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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연구원 뺀 질병관리청 승격 논란…정은경 "둘다 확대"

등록 2020.06.04 18: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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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연구원 복지부 이관에 정은경 "같은 판단"

조직개편시 정원·예산 삭감?…단순계산이 부른 오해

질병관리청 조직 규모는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해

정은경 "질병관리 필요한 연구조직·인력 확대 논의"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 공동으로 발전·확대"

【세종=뉴시스】충북 청주시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 전경.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충북 청주시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 전경. (사진=질병관리본부 제공)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출범 16년 만에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질병관리청 승격이 발표된 직후 환영하는 목소리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가 질본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일선에 섰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본 산하에서 복수 차관을 신설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기로 하면서 복지부 조직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역 단위 방역 역량 강화를 위한 가칭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면서 여전히 보건소 방역 업무는 지방정부에 두기로 해 자칫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염병 전문가가 제대로 된 질병관리청 승격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자, 방역당국은 애초 정례 브리핑 참석 예정이 없었던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발표 순서까지 바꿔가며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 업무서 방역 삭제…질병관리청, 방역 컨트롤타워 된다

지난 3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복지부 소속 기관이던 질본을 중앙행정기관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다. 동시에 현재 단수 차관인 복지부에 보건 분야를 담당할 제2차관을 둔다.

이번 조직 개편의 목적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에 있다. 질병관리청이 되면 예산·인사·조직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복지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질본이 수행하던 질병관리와 건강증진 관련 각종 조사·연구·사업 등도 질병관리청 고유 권한이 된다.

실제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복지부 업무에서 방역이 아예 삭제된다. 대신 각종 질병에 관한 방역·조사·시험·연구 및 감염병에 관한 사무는 복지부가 질본에 분장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질병관리청이 관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상당 부분을 질병관리청장이 복지부 장관으로부터 넘겨 받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주요 시책을 심의할 감염병 관리 위원회는 복지부가 아닌 질병관리청에 두는 게 대표적이다.
[서울=뉴시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차관급 기관인 질병관리본부를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복지부에 보건·복지 분야 복수차관제를 도입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차관급 기관인 질병관리본부를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복지부에 보건·복지 분야 복수차관제를 도입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국립보건연구원 복지부 이관에 전문가 "철회해야"

질본의 청 승격으로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컨트롤타워가 되는 데엔 이견이 없다. 다만 이번 조직 개편 방안과 관련한 쟁점 중 하나는 현재 질본 산하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의 복지부 이관이다.

행안부는 감염병 관련 업무라 하더라도 다수 부처 협력이 필요하거나 보건의료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능은 복지부가 맡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질본 산하에 있던 장기·조직·혈액 관리 기능 등도 복지부로 이관한다. 이에 따라 현재 질본 산하 조직 중 국립검역소를 뺀 국립보건연구원(감염병연구센터·생명의과학센터·유전체센터)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복지부로 옮겨진다.

이같은 결정에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질병관리본부 산하기관으로 감염병의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연구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쪼개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확대해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얼마나 있기에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 운영을 한다는 말이냐"며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과 과장자리에 보건복지부의 인사적체를 해결하기 위하여 행시출신을 내려보내던 악습을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하시려는 것이냐"고 물었다.

◇국립보건연구원 등 이관된다고 질병관리청 정원·예산 삭감되는 건 아냐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지점 중 하나는 질본이 청으로 승격돼도 정원과 예산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확히 살펴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전날 행안부 브리핑 과정에서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질본의 조직 규모가 2020년 현재 정원 907명, 예산 8171억원에서 정원 746명, 예산 6689억원으로 인력 161명과 예산 1482억원으로 바뀐다는 행안부 답변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이는 현재 질본에서 복지부로 이관키로 한 국립보건연구원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조직 및 예산을 단순 뺀 숫자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의 정원과 예산은 이번에 입법예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따로 대통령령을 만들어 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즉, 질병관리청의 정원과 예산을 지금보다 늘릴 것인지 줄일 것인지는 정부 조직 개편과 함께 추가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지 지금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여기에 정부는 조직 개편을 통해 현재 복지부 산하에 있는 국립결핵병원은 감염병인 결핵 특성상 질병관리청으로 이관할 계획이다.

◇보건소 지자체장에 맡긴 채 권역별 센터…'옥상옥' 우려도

또 하나 논란이 된 건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신설할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칭)의 역할이다. 행안부는 권역별로 센터를 설치해 지역 현장 역학조사와 상시 질병 조사·분석 업무 등을 수행해 지역사회 방역 기능을 지원하고 동시에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시·군·구 보건소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질병관리청과 시·도 보건환경연구원, 보건소가 감염병이 발생하지 않는 평소에도 감염병 대응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 산하에 있는 보건 업무 중 최소한 방역 업무라도 질병관리청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 본부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방역 관련 인력들을 질병관리청 산하로 흡수하지 않으면 평소에 감염병 대응 준비가 안 된다"며 "보건소 직원들은 지자체장 간섭을 받아야지, 인력 충원하려면 행안부에 잘 보여야지, 복지부 업무 따로 있지, 질병관리청에서도 업무 요청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질병대응센터가 자칫 옥상옥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은경 "보건연구원 없어도 질병관리청 연구역량은 강화"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9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중앙임상위원회의 의견을 반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렘데시비르의 해외의약품 특례수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05.29.  ppkjm@newsis.com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9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중앙임상위원회의 의견을 반영,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렘데시비르의 해외의약품 특례수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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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논란에 대한 정은경 본부장의 생각은 어떨까. 국립보건연구원은 복지부로 옮기고 이와 별개로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질병관리청 자체의 연구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게 정 본부장의 생각이다.

정 본부장은 "국립보건연구원은 좀 더 보건의료 연구 개발의 컨트롤타워로서 더 조직이 크고 또 전문화가 되는 게 필요하다"며 복지부 이관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감염병 연구 외에도 유전체나 재생의료 연구 등 전체적인 보건연구원 연구 분야를 볼 때 복지부의 사업들과 연계될 때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없다고 감염병 연구 분야가 질병관리청에서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게 정 본부장 생각이다.

정 본부장은 "질병관리를 잘할 수 있는 역학적인 연구, 모델링이나 예측이나 역학조사 방법론을 개발하거나 감염경로별 역학적인 특성을 분석하고 실태조사하는 등 질병관리본부도 청이 되더라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며 "공중보건연구의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행안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 모두 그 기능과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정 본부장은 생각을 밝혔다.

정 본부장은 "보건의료 성격의 연구는 보건의료 R&D(연구개발) 조직하고 융합돼서 추진하는 게 좀 더 효율적"이라며 "감염병에 대한 역학, 정책 같은 공중보건연구는 별도로 연구기능을 확대해서 질병관리청의 소속 연구 조직으로 만드는 2가지를 구분해 조직을 만드는 방안으로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청에 소속기관이나 2차 소속기관의 형태보다는 복지부의 직접 소속기관으로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의 2가지 기능을 같이 공동으로 발전시키고 확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독립된 기관으로서 기능하는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과 같은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건소를 질병관리청이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정 본부장은 "모든 감염병을 중앙이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실은 어렵다"며 "지자체와 중앙의 감염병 대응 역량이 둘 다 양쩍으로도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부족하다. 그래서 중앙에 대한 조직도 강화하지만 시·도나 시·군·구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확충하는 것도 같이 추진돼야 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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