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코로나에 마이너스 전망 잇따르는데…정부 '나 홀로 낙관'

등록 2020.06.01 16:3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정부, 올해성장률 0.1% 제시…2.3%포인트 하향 조정

한국은행 -0.2% 전망…IMF·3대 신평사 역성장 전망

한국 경제 역성장 1980년·1998년 2차례 밖에 없어

정부 "3차 추가경정예산 및 정책 효과 반영해 제시"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6.1.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6.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수가 위축되고 수출길이 막히자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전망했던 올해 성장률인 2.4%보다 2.3%포인트(p) 낮췄지만, 플러스(+) 성장 기조는 유지한 셈이다.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올해 우리나라가 역성장할 거라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만 홀로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에 마이너스 전망 잇따르는데…정부 '나 홀로 낙관'


◇한은마저 -0.2% 전망…국내·외 기관 줄줄이 역성장 예고

우리 경제가 급속히 악화된 것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부터다. 여기에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로벌 대유행(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고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봉쇄 조치를 하자 글로벌 경제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이 대면 접촉을 피하면서 지난 1분기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각각 전분기보다 6.4%, 2.0% 감소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지난 4월 소비자 심리지수(CCSI)도 70.8로 2008년 12월(67.7)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격히 냉각했다.

지난 2월 15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던 수출은 한 달 만인 3월 다시 내림세로 전환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의 봉쇄 조치 때문이다. 활기를 띠었던 고용시장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전년보다 19만5000명 감소하면서 10년2개월 만에 역성장 했다. 4월(-47만6000명)에는 감소폭이 확대돼 21년2개월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주요 경제지표들이 곳곳에서 경고음을 내자 국내외 경제 연구기관들도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IMF는 지난 4월 한국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에서는 가장 높지만, 마이너스(-) 성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3대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1.5%), 피치(-1.2%), 무디스(-0.5%) 등도 줄줄이 역성장을 예측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는 -0.1%를 제시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0.5%로, 한국경제연구원은 -2.3%까지 내려갈 것으로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가 올해 0.2% 성장하지만, 최악의 경우 -1.6%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0.2%로 대폭 수정했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한 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1.6%)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 실제 성장률은 0.8%를 기록했다. 1953년 GDP 통계를 편제한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한 건 2차 석유파동이 왔던 1980년(-1.6%)과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5.1%) 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3차 추경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3차 추경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6.01. [email protected]


◇14개 중 12개 지표 전망치 낮췄지만…정부, 플러스 성장 유지한 이유

정부는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 제시했던 14개 경제지표 전망치 중 12개를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민간 소비는 직전 전망에서 2.1% 성장할 것으로 봤으나 이번에 1.2% 감소할 것으로 목표치를 내렸다. 설비투자는 5.2%에서 1.7% 증가로 3.3%p 낮췄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4.0% 증가를 전망했다가 이번에 2.4%로 하향 조정했다. 경상 GDP 성장률도 3.4%로 제시했다가 0.6%로 대폭 내렸다.

취업자 수는 올해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취업자가 25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제시한 바 있다. 고용률도 지난해 전망(67.1%)보다 낮은 66.4%로 목표를 수정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0%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전망에서 0.4% 상승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경상수지(595억 달러→580억 달러), 상품수지(808억 달러→710억 달러), 수출(3.0%→-8.0%), 수입(2.5%→-8.7%)까지 대부분 지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다만 건설투자(-2.4%→-1.0%)와 서비스·본원·이전 소득수지(213억 달러 적자→130억 달러 적자)만 직전 전망보다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이번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서 성장률을 전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때는 전망 기관별 편차가 ± 0.5% 정도로 (성장률이) 큰 차이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3.0% 정도까지 흩어져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플러스 성장률 전망을 유지한 건 3차 추가경정예산과 정책 효과로 역성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확산세 둔화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도 이전보다는 살아날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재확산되거나 겨울철에 2차 대유행이 현실화될 경우 성장 경로상의 추가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는 "방역 문제가 해소되고 3차 추경과 정부의 정책 효과까지 고려해 성장률을 전망했다"라면서 "(정책 효과로 인한 성장률 제고 효과는) 정확히 숫자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서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형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도 "민간소비의 경우 GDP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한 포션(portion)"이라며 "민간소비가 위축돼 (성장이) 감소는 하겠지만 4월부터 소매판매가 나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역점을 둔 소비와 기타 투자 대책을 고려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2020.06.01.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2020.06.01. [email protected]


이에 대해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내리기 부담스러워서 최소한의 플러스로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정부가 제시한 수치도 그리 좋지 않지만 너무 낙관적으로 예상한 듯싶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정책 의지를 포함해 성장률을 발표했지만, 지금 지출구조로 봐서는 0.1% 성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 지출이 예고됐지만, 사업 자체가 지출 승수가 클 것 같지 않다. 현재로서는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