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더운 날…PC방도 한강공원도 곳곳 '탈마스크'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후 첫 주말…곳곳 감염 불씨
PC방 손님 수십명 한 명도 마스크 안껴…욕설에 기침 '콜록'
한강공원 수백명 인파…편의점 밖 10m까지 줄서는 진풍경
'방역수칙' 현수막 밑에서 다닥다닥 붙어 마스크 없이 대화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정부가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하기로 시작한 뒤 맞는 첫 주말인 30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이나 물리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2020.05.30. [email protected]
"콜록 콜록!"
30일 오후 3시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PC방. 온라인 고스톱을 즐기던 한 중년 남성이 연신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그 옆에서는 다른 남성이 입도 가리지 않고 마른 기침을 했다. 하지만 이날 이 두 사람을 포함해 PC방에 있던 사람 27명 중 마스크를 끼고 있는 건 오직 직원 두명 뿐이었다.
쿠팡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훌쩍 넘기고 신규 환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정부는 이번 주말을 코로나19 확산의 고비로 보고 있다. 사실상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한 뒤 처음 맞는 주말이지만 이날 서울 곳곳에서는 감염의 폭발적 '불씨'가 될 만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서울 영등포구의 이 PC방에서는 게임과 온라인 카드게임, 바둑 등을 즐기는 손님들이 곳곳에 앉이있었다. 전체 60여석의 자리 중 절반 가량인 24석이 차 있었지만 '한 칸씩 띄어앉기'와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자리를 붙어 앉은 모습도 포착됐다.
손님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일부 귀에 걸고 있는 경우에도 턱 밑까지 내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들은 입을 가리지 않고 큰소리로 전화를 하거나 기침, 트름을 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PC방에서 마스크를 벗고 게임 중인 청소년들. (사진=뉴시스DB)
담배를 피우던 남성 A씨는 '코로나19가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마스크를 왜 끼지 않았는지 묻자 "실내라 답답하기도 하고 흡연실 왔다갔다 하다보면 귀찮아서 안 쓰게 된다. 마스크를 가지고는 있다"며 주머니를 열어 마스크를 내보였다.
손님이 나간 후 빈 자리를 소독하던 한 직원은 "들어올 때는 마스크를 끼도록 요구하는데 좌석에서 벗었다 착용했다 하는 걸 일일이 다 제지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은평구 35번째 환자가 역촌동 소재의 PC방을 방문해 방역당국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서울 동대문구의 한 PC방에서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서울시와 영등포구청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노래방·PC방 등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조사에 나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PC방에서 방역상홤을 점검하고있다. 2020.03.13. [email protected]
이날 오후 4시께 한강공원 인근의 여의나루역 앞 한 편의점에는 계산을 하기 위해 선 줄이 가게 밖 10m까지 길게 늘어서 있었다. 줄을 선 20여명은 채 30㎝도 거리를 두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밀폐된 가게 안도 사정은 비슷했다. 30~40여명이 내부의 좁은 통로를 꽉 채우고 와글와글 떠들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무리 청년들은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맥주를 고르거나 안주로 '쫀드기를 먹을지 쥐포를 먹을지' 큰 소리로 의논하기도 했다.
이날 이 편의점에는 외부에 있는 계산대를 추가로 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공원에서는 수백명의 사람이 몰려 돗자리나 텐트를 설치하고 앉아있었다. 명당 자리인 나무 그늘 밑에는 발디딜 틈 없이 삼삼오오 시민들이 모여있었다.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마스크 착용하기'라는 방역수칙이 걸린 현수막 아래 마스크를 끼지 않은 시민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05.30. [email protected]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커플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섭다, 자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앙대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전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방역 강화 조치를 내렸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주말이 앞으로 2주간의 시간, 즉 수도권 감염 확산세를 꺾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앞으로 산발적 발생을 2주 이내에 최소한 감소시키고 그동안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모든 사업장, 초·중·고교에서도 추가 환자 발생이 최소화되도록 모두 다 같이 노력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도권 발생이 앞으로 우리가 진행할 본격적인 생활 속 거리두기를 앞두고서 우리가 먹고 있는 쓴 약으로만 그칠 수 있도록, 즉 앞으로 계속해서 진정세를 유지하면서 생산 활동, 교육 활동 등 우리 사회에 필수적인 활동이 일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방역당국도 환자감시, 추적관리 전반적인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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