬 '차미'는 평범한 자신의 삶을 자책하며 소셜 미디어에서 꾸며진 자신의 모습에 위안을 받으며 사는 취업 준비생 '차미호'의 이야기다. 그녀가 소셜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캐릭터 '차미(Cha_Me)'가 스마트폰의 갈라진 틈을 나와 실존하면서 여러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그런데 스스로 차미호를 닮았다는 이봄소리는 이 뮤지컬에서 차미를 맡았다.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이자 못하는 것이 없는 능력자. 그녀가 부르는 노래들은 주로 성악 발성을 내야 해서 우아함도 더했다.
 
최근 신사동에서 만난 이봄소리는 뮤지컬 '차미'에 출연하면서 "제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했다. "배우들은 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차미보다 차미호에게 공감이 됐죠."

그런데 이봄소리는 예쁜데 더 뻔뻔하게 '예쁨'을 연기해야 차미로 인해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감이 넘치고 당찬 캐릭터이니 자유롭게 표출을 해도 괜찮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관객들에게 얄미움을 받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미는 금방 인기 캐릭터가 됐다. 극 중간에 망가지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데다가, 가짜이지만 정말 가짜로만 남을까 두려워하던 차미가 차미호의 삶을 응원하며 진짜 한 몸이 되기 때문이다. 

"차미호랑 내면의 뿌리는 같은데 갈라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똑같이 상처를 받고 두려워하는 것도 같아요. 다만 차미호는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차미는 표출을 하는 거죠. '나 좀 봐 달라'고 둘 다 관심을 갈구해요. 그런데 차미호가 '나는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차미 역시 각성을 하죠.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그래서 차미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결국 자신은 차미호이니까 두려워하지 않는 거예요."

사실 이봄소리는 여성 팬이 많은 배우 중 한명이다. 올해 상반기 공연계 최고 화제작인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여성들과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안느' 역을 맡아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공연계에는 단순한 여성 중심의 '여성 서사'를 너머 '포스트 여성 서사', 즉 여성 서사 그 너머까지 바라보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여성이 성공을 하거나 성장하는 이야기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통해 사람 자체의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이다.

뮤지컬 '차미'도 마찬가지다. 극 속에서 차미가 스마트폰으로 튀어나오기 전 TV 밖으로 튀어나온 '드라마 실장님 캐릭터'인 '오진혁'도 사실 '진짜 나'라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차미의 성별을 바꿔도 이야기는 성립되는 것이다.

이봄소리는 "성별을 떠나서 인물들이 서로 연대를 하는 순간이 배우로서 감격스러워요. 성별을 나누는 것이 더 이상 세련돼 보이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라면서 "대본을 볼 때 인물이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차미'. 2020.05.10. (사진=PAGE1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차미'. 2020.05.10. (사진=PAGE1 제공) [email protected]

2014년 뮤지컬 '더 데빌'에서 코러스를 맡은 뒤 2015년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뮤지컬 '무한동력'에서 처음으로 이름이 주어진 배역을 맡아 주목 받은 이봄소리는 이후부터 경력을 일사천리로 쌓아왔다. '로미오와 줄리엣' '인터뷰' '‘록키호러쇼' '노트르담 드 파리' '광화문 연가' '마리 퀴리'에 이어 이번 '차미'까지 인기작들에 출연해왔다.

하지만 이봄소리가 어려움 없이 성장해온 것은 아니다. 중앙대 연극과 졸업 전인 2012년 뮤지컬 '롤리폴리'에 앙상블로 출연했고 이후에는 어린이 뮤지컬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당한 대접,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던 그녀는 학교로 돌아갔고 와신상담했다.
 
그런데 꿈은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노래, 춤, 연기에 관심을 갖고 뮤지컬배우를 꿈 꿨다. 초등학생 때는 2년간 KBS합창단 단원을 지냈고, 국악예중과 국악예고를 다녔다. 지금도 특기란을 '민요'로 채우는 그녀는 판소리, 한국 무용을 배우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가장 처음 본 뮤지컬은 중학교 1학년 때 관람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그 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깨닫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성남아트센터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이후 '노트르담 드 파리'는 이봄소리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중 한 작품이 됐고 2018년 이 작품에서 '페뷔스'의 약혼자인 '플뢰르 드 리스'를 맡았다.

이봄소리는 뮤지컬 '위키드'의 '엘파바'와 함께 '노트르담 드 파리'의 관능적인 집시 '에스메랄다'를 가장 맡고 싶다며 설렘을 한껏 드러냈다.

이처럼 이봄소리는 코로나19가 점차 물러가고 늦봄이 찾아온 공연계에 이름처럼 밝은 봄기운을 몰고다닌다. 그런데 이봄소리는 김다혜의 예명이다. 김다혜로 데뷔를 했는데 2016년부터 TV 등의 매체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비슷한 이름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고민을 하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봄소리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김'이라는 성 대신 '이'를 사용한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중에 김봄소리가 있어 어머니의 성 '이'를 딴 것이다.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 팬들도 이봄소리라는 이름을 마음에 들어한다. 봄기운의 조각들의 그녀의 목소리와 몸짓에 배어 있고 특히 이번 뮤지컬 '차미'에도 물들어 있다. 차미가 극에 등장할 때 꽃이 피어나고 트위터의 상징인 '새'가 날아다닌다. 정말 봄의 풍경이다.

마지막으로 차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네 덕에 내가 여기까지 흔들림 없이 잘 성장해온 것 같아. 앞으로도 내가 지치고 힘들 때 정신 바짝 차릴 수 있도록 우렁찬 기운을 불어넣어줬으면 해. 고마워." 결국 그 말은 김다혜가 이봄소리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차미'는 오는 7월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블랙에서 공연한다. 차미호는 유주혜·함연지·이아진, 차미는 이봄소리·정우연·이가은이 번갈아 연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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