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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의 무덤일까…신라 때 묻혔던 금동신발이 나왔다

등록 2020.05.27 11: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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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경주 신라 고분서 금동 신발 출토

황남동 120호분에 딸린 120-2호분서 출토돼 왕족 무덤일 가능성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의 금동 신발 노출 상태.(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의 금동 신발 노출 상태.(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경주 황남동 120호분에 추가로 딸린 무덤에서 신라시대 금동 신발(飾履)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주 신라 고분에서 금동 신발이 출토된 것은 43년 만의 일인 가운데 새로운 왕족의 무덤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경주시와 함께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하나로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을 통해 조사하고 있는 '경주 황남동 120호분'에서 금동 신발과 허리띠 장식용 은판, 각종 말갖춤 장식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고 27일 밝혔다.

경주 대릉원 일원(사적 제512호) 내에 있는 황남동 120호분은 일제강점기에 번호가 부여됐다가 민가 조성 등으로 인해 훼손되면서 고분의 존재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던 곳이다. 이에 2018년 5월부터 120호분의 잔존 유무와 범위 등을 파악해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120호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20호분의 북쪽에 120-1호분, 120호분의 남쪽에 120-2호분이 각각 존재하는 것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들 무덤은 120호분의 봉분 일부를 파내고 조성돼있는 점을 볼 때 먼저 120호가 조성된 뒤에 추가로 들어선 후대의 무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의 허리띠 장식용 은판 노출 상태.(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의 허리띠 장식용 은판 노출 상태.(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email protected]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120호분 봉분은 양호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사토(화강암이 풍화해 생긴 모래)를 사용해 북서-남동 26.1m, 북동-남서 23.6m 규모로 봉분이 축조됐다. 경주의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 가운데 마사토로 봉분을 축조한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0-1호분에서는 쇠솥과 유리구슬, 토기류가 출토됐으며 120-2호분의 매장주체부에서는 대체로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전반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120-2호분에 묻힌 피장자 발치에서 금동 신발(飾履) 한 쌍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주의 신라 고분에서 신발이 출토된 것은 1977년 경주 인왕동 고분군 조사 이후 이번이 43년만의 일이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금동 신발이 출토된 적이 있다.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2호분 출토 금동 말갖춤 장식 일괄.(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2호분 출토 금동 말갖춤 장식 일괄.(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email protected]

아직 신발이 묻혀있는 상태에서 일부의 모습만 확인한 상황인 만큼 전체의 크기나 형태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우선적으로 신발은 표면에 'T'자 모양의 무늬가 뚫려 있고 둥근 모양의 금동 달개(瓔珞·영락)가 달려 있는 점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신라 무덤에서 출토된 신발은 실생활에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죽은 이를 장사지내 보내는 장송(葬送) 의례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피장자의 다리 부분에서는 허리띠 장식에 사용된 은판(銀板)이, 머리 부분에서는 신발에 달린 것처럼 여러 점의 금동 달개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점도 확인했다. 앞으로 발굴조사는 이 달개가 머리에 쓰는 관(冠)이나 관 꾸미개(冠飾·관식)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호분과 그 주변의 유구 분포 현황.(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호분과 그 주변의 유구 분포 현황.(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email protected]

부장칸에서는 금동 말안장(鞍橋·안교)과 금동 말띠꾸미개(雲珠·운주)를 비롯한 각종 말갖춤(馬具·마구) 장식, 청동 다리미, 쇠솥, 다양한 토기류 등이 출토됐다.

조사기관 측은 아직 발굴조사가 초기 단계임에도 금동 신발 등 현재 출토된 유물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른 시기에 발굴 현장을 공개했다.

이처럼 중요한 유물들이 120호분에 딸린 120-2호분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120호분의 주인은 왕족이나 귀족 등 높은 신분의 무덤일 것이라고 조사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120호분의 봉분 규모도 훨씬 큰 만큼 현재까지 출토된 유물보다 위계가 더 높은 유물들이 출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의 주요 유물 출토 위치.(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주 황남동 120-2호분의 주요 유물 출토 위치.(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5.27 [email protected]

발굴조사단은 앞으로 120-1·2호분의 조사를 완료한 뒤 아직 내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120호분의 매장주체부도 본격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다.

김권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아직은 금동 신발의 일부만 노출된 상황이지만 금동신발은 경주의 왕족과 비속 등의 무덤에서 현재까지 12켤레 정도 출토됐다"면서 "기본적으로 금관, 청동관 등 관과 은으로 만든 허리띠, 목걸이, 금귀걸이 등이 세트로 출토된다"고 말해 왕족 등의 무덤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120호분과 함께 있는 소형 묘에서 나온 것으로 무덤에 묻힌 사람이 혈연관계일 가능성이 있다"며 "120호분이 두 배 정도 큰 점을 고려하면 더 중요한 유물이 출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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