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준영·최종훈, 결국 감형…n번방도 이럴 건가
정씨와 최씨 모두 1심이 선고한 각 징역 6년, 징역 5년보다 형량이 낮아졌다. 심지어 최씨는 절반이나 형이 깎였는데, 성폭력특례법상 특수준강간 혐의의 일반적 법정 형량인 무기징역에서 징역 5년 사이에도 한참 못 미치는 법정 최저형이었다.
감형 사유는 결국 반성과 합의였다. 정씨는 합의는 못했지만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고, 최씨는 합의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씨는 공소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도 형이 대폭 줄었다. 정씨 역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반성이나 합의, 둘 중 하나만 하면 엄벌을 피할 수 있다는 성범죄자들 사이의 믿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성범죄에 분노하며 사법기관의 단호한 태도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염원도 꺾이고 말았다.
이 사건은 혐의나 범행의 양상,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 등 여러모로 n번방 사건과 닮아 있다. 자신들의 처벌 가능성을 분명히 인지하고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사법기관을 비웃는 그 태도까지.
이들의 감형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박사방 조주빈(25)과 그 공범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일부 공범들은 정씨와 최씨 등 성범죄 선배들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반성문을 제출해 그 개수만 수십부에 달하는가 하면, 반성없는 반성문 제출로 재판부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감형을 노리는 수가 한 눈에 읽히지만 이들의 반성문 탑 쌓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의 공분 속에서도 반성문만으로 징역 1년을 감형받은 정씨의 사례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며...' 성범죄 재판 판결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으로, 법원의 기계적인 감형이라는 비판이 종종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성범죄 등 사건마다 적용해 온 양형 기준을 갑자기 무시할 수도 없기에 법원 측의 딜레마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성이나 합의를 한다고 이미 저지른 범행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부득이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나 하는 것이 맞는지 재논의가 필요하다.
법원이 망설이는 사이 성범죄자들은 더 진화했고 법망을 피해 더 깊숙이 숨어들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n번방이다. 성범죄의 척결과 사법신뢰 회복을 위해 법원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n번방 사건 판결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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