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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질본 '무늬만 승격' 논란에 직접 교통정리 나서

등록 2020.06.05 16: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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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질본 산하 기관 이관 방안 전면 재검토" 지시

국립보건연구원, 총괄 연구기능 위상 강화 위해 복지부로

개편안, '무늬만 승격' 논란…질병관리청의 예산·조직 축소

질병관리청에 손 들어준 文…의료 영리화와 선 긋기 분석

행안부, 입법 예고 만료 6월 중순 이전까지 개편안 만들 듯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분투 중인 정은경 본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질병관리청 승격안과 관련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배경에는 입법 고시안에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라는 당초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염병 대응과 관련한 컨트롤타워는 질병관리청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러스 연구를 산업과 연계시킬 목적으로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겠다는 정부의 구상과 달리 감염병 대응에 있어 일체화된 기능이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뜻이 이번 지시에 담겼다. 이에 따라 국립감염병연구소를 포함한 국립보건연구원 일부 기능이 질병관리청 산하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문 대통령은 5일 "현재 질병관리본부(질본) 소속 기관인 국립보건연구원과 감염병 연구센터가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소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하여 이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질본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나, 기존 질본 산하에 뒀던 정책 연구를 수행하는 국립보건연구원은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된다. 총괄 연구기관으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국립보건연구원에는 감염병연구센터·생명의과학센터·유전체센터 등 3가지 센터로 이뤄져있고, 연구원은 감염병 연구 외에도 공공백신 연구, 미세먼지 연구 등과 같은 국가 산업 차원에서 보건 의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동하면, 질본의 인력과 예산이 줄어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면서 사실상 '무늬만 승격'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현행 정원은 907명에서 질병관리청 체제에서 746명으로, 예산은 8171억원에서 6689억원으로 줄게 된다.

물론 정부는 보건복지부 산하 감염병연구센터를 국립감염병연구소로 개편해 백신과 치료제 R&D 등에 집중하게 하고, 질병관리청은 신종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한 역학 연구 등을 맡게 하겠다는 취지로 업무를 조정했지만 사실상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서는 행정적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독자적 예산 편성과 조직 운영권을 통해 질본에 힘을 실어주려고 했던 애초의 구상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학계와 언론 중심으로 일자 문 대통령이 이날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30분께 대변인을 통해 언론에게 자신의 전면 재검토 사항을 지시할 것을 공개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본이 청으로 승격하면서) 독립 기능은 강화됐으나 조직이 160명 정도, 예산도 1500억원 정도가 감축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면서 "당초 조직을 축소시키려는 데 (승격의) 목적이 있던 게 아니었다"고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립보건연구원 안에 있는 감염병 연구소를 전체 바이러스 연구를 통합해, 산업과 연계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그러려면 복지부로의 이관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던 것인데,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숙고한 끝에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5일 오전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06.05.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의 모습. 2020.06.05. [email protected]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국민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통령께서 단호하게 지시한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실상 국립감염병연구소를 포함해 국립보건연구원의 일부 센터 등이 다시 질본관리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질병관리청은 감염병과 관련한 정책 연구 기능은 물론, 진단까지 모든 정책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지시에 앞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사이의 업무 조정에 있어서 고심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치료제와 백신의 상용화가 쟁점이었는데, 온전히 연구 기능을 맡아서 하는 질본이 산업화 기능까지 떠안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차원에서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선택의 문제였다"며 "치료제와 백신의 산업화를 생각하면 질본과 역량이 안 맞을 수도 있고, 산업화를 하게 되면 질본을 축소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문 대통령의 지시로, 질병 연구와 관련해서는 질병관리청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게 됐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산업화와 관련해서는 부수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시가 의료 영리화와도 선을 분명히 긋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보다 힘을 실어 의료 공공성 강화 측면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에서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약 보름 간의 예고 기간이 만료되는 6월 중순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6월 중순 이전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시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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