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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마스크업체 "정부가 질보다 양 요구...검품 못해"

등록 2020.06.01 10:59:14수정 2020.06.01 11: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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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품 직원 파견 가능토록 정부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2020.05.22.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2020.05.22.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본 정부의 천 마스크, 이른바 아베노마스크' 제작 업체가 입을 열었다. 이 업체는 일본 정부가 “질보다 양이다”며 빨리 제작하라고 재촉해 자사 기준 국내 검품을 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일본 정부가 제조를 의뢰한 마스크 업체 중 하나인 고와(興和)의 미와 요시히로(三輪芳弘) 사장은 1일자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3월 중 1500만 장, 4월 중 5000만 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고와는 1894년 직물 도매상으로 시작해 2차대전 에는 제약 분야, 호텔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 기업이다.

당초 미와 사장은 지난 2월 말 경제산업성에서 도쿄(東京)전력의 후쿠시마(福島) 제2원전에서 사용할 방호복 관련 논의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옆에서 거즈 마스크 관련 이야기를 듣고 "(우리 기업도 마스크 제작을) 하려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관계 회사에서 거즈 마스크를 만든 적 있다면서 최근까지 양은 적으나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하여간 빨리 달라'는 이야기였다. 3월 중 1500만장, 4월 중 5000만 장이라고 들었다. 놀라서 (우선하는 것이) '양입니까, 질입니까'고 묻자 '양이다'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도쿄=AP/뉴시스]지난 14일 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2020.05.15.

[도쿄=AP/뉴시스]지난 14일 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2020.05.15.

특히 미와 사장은 납품한 마스크가 자사 직원에 의한 검품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마스크 원단 가공은 태국, 인도네시아, 봉제는 중국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으로 입국할 수 없어 일본어가 가능한 현지 중국인 직원을 통해 가공업자에게 부탁하는 형태로 제작이 이뤄졌다.

실제 바느질이 시작된 시점은 3월 21, 22일께였다. 그는 정부 기한까지 앞으로 10일 밖에 남지 않아 가능할지 우려했으나 정부에서는 "뭐라도 좋으니 가지고 와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게다가 "일본에서 검품 담당자를 현지(중국)에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세기나 뭐라도 좋으니 1~2명이라도 생각했으나 (출입국 제한 등으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검품을 현지에 맡길 수 밖에 없었으며 기준을 만족했는지 최종 확인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서둘러 진행해 검품 태세를 충분히 취하지 못하면 불량률이 평상시 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품질이 떨어지면 즉시 회수해 교환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에 말했다"고 밝혔다.

'아베노마스크'는 전 가구에 배포되기 시작한 후 벌레 등 이물질이 혼입된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결국 일본 정부가 품질을 무시하고 양만을 고집해 품질이 떨어지는 마스크가 시민들의 손에 들어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때 이물질이 들어간 마스크가 논란이 되자 일각에서는 정부와 기업의 유착에 대한 의혹이 부상하기도 했다. 미와 사장은 "채산이건 뭐건 없다. 손해보고 있다"며 정치적 유착은 "절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가 질보다 양을 우선하며 마스크 제작을 서두른 배경에는 여론의 비판이 있었다. 신문에 따르면 총리 관저는 당시 심각한 마스크 부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1월 하순 약국 등에서 일회용 마스크가 품절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약국 영업 개시 전 마스크 구매를 위해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줄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국회에서도 비판이 높아졌다.

일본 정부가 "15개 층 거즈를 5개 층으로 줄이면 3개 더 만들 수 있지 않느냐"라며 품질을 무시하는 타진도 있었다고 고와 측은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1일 전 가구에게 천 마스크를 배포하겠다고 선포하고 5월 말 배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5월 27일 기준 배포율은 25%에 그친다. 신문은 아베 정권이 혼돈에 빠져 달리고 있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주요 마스크 발주 기업은 고와, 마쓰오카 코퍼레이션, 이토추 상사, 유스비오, 릴리프 등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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