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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최용수는 이청용이 부럽다

등록 2020.05.20 10: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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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안경남 기자 = '독수리'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솔직했다.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개막전을 휘저은 '푸른 용' 이청용의 활약을 본 그는 "우리 팀에 왔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울산에 대해 부러움을 나타냈다.

독일 2부리그 보훔에서 뛰던 이청용은 올여름 계약 만료를 앞두고 국내 복귀를 추진하다 친정팀 서울이 아닌 울산을 선택했다.

2009년까지 뛰었던 서울에 우선 협상권이 있었던 터라 이청용은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서울은 앞서 기성용(마요르카)을 놓친 데 이어 이청용까지 울산에 내주며 '쌍용'을 모두 품지 못했다.

서울이 이청용을 놓친 건 결과적으로 '돈'의 문제였다. 지난 1월 친정팀 서울과 먼저 협상 창구를 열었지만 '서울에 돌아갈 뜻이 없다'는 최종 입장을 전달했다. 위약금을 내더라도 타 구단을 가겠다는 의지였다.

서울에 내야 할 위약금이 26억원에 달했던 기성용과 달리 이청용은 6억원 선으로 상대적으로 작아 울산행이 가능했다.

3월 울산 입단식 당시 이청용은 "서울은 가장 애정을 가진 팀"이라며 친정팀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지만, "울산에서 좋은 기회를 줘서 그것만 생각했다"라며 거액의 연봉을 보장해 준 울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청용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울산은 K리그1 개막전 상주 상주와 홈 경기서 4-0 대승을 거둔 데 이어 수원 삼성과 2라운드도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청용과 함께 업그레이드된 울산을 지켜본 최 감독은 부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이청용을 "아주 좋은 선수"라고 말한 뒤 "우리 팀에 왔더라면 큰 힘이 됐을 텐데 아쉽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부러움을 넘어 서울 구단을 향해 '왜 이런 선수를 놓친 거냐'는 항의처럼 들리기도 했다. 최 감독이 말한 이청용의 장점이 대부분 지금의 서울에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 감독은 기성용 영입 불발 등으로 자신이 원하는 선수단 구성을 하지 못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였다. 여기에 서울과 우선협상권이 있었던 이청용까지 울산에서 펄펄 날자 구단 수뇌부를 향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청용을 울산에 내준 최 감독은 강원전 패배 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라며 이 대신 잇몸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다행히 믿었던 1997년생 한찬희가 광주FC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급한 불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청용이 잘하고 울산이 잘 나갈수록 최 감독의 부러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떠난 배지만, 감독도 사람인지라 배가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이청용의 성공은 장기적으로 유럽파 선수들의 국내 복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차례 컴백이 불발된 기성용을 향한 K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더 커질 수 있다.

멀게는 언젠가 K리그에서 뛸지도 모를 손흥민(토트넘)에게도 돌아올 명분이 된다. 큰 무대에서 뛴 선수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국내로 돌아온다면 K리그의 수준이 한 차원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는 선수들에게 금의환향의 기회를 주고 축구를 즐기는 팬들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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