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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우려 나오는데…'집밥' 식재료 물가만 줄줄이 올라

등록 2020.06.02 11: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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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효과 발휘…가정내 식재료값 올라

돼지고기값 상승폭, 5년3개월 만에 최대 기록

고구마·양파·햄 및 베이컨·소시지·김치·달걀↑

외식물가는 0.6%↑ 그쳐…예년의 3분의 1 수준

국제유가 하락에 전체 물가는 -0.3%…디플레

디플레 우려 나오는데…'집밥' 식재료 물가만 줄줄이 올라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지난달 돼지고기·쇠고기를 비롯해 가정 내 식재료의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하락과 글로벌 경제활동 위축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마이너스(-)로 추락한 가운데 먹거리 물가만 고공 행진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위 '집밥 수요'라 불리는 가정 내 식소비가 늘고, 여기에 긴급재난지원금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먹거리 물가도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2.2% 상승했다. 이는 2015년 2월(12.9%) 이후 5년3개월 만에 나타난 최대 상승폭이다. 4월달 상승폭(2.6%)에 비해 5배 가량 확대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가격(냉장 삼겹살)은 100g당 2273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15.0% 오른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돼지고기 공급의 경우 큰 차이가 없는데 가정 내 수요는 늘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5월 중순부터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쇠고기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6.6% 상승, 2016년 12월(6.9%)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달 농축수산물을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물론 공급측면의 요인이 상당히 크다. 작황부진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봄배추를 비롯해 전반적인 채소 가격이 올랐다. 배추는 102.1%나 폭등했다.

공급 외에 수요측면에서의 원인도 감지된다. 고구마(16.3%), 양파(17.3%), 햄 및 베이컨(5.6%), 소시지(6.2%), 김치(7.6%), 달걀(9.1%) 등 가공식품과 일부 채소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가정식품으로 쉽게 쓸 수 있는 재료들의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전체 물가상승률 가운데 농축수산물의 기여도는 0.24%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축산물이 0.17%로 컸다.

반면 외식 물가는 예년보다 낮은 상승률에 그쳐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0.6% 상승했다. 예년의 경우 2%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데 비하면 오름세가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밖에서는 안 사먹고 대신 장을 봐 집에서 만들어 먹는 식으로 식생활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이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식재료 소비 증가세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다음 달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국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이 5월 중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전체적인 효과는 6월 통계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0.3%를 기록, 지난해 9월(-0.4%)에 이어 두 번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석유류가 18.7%나 하락했다. 여기에 대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교육비를 지원하는 등 교육분야 정책지원에 따라 공공서비스 물가가 1.9% 하락한 영향이다. 석유류와 공공서비스 물가의 하락 기여도만 -1.09%포인트(p)에 달한다.

하지만 역시 공급측면의 요인 외에 호텔숙박료(-8.0%), 해외단체여행비(-7.7%), 가전제품렌탈비(-8.4%) 등 소비 감소에 따른 수요측면의 하락 압력도 상존해 저물가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키우고 있다. 특히 수요측면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0%대에 그쳤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0.5% 상승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쓰이는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1% 상승에 그쳤다.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에는 선을 긋고 있다. 안 심의관은"이번에는 원인 자체가 수요측보다는 석유류 등 공급측 요인"이라며 "또 5월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이를 두고 디플레라 판단하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4월 기준 주요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미국 0.3%, 일본 0.1%, 유럽연합(EU) 0.6%, 중국 3.3% 등이다.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가 세계적인 저물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봉쇄조치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 및 내수 부진 등 수요측면의 충격과 유가 하락 등 공급측면의 충격이 점차 가격에 반영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세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며 예비적 저축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요국 물가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4%다.

[서울=뉴시스]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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