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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더운 날…PC방도 한강공원도 곳곳 '탈마스크'

등록 2020.05.30 18: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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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후 첫 주말…곳곳 감염 불씨

PC방 손님 수십명 한 명도 마스크 안껴…욕설에 기침 '콜록'

한강공원 수백명 인파…편의점 밖 10m까지 줄서는 진풍경

'방역수칙' 현수막 밑에서 다닥다닥 붙어 마스크 없이 대화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정부가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하기로 시작한 뒤 맞는 첫 주말인 30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이나 물리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2020.05.30. mina@newsis.com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정부가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하기로 시작한 뒤 맞는 첫 주말인 30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이나 물리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2020.05.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이 x놈이, 아~ 짜증난다!"

"콜록 콜록!"

30일 오후 3시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 온라인 고스톱을 즐기던 한 중년 남성이 연신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그 옆에서는 다른 남성이 입도 가리지 않고 마른 기침을 했다. 하지만 이날 이 두 사람을 포함해 PC방에 있던 사람 27명 중 마스크를 끼고 있는 건 오직 직원 두명 뿐이었다.

쿠팡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훌쩍 넘기고 신규 환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정부는 이번 주말을 코로나19 확산의 고비로 보고 있다. 사실상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한 뒤 처음 맞는 주말이지만 이날 서울 곳곳에서는 감염의 폭발적 '불씨'가 될 만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영등포구의 이 PC방에서는 게임과 온라인 카드게임, 바둑 등을 즐기는 손님들이 곳곳에 앉이있었다. 전체 60여석의 자리 중 절반 가량인 24석이 차 있었지만 '한 칸씩 띄어앉기'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자리를 붙어 앉은 모습도 포착됐다.

손님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일부 귀에 걸고 있는 경우에도 턱 밑까지 내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들은 입을 가리지 않고 큰소리로 전화를 하거나 기침, 트름을 하기도 했다.
PC방에서 마스크를 벗고 게임 중인 청소년들.

[서울=뉴시스]PC방에서 마스크를 벗고 게임 중인 청소년들. (사진=뉴시스DB)

환기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었다. PC방 옆에 붙어있는 흡연실에서 흘러나온 연기로 공기는 답답하고 무거웠다.

담배를 피우던 남성 A씨는 '코로나19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마스크를 왜 끼지 않았는지 묻자 "실내라 답답하기도 하고 흡연실 왔다갔다 하다보면 귀찮아서 안 쓰게 된다. 마스크를 가지고는 있다"며 주머니를 열어 마스크를 내보였다.

손님이 나간 후 빈 자리를 소독하던 한 직원은 "들어올 때는 마스크를 끼도록 요구하는데 좌석에서 벗었다 착용했다 하는 걸 일일이 다 제지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은평구 35번째 환자가 역촌동 소재의 PC방을 방문해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서울 동대문구의 한 PC방에서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서울시와 영등포구청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노래방·PC방 등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조사에 나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PC방에서 방역상홤을 점검하고있다. 2020.03.13.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서울시와 영등포구청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노래방·PC방 등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조사에 나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PC방에서 방역상홤을 점검하고있다. 2020.03.13. [email protected]

한강 공원에서도 우려스러운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올해 최고 더위를 기록했음에도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날 오후 4시께 한강공원 인근의 여의나루역 앞 한 편의점에는 계산을 하기 위해 선 줄이 가게 밖 10m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줄을 선 20여명은 채 30㎝도 거리를 두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밀폐된 가게 안도 사정은 비슷했다. 30~40여명이 내부의 좁은 통로를 꽉 채우고 와글와글 떠들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무리 청년들은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맥주를 고르거나 안주로 '쫀드기를 먹을지 쥐포를 먹을지' 큰 소리로 의논하기도 했다.

이날 이 편의점에는 외부에 있는 계산대를 추가로 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공원에서는 수백명의 사람이 몰려 돗자리나 텐트를 설치하고 앉아있었다. 명당 자리인 나무 그늘 밑에는 발디딜 틈 없이 삼삼오오 시민들이 모여있었다.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마스크 착용하기'라는 방역수칙이 걸린 현수막 아래 마스크를 끼지 않은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5.30. mina@newsis.com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마스크 착용하기'라는 방역수칙이 걸린 현수막 아래 마스크를 끼지 않은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5.30. [email protected]

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끼지 않고 웃고 떠들어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이 무색했다. 현수막에는 '한강에서도 사회적 거리 2미터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늘막도 사회적 거리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마스크 꼭! 꼭! 꼭!' 등과 같이 방역 수칙을 당부하는 글이 적혀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커플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섭다, 자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대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전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 강화 조치를 내렸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주말이 앞으로 2주간의 시간, 즉 수도권 감염 확산세를 꺾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앞으로 산발적 발생을 2주 이내에 최소한 감소시키고 그동안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모든 사업장, 초·중·고교에서도 추가 환자 발생이 최소화되도록 모두 다 같이 노력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도권 발생이 앞으로 우리가 진행할 본격적인 생활 속 거리두기를 앞두고서 우리가 먹고 있는 쓴 약으로만 그칠 수 있도록, 즉 앞으로 계속해서 진정세를 유지하면서 생산 활동, 교육 활동 등 우리 사회에 필수적인 활동이 일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방역당국도 환자감시, 추적관리 전반적인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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