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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통일이 되면 ‘낚다’는 ‘낛다’로 바로잡아야

등록 2020.05.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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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서울=뉴시스] ‘낚다, 낚시’의 ‘낚’은 훈민정음해례 편 21장에선 ‘낛’으로 나타난다. ‘낚으다’와 발음이 동일한 ‘낫그다’의 어간 ‘낫그’가 1음절로 축약된 것이 ‘낛’이다. ‘ㄲ’은 본래 ‘ㄱ’의 긴소리로 입성과는 맞질 않아, 통일이 되면 ‘낚다·낚시’는 ‘낛다·낙시’로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뉴시스] ‘낚다, 낚시’의 ‘낚’은 훈민정음해례 편 21장에선 ‘낛’으로 나타난다. ‘낚으다’와 발음이 동일한 ‘낫그다’의 어간 ‘낫그’가 1음절로 축약된 것이 ‘낛’이다. ‘ㄲ’은 본래 ‘ㄱ’의 긴소리로 입성과는 맞질 않아, 통일이 되면 ‘낚다·낚시’는 ‘낛다·낙시’로 바로잡아야 한다.

[서울=뉴시스]  오늘날 우리가 ‘낚시’, ‘낚다’에 쓰는 ‘낚’을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낛’으로 썼다. 이 어찌된 일인가?

한자어 ‘釣(낚을·낚시 조)’에 해당하는 우리말 토속어 ‘낛’은 17세기부터 2음절로 늘여져 ‘낛→낙시’가 되었고, 누가 봐도 ‘낙시’가 간단명료한데 왜 굳이 받침에 ‘ㄲ’을 집어넣어 ‘낚시’라 쓰는 것일까? 언제 누가 그렇게 바꿨나? 1930년에 일제 조선총독부가 ‘언문철자법’을 통해 ‘ㄲ’을 종성에 집어넣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전탁 ‘ㄲㄸㅃㅆㅉㆅ’는 된소리가 아니라 전청 ‘ㄱㄷㅂㅅㅈ’과 차청 ‘ㅎ’의 긴소리였다. ‘훈민정음해례’ 편 4장 “全淸之聲凝則爲全濁也(전청지성응즉위전탁야: 전청의 소리를 천천히 길게 끌면 전탁이 된다)”의 설명 문구가 그 증거이다. 즉, 전청 ‘ㄱㄷㅂㅅㅈ’의 소리는 빠르고 짧은 소리며, 전탁 ‘ㄲㄸㅃㅆㅉㆅ’의 소리는 느리고 긴 소리다.

중국 전통 음운학의 용어인 ‘전탁’에 대해,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각자병서(各自並書)’라고도 칭했다. 쌍초성 각자병서는 느리고 긴 소리여서, 촉급함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말 입성(종성이 ‘ㄱㄷㅂ’)과는 궁합이 맞질 않는다. 촉급한 입성은 당연히 빠르고 짧은 소리인 전청과 조화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훈민정음 창제(1444) 이후 일제의 언문철자법(1930) 이전까지 초성 전용의 각자병서가 공식적으로 종성에 쓰인 적은 결코 없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오랫동안 종적을 감춘 탓에 훈민정음이 오해된 상태에서, 조선총독부가 언문철자법 시 ‘ㄲ’을 받침으로 채용했다. 그 때 ‘낚(釣)’을 비롯한 밖(外), 닦(修), 꺾(折), 깎(削), 섞(混), 솎(間拔), 볶(炒), 엮(編), 묶(束), 겪(經歷)이 우리글 표기에 처음으로 채용됐다. 만약 우리 정부가 그 사례를 본받아 ‘ㅃ’이나 ‘ㄸ’을 한글 받침에 채용하려 한다면, 국민들이 펄쩍 뛸 것이다. 우리글의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해례본에선 서로 다른 초성끼리 합해 쓴 병서를 ‘합용병서(合用竝書)’라 하였다. <사진>에서 보이는 ‘흙’과 ‘닭’의 ‘ㄺ’은 오직 종성에만 쓰이는 합용병서이다. 참고로, 해례본에서 ‘酉時(유시: 닭때)’에 해당하는 토속어로 쓰인 ‘닭’자를 자세히 보면 종성에 ‘ㅅ’이 더해진 세 글자 합용병서 ‘ㅩ’이다. ‘ㄺ’ 오른편에 붙은 ‘ㅅ’은 사이시옷이다. ‘酉時’는 ‘닭의 때’이다. ‘~의’는 ‘ㅅ(사이시옷)’과 같다. 고로 ‘닭의 때’는 ‘닭ㅅ때’인데, ‘ㅅ’을 융통성 있게 ‘닭’ 쪽으로 옮겨 쓰다 보니 종성이 ‘ㅩ’으로 되었다. 해례본에선 ‘때’를 ‘ㅵㅐ’로 썼는데, 그에 대해서는 1월1일자 <훈민정음 초기의 실험, 초성 ‘ㅻ’과 종성 ‘ㅄ’> 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낛’의 ‘ㄳ’ 또한 오직 종성에만 쓰이는 병서이다. 해례본에 쓰인 ‘흙’과 ‘닭’의 받침 ‘ㄺ’은 오른쪽의 ‘ㄱ’만 발음된다. 왼쪽의 ‘ㄹ’은 묵음이다. 그처럼 세종 당시 ‘낛’은 왼쪽의 ‘ㄱ’이 묵음으로 입성 ‘낫[낟]’으로 발음했다. 두시언해에 쓰인 “고기 낫는(釣)”의 동사 ‘낫다’가 그 증거이다. 초간 두시언해에서 ‘낫다(=낚다)’는 ‘낫그다’로도 나타난다. 지금 사람들에겐 ‘낫그다’의 표기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발음을 해보면 ‘낚으다’와 똑같다. 세종께서는 ‘낫그다’의 어간 ‘낫그’를 1음절로 축약 표기하는 과정에서 ‘그’의 ‘ㄱ’을 ‘낫’ 쪽으로 이동시켰다. 이동시키되 ‘ㅅ’의 오른쪽에 붙여 ‘ㅺ’으로 하면 ‘ㄱ’의 된소리 초성 ‘ㅺ’과 충돌되므로, 그것을 피해 글자 순서를 바꿔 ‘ㄳ’의 ‘낛’이라 표기했다.

그처럼 훈민정음 창제 당시 ‘낛’의 발음은 ‘낫’이었고, 동사어간으로써 늘여질 경우 왼쪽의 ‘ㄱ’이 이동한 ‘낫가, 낫그다’의 형태였다. ‘낫그다’의 ‘낫글’은 19세기 ‘주해 천자문’ 등에서 ‘낙글 됴(釣)’로 1차 변형됐고, 그 변형된 ‘낙그다’의 어간 ‘낙그’를 근거로 일제가 ‘낚’이란 2차 왜곡 표기를 채용했다. 그러니 통일이 되면 ‘낚다’는 ‘낛다’로, ‘낚시’는 ‘낙시’로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은 ‘낫다’라는 말을 쓰지 않으므로, 형태상 바로잡힌 ‘낛’은 ‘넋’처럼 ‘ㅅ’을 묵음으로 하고 ‘낙’으로 읽되 ‘낚으다’는 ‘낫그다’로 표기하면 될 것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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