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업들 돌아오라지만…알맹이 빠진 유턴기업 지원책

등록 2020.06.01 16:32:1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전경련 설문조사서 '리쇼어링 고려' 3%에 불과

유턴법 시행 등 지원 늘었지만 실효성 여전히 의문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2020.05.29. 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2020.05.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정부가 해외에 있는 우리 제조 기업을 국내로 복귀시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서 자국 내 조달과 생산 기반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국내 투자와 산업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크고 작은 유턴기업 정책을 발표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더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를 보면 국내 매출액 1000대 기업(비금융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비책으로 해외 생산 기반의 국내 이전을 뜻하는 '리쇼어링'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변은 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조사에는 총 157개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기업들의 낮은 리쇼어링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연구개발(R&D) 지원 등 기업 지원제도'(32.5%), '노동 규제 완화'(24.8%), '판로 개척 지원'(20.1%), '리쇼어링 기업 인정 기준 확대'(10.7%)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아직까지는 국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해외 진출 기업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 진출한 대다수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직 현지에서 국내 복귀를 원하는 기업이 공식적으로 접수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유턴기업 유치 확대를 위해 계속해서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리쇼어링을 강조한 만큼 그 의지가 강하다. 지난 3월에는 개정된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유턴기업 지원 대상 업종을 기존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정보통신업까지 늘렸고, 비수도권에 입주하는 유턴기업에는 국·공유재산 장기임대(50년), 임대료 감면, 수의계약 등을 허용하는 사용특례도 적용했다.

또한 유턴기업은 국·공유재산 임대 시 재산가액 1% 이상의 임대료를 적용받고 기획재정부 장관 협의를 거쳐 최대 50% 범위에서 감면받을 수 있다. 매입한 국·공유재산에 대한 대금 납부 시에도 납부기일을 연기(최대 1년)하거나 분할 납부(최대 20년)할 수 있다.

이번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자료를 보면 정부는 국내 사업장 증설을 통한 복귀 시에도 세제 지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턴기업이 세제 지원을 받으려면 해외 사업장을 청산·양도하거나 축소·유지한 이후에 국내 사업장을 신설·창업해야 한다.

기존에는 해외 사업장 생산량의 50% 이상을 줄여야만 법인세·소득세를 감면해줬는데 이 요건도 폐지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감면 규모도 정해진다.
[서울=뉴시스]지난 4월28일 서울 서초구 KOTRA 영상회의실에서 '민관합동 유턴지원반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04.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지난 4월28일 서울 서초구 KOTRA 영상회의실에서 '민관합동 유턴지원반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04.28. [email protected]



과거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리쇼어링 수요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으로 입주할 경우 법인세 감면과 공장용지 임대, 임대료 감면 등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는 탓이다. 이는 이전부터 유턴기업 정책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입지·시설 투자와 이전 비용 등을 지원하는 유턴기업 보조금이 신설됐지만 비수도권(200억원)에 비해 수도권(150억원) 입주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가 더적다. 또한 첨단 산업에 해당하는 기업만 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도 있다.

LG전자는 얼마 전 구미사업장 TV·사이니지 생산라인 6개 중 2개 라인을 인도네시아 찌비뚱(Cibitung) 공장에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를 아시아 지역 TV 시장의 거점 생산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기업 리쇼어링 수요를 증가시키려면 미국, 일본과 같은 과감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해외로 이전한 기업에 대한 핀셋 지원을 통해 유턴 시 국내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리쇼어링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형일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현지 시장 개척 등 여러 목적이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투명한 나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해외에 있는 기업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