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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소환한 '원격의료'…20년 시범사업 꼬리표 뗄까

등록 2020.05.15 1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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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포스트 코로나 대비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 확대 추진

시범사업 이후 이해관계에 개정 의료법 국회 문턱 못 넘어

코로나19 위기 속 비대면 의료 긍정 반응…제도화 수면위로

코로나로 명분 쌓고, 바뀐 정치 지형도로 의료법 개정 추진

또 다른 감염병 사태 이전에 원격의료 제도화에 속도 낼 듯

[세종=뉴시스]경기국제2 생활치료센터와 관련해 원격화상시스템을 사용한 의료진 진료 상황.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2020.04.21.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경기국제2 생활치료센터와 관련해 원격화상시스템을 사용한 의료진 진료 상황.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2020.04.2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언택트) 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20년 가까이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는 원격의료 서비스의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국면을 마주한 시점에서 그간 제자리걸음에 그쳤던 원격의료를 '비대면 의료'란 이름으로 탈바꿈해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포석을 놓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의 3대 프로젝트와 10대 중점과제를 밝히면서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 확대를 주요 과제로 올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확대 시행한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자 2차 유행 등 또 다른 감염병 사태에 대비해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선진화된 국내 의료 시스템과 전문화된 의료진,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비대면 의료 서비스 시범사업을 확대해 미래 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기술을 접목하는 '원격의료' 시행을 위해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의료 민영화를 우려한 시민단체의 저항과 이해관계에 있는 의료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원격의료를 포함한 의료 민영화에 반대 입장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을 혁신성장으로 옮긴 2018년부터 원격의료 확대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위기 정부의 원격 의료 추진 중단 및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원격의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원격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오진의 가능성이 크다"며 "비대면 전화상담은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용인되고 있는 조치고 원격의료는 정부가 여러차례 시범사업을 했지만 안전한 효과가 증명되지 않아 추진되지 못해왔던 대표적 의료 영리화다. 대형병원 돈벌이 숙원사업이지만 환자에게는 의료수준 향상 없이 의료비만 폭등시킬 제도"라고 강조했다. 2020.05.1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위기 정부의 원격 의료 추진 중단 및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2020.05.15. [email protected]


정부는 '선(善)한 원격의료'를 기치로 공론화를 시도했지만 의료계와 여당 일각의 반발로 물러섰다. 서비스 기반을 잘 갖춘 대형병원과 달리 동네 소규모 병·의원은 환자가 줄고, 자칫 방향성을 잃어 '의료 영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000년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처음 실시된 이래 이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인 18·19대 국회는 물론 20대 국회에서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각국에서는 원격의료를 도입해 하나의 진료 체계로 운영 중이다. 미국은 1993년부터 일찌감치 원격진료를 시작했고, 일본도 1997년 도입해 2015년부터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올해는 이를 초진 환자까지 확대했다.

한국보다 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조차도 2015년 원격진료를 허용해 스마트폰으로 의사 진단을 받는 새로운 의료 환경을 조성 중이다.

20년 간 시범사업에 그치며 진전을 보이지 못하던 원격의료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감염병 위기 속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언급한데 이어 이달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도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을 위한 중점 육성 사업으로 꼽았다.

13일에는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대상 강연에서 "코로나19 때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전화 상담 진료가 17만 건 정도 나왔으니 자세히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보겠다"고 원격의료 검토 입장을 표명하며 불씨를 당겼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5.13.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5.13.   [email protected]


여기에 정세균 국무총리도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는 방역·보건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확대,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 발굴 등 과감한 중심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재부도 비대면 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계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분야에 비대면 서비스를 확산하는데 있어 "본격적인 비대면 의료를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 등이 필요하므로 21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공을 국회로 넘겼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원격의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고, 극복 과정에서 비대면 의료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지역 집단감염이 나타난 2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원격의료가 허용된 이래 5월10일까지 3개월 가까이 모두 3853개 의료기관에서 26만2121건의 전화 진찰상담 등 사실상 원격진료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의 사례가 쌓였고, 사용자들도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4·15총선을 통해 정치 지형이 바뀐 것도 원격의료 확대 카드를 꺼내 든 배경으로 보인다. 아직은 반대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청와대와 정부 입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전 정부시절 야당의 입장에서 원격의료에 반대했던 지금의 여당이 입장을 번복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명분이 생긴 만큼 지금이 원격의료를 제도화하는 적기로 공공의료서비스 강화에 초점을 맞춰 여론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부는 관련 의료법 개정이 21대 국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길 기대하는 한편,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나 또 다른 감염병 사태에 직면하기 전에 원격의료의 범위와 대상을 구체화해 제도화하는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0.04.28.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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