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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 '아홉 스님' 진각스님 "희망 잃지 않으면 시련도 스승"

등록 2020.05.28 06:00:00수정 2020.05.28 09: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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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 천막 동안거를 통해 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을 담은 영화 '아홉 스님'의 진각 스님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사찰을 거닐고 있다.2020.05.2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 천막 동안거를 통해 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을 담은 영화 '아홉 스님'의 진각 스님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 사찰을 거닐고 있다.2020.05.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영화 '아홉 스님'은 조계종 스님들의 '노숙'과도 같았던 90일간의 천막 수행을 담아냈다.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로' 산중이 아닌 속세로 나와 천막 동안거를 통해 정진한 아홉 스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살을 에는 한겨울 난방 기구 하나 없이 폐쇄된 천막에서 스님들은 7개의 엄격한 규칙과 함께 참선을 이어 나간다.

스님들은 왜 '천막 동안거'를 한 것일까?

27일 오후 서울 봉은사에서 영화 '아홉 스님'중 진각스님을 만나 수행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진각 스님은 88년도에 출가,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원과 봉은사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수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에도 출연했다"는 진각 스님은 "영화를 통해 '꿈을 잃지 않고 산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감동과 기쁨의 메시지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구든지 살다보면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아주 극한 상황까지, 목숨까지 버릴 만한 상황까지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희망만 잃지 않는다면 그런 시련도 스승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좌측부터) 도림, 재현, 진각, 심우, 성곡, 자승, 호산, 무연, 인산/영화 '아홉 스님'(사진=퍼스트런 제공)2020.05.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좌측부터) 도림, 재현, 진각, 심우, 성곡, 자승, 호산, 무연, 인산/영화 '아홉 스님'(사진=퍼스트런 제공)2020.05.27 [email protected]


불교에서 '안거(安居)'는 출가한 승려들이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한 채 정진하는 수행법을 말한다. 하안거와 동안거로 나뉘는데, 동안거는 겨울 90일, 음력 10월 15일부터 다음해 1월 15일까지의 수행을 일컫는다.

진각스님은 자승, 무연, 호산, 성곡, 재현, 심우, 도림, 인산 스님과 함께 지난해 11월15일 하남 위례신도시의 공사장 내 마련된 가건물인 '상월선원'에서 동안거 수행을 시작했다. 상월선원은 '밤이 으슥하도록 달을 벗삼아 서리를 맞으며 정진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스님들은 왜 산중을 떠나 속세로 나왔을까? 그것도 가장 시끄러운 공사장으로…

진각 스님은 "첫 시작은 전 총무원장 자승 큰 스님의 제안이었다. 종교라는 게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부대끼며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낮은 곳,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그런 곳에서 불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 불교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동안거는 '상월결사'라 불린다. 불교계에서 '결사운동'은 불교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형성됐던 자정적(自淨的) 개혁의 시도를 뜻한다.

또 스님은 속세로 나온 이유에 대해 "또한 마음만 있다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수행)할 수 있는 게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의지와 마음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이번 수행은 극한의 환경에서 동안거를 치르겠다는 각오로 '노숙'이라는 '컨셉'으로 시작됐다. 서울역 광장, 탑골공원, 시장 등 수행을 하기에 열악한 환경의 장소들이 후보에 올랐다.

스님은 "탑골공원도 고려했는데 문화재가 있다 보니 어려웠고 시장에는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공사판 한 가운데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고 마음이 모였다"며 "아파트 현장에서 50m도 안 떨어진 곳에서 수행을 하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 천막 동안거를 통해 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을 담은 영화 '아홉 스님'의 진각 스님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20.05.2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 천막 동안거를 통해 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을 담은 영화 '아홉 스님'의 진각 스님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2020.05.27.  [email protected]


'상월결사'가 일반적인 안거와 달랐던 점은 또 있다. 바로 6가지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했다는 것이다. 스님들은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공양(식사)은 하루 한 끼만 ▲3개월 내내 옷은 한 벌만 ▲양치만 허용, 삭발과 목욕 금지 ▲외부인 접촉금지(천막 벗어나지 않기) ▲묵언 등을 모두 지켜야만 했다. 여기에 이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라는 초강수의 항목까지 청규7항이 완성됐다.

스님은 "보통 안거 기간 동안 특별정진을 위해 청규의 1~2개 정도를 스님들이 신청해서 행한다. 일반 선원(절)에서 안거를 할 때는 묵언까지는 잘 하지 않으며, 일반정진으로 8~10시간 정도 수행한다"며 상월결사가 이례적으로 극한 상황에서 진행된 안거임을 설명했다.

일곱 가지 청규를 모두 지키는 게 힘들지 않았는지,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묻는 질문에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스님은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면 90일 동안 못 버텼다. 강하면 강할수록 더 정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니, 내가 청규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청규가 나를 따라오게 되더라"고 답했다.

이어 "외려 청규를 강하게 정해 놓고 살아 보니 점점 더 초심으로 돌아가게 됐다.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허례허식을 벗어던지니 구도자의 자세가 갖춰지더라"고 덧붙였다.

매일 반복되는 공사장 현장소리에 정신이 산만해지지는 않았는지 묻자, "물론 전쟁터에 온 듯 시끄러웠다. 하지만 정진을 하다 보니 망치소리마저 응원의 소리로 들리더라. 점철성금(쇠를 달구어 황금을 만든다는 뜻으로, 나쁜 것을 고쳐서 좋은 것으로 만듦)을 느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 천막 동안거를 통해 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을 담은 영화 '아홉 스님'의 진각 스님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2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한국 불교 역사상 최초 천막 동안거를 통해 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을 담은 영화 '아홉 스님'의 진각 스님이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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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의 소통 장애로 하루에 한 끼뿐인 공양을 못 받는가 하면, 창문으로 물이 세 천막 바닥이 물바다가 되고, 수행 중인 스님들이 쓰러지는 등 크고 작은 위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스님은 "극한 상황이 몇 번 왔다"며 "스님들이 쓰러질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아홉스님 모두 한 마음 한 생각으로 마음을 같이했기 때문에 그분이 아픈 것만큼 우리도 아팠다"고 회상했다.

이어 스님에게 상월결사 전과 후의 가장 큰 변화를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정신을 차린 것 같다"였다. 진각 스님은 "안거를 30회 이상 했다. 끄대를 돌아보면 굳은 결의로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느슨하게 했고, 정신상태가 치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우에는 굳은 결의를 갖고 내면적으로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천막을 나온 후 하루를 놓치지 말고 정신 바짝차려 화두를 깨치고 정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안 겪었으면 언제 정신차렸으려나 싶다. 진정한 수행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꾸밈없이 고백했다.

스님은 속세를 사는 대중에게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갖고 더불어 살아 달라"고 청했다. "상대방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대자연도 포함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무책임한 행동은 나에게 돌아오게 돼 있어요. 배려심을 갖는다면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것입니다." 72분, 전체관람가

[서울=뉴시스]영화 '아홉 스님' 포스터(사진=퍼스트런 제공)2020.05.15

[서울=뉴시스]영화 '아홉 스님' 포스터(사진=퍼스트런 제공)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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