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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거부·오후엔 응답…존폐 기로 남북 연락사무소 운명은

등록 2020.06.08 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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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사무소, 지난 1월 말부터 매일 2회 전화 협의

북측 '연락사무소 폐쇄' 방침 후 8일 오전 통화 불발

오후엔 다시 응답…통일부 "북측 별도 언급 없어"

정부, 당분간 통화 연결 추이 살피며 진의 파악할 듯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8.09.14.  photo@newsis.com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8.09.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북한이 8일 오전 서울~평양 남북 연락사무소 간 직통 전화 연결을 거부했으나 이날 오후 다시 응답했다. 북측이 연락 불발 이유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연락사무소가 계속 정상 가동될지는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금일 오후 공동연락사무소 남북 연락 협의는 평소대로 진행됐다"며 "오전 연락 협의에 대해 북측의 별도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측은 이날 오전 예정대로 북한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북측이 받지 않았다고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전한 바 있다.

남북은 지난 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락사무소 운영을 잠정 중단했지만 연락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오전·오후에 정례적으로 개시·마감 통화를 이어왔다.

북한이 이날 오전 연락사무소 직통 전화에 불응한 것은 지난 5일 통일전선부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지시에 따라 남북 연락사무소 폐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됐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막지 않는 남측 정부를 비난하면서 연락사무소 철폐, 개성공단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은 지난 1월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연락사무소 운영 잠정 중단에 합의하는 대신, 매일 오전·오후 연락사무소 간 통화로 소통창구로서의 기능을 유지해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통전부 담화가 나오기 전인 지난 5일 오후 마감 통화는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여 대변인은 "지금까지 북측이 통화 연결 시도에 대해 전화를 받지 않은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09.14.  photo@newsis.com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8.09.14.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북한이 이날 오전 전화 협의에 응하지 않은 것을 두고 사실상 연락사무소 폐쇄 수순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미 코로나19 여파로 연락사무소 운영이 중지된 상황에서 서울~평양 직통 전화마저 두절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개연성 있는 전망이었다.

특히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를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대남 강경 분위기를 고취하고 있어 연락사무소 폐쇄는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왔다.

정부는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오후 통화 여부를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여 대변인은 북측의 통화 거부를 연락사무소 운영 중단으로 해석하는지와 관련, "오늘 오후에도 예정대로 통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우리측 통화 연결을 거부한 배경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내일 오전·오후 통화 여부를 지켜봐야 연락사무소 존폐 관련 북한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3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연락사무소 철수 방침을 밝혔다가 사흘 만에 결정을 번복하고 돌아온 전례가 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합의되고 같은 해 9월14일 개소했다. 남북 인원이 한 공간에 상주하며 365일, 24시간 소통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남측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9.14.  photo@newsis.com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남측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참석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9.14.  [email protected]

남북은 차관급인 양측 연락사무소장 간 주 1회 소장 회의를 통해 상시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 하노이 결렬 이후 남북 소장 회의는 열리지 않았지만, 북한이 남측과 소통을 일절 거부하는 와중에도 연락사무소는 폐쇄되지 않고 명목상으로나마 유지됐다.

북측이 내일 정례 통화에 다시 응할 수도 있지만, 이날 연락 불발을 통해 언제든 연락사무소 기능을 끊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해소돼도 대북전단을 둘러싼 남북 간 긴장이 풀리지 않으면 연락사무소 재가동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개설된 연락사무소가 폐쇄될 경우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의 후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북측의 대남 비난 수위 고조, 연락사무소 불통 속에서도 북측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방부에 따르면 남북은 이날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양측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을 정상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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