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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공세 주도하는 김여정…北 2인자 확고한 자리매김(종합)

등록 2020.06.08 18: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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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7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대남 현안 언급 無

김여정 지시 北 대대적 선전전 후 연락사무소 차단

"김정은 정상간 신뢰, 김여정은 대남 비난 역할 분담"

오늘 남북 연락사무소 불통…단계적 수위 높일 듯

[평양=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2020.06.04.

[평양=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2020.06.04.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역할을 '대남 사업 총괄'이라고 확인한 데 이어 김여정 주도의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과 역할 분담을 통해 2인자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것을 확인한 것과 동시에 대남 사업 전면에서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자립경제 발전 및 인민생활 향상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화학공업 육성, 평양 시민의 생활 보장 등에 대한 지시를 내렸지만 최근 남북간 최대 현안인 대북 전단 살포 등 남북 문제와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최근 김 제1부부장이 노골적으로 대남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 행보와 대조적이다. 앞서 김제1부부장은 지난 4일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했다. 이어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폐를 예고하며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라고 규정했다.

특히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사업 부문에서 담화문에 지적한 내용들을 실무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검토 사업에 착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아닌 고위 간부가 '지시했다'고 밝힌 것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김 제1부부장의 정치적 지위와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여정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3자 회동 등 주요 현장에서 김 위원장의 특사 역할을 하거나 그림자 수행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김정은 특사로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정권 실세들과 남북 문제를 논의하며 국제무대에서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여정은 지난해 말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에서 당 제1부부장으로, 올해 4월에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다. 올해 5월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이 불거졌을 때 후계자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영국 가디언은 김여정에 대해 "북한 정권의 심장부에 있는 인물"이라며 김 위원장의 프로파간다를 이어갈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후계자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왼쪽),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오른쪽)과 함께 노동당 청사에 마련된 신년사 발표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1.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오전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왼쪽),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오른쪽)과 함께 노동당 청사에 마련된 신년사 발표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01.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김 제1부부장의 높아진 존재감은 대남 비방 전선은 물론 북한 내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은 북미, 남북 문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남 관계를 총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6일, 7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담화에 접한 각계의 반향'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고위 간부와 주민들의 비난 기고문을 잇따라 실었다. 그간 내부 결속을 위해 김 위원장의 발언이나 국정 기조를 전면에 내세워 분위기를 띄우곤 했지만 고위 간부의 담화를 내세워 선전전에 나선 것은 흔치 않다는 평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 북미 정상간 개인적 신뢰를 유지하고 김여정은 김 위원장과의 협의와 지시를 통해 대남 문제의 전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북미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고 김 위원장과 김여정과 역할 분담을 통해 대남 비난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김여정은 대남 문제뿐만 아니라 조직 지도부, 선전선동부, 대미 관계 등 김 위원장의 역할을 대행하며 국정 전반에서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외화 발행, 군사 문제 등에도 관여하는 등 김 위원장의 믿을 만한 파트너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이날 오전 한때 남북연락사무소 직통 전화에 응하지 않으며 김 제1부부장의 담화가 지니는 파장도 확인됐다. 다만 북한은 이날 오후 평소와 마찬가지로 남북 연락사무소 간 통화를 진행하면서 한 차례 소통으로 마무리됐다.

임 교수는 "북한이 공언한 조치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차원에서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며 "김 제1부부장이 말한 대로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개성공단 전면 철거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통일전선부는 남한에서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로 시한을 못박은 만큼 당분간 남북 관계를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며 "남북 관계의 파국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지지만 북한 자체가 시한을 두고 이야기했으므로 언제라도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외교당국은 최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를 계기로 확인된 대남 문제 및 대외 문제에서의 높아진 위상에 주목하며 실무진 차원에서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한미 북핵 수석대표간 논의가 이뤄지거나 계획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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