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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돌아간 한일 갈등…결국 WTO 판단에 맡긴다

등록 2020.06.02 17: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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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조만간 WTO에 패널설치 요청서 제출키로

코로나19로 멈춘 분쟁해결기구 회의 재개 시점 관건

WTO 상소심 기능 마비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

전문가 "日 여전히 다자규범 의식…의미 있는 카드"

원점으로 돌아간 한일 갈등…결국 WTO 판단에 맡긴다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정부가 잠정 중지됐던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대화로 합의가 어려워지자 WTO 제소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그간 수출규제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았고 해당 품목에 대한 국산화 작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하에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는 WTO 제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번 제소 결정도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상징성에 무게를 둔 판단이라는 것이다.

◇다시 시작된 'WTO 한일전'…"패널설치 요청서 제출할 것"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하기 위해 조만간 WTO에 패널설치 요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 절차를 주관하는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는 통상 매월 말에 열리지만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회의가 재개되는대로 문제 제기에 나설 계획이다.

패널설치는 WTO 분쟁 절차의 1심 재판 격이다. 이전 단계인 당사국 간 양자협의에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제소국이 패널설치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

앞서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두 차례 양자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도 양자협의를 통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재판 절차로 넘어갈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당초 WTO 분쟁에서 양자협의를 두 번 갖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양국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은 11월22일 국장급 정책대화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부터다.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WTO 분쟁해결 절차를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산업부는 양국 간 정상적인 대화가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무역분쟁 절차 재개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산업부는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실상 원상회복을 요구한 것으로 답변 시한도 지난달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이에 대해 나 실장은 "일본 측의 답변은 있었지만 우리가 기대한 답변은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 재개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2020.06.02.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 재개 브리핑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202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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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는 여전히 의미 있는 카드"

WTO로 공은 넘어갔지만 정부의 제소 결정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먼저 제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WTO 상소기구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면서 지난해 말부터 무역분쟁 해결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탓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등 이른바 '부자 나라'가 WTO의 개발도상국 특혜를 받고 있지만 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WTO 위원들의 선임을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번 제소 절차 재개는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상징성에 의미를 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반대로 WTO 제소는 여전히 일본을 압박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카드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은 미국과 달리 여전히 다자통상규범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제소를 통해 압박할 수 있다"며 "지금보다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WTO 회원국들이 참여한 다자간 임시상소중재제도(MPIA)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WTO 상소심을 대체할 수 있는 제도로 활용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중심이 돼 만든 것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MPIA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소송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나 실장은 "상소기구가 폐지된다고 해도 회원국을 중심으로 여러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지금 제소하면 1년이 넘게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그런 상황을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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