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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벼랑 끝 전술로 대남 압박 강화+내부 결속…美 흔들기도

등록 2020.06.09 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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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 9.19 남북군사합의 불이행 불만 누적

文정부, 남북 협력 사업 추진 의지에도 美 눈치에 답보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 벼랑끝 전술로 美 압박 예상"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8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6.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평양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8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0.06.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북한이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을 완전 차단하고, 대남 사업을 '대적 사업'인 적대 전략으로 전환하는 초강경 대응책을 내놨다.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방치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동력 만들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오전 12시부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통신연락선, 남북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남북 통신시험 연락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 연락선이 완전 차단·폐기한다고 밝혔다.

이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난 지난 5일 담화를 통해 탈불민 단체의 대북 전살 살포 문제를 지적하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연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 조치를 언급한 지 닷새만이다.

북한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표면상 남측이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하고 있다는 불만에서 우선 비롯됐다. 탈북자 단체가 접경지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모독하고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대북 전단을 풍선으로 북측으로 날려보내는 것은 물론 쌀과 마스크 등을 담은 페트병을 북으로 흘려보내는 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대북 전단에 대해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함부로 우리의 최고존엄까지 건드리며 핵문제를 걸고 무엄하게 놀아댄 것"이라며 "저렬하고 더러운 적대 행위"라고 규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이날 연락선 차단을 공지하며 "조선당국의 무맥한 처사와 묵인 하에 역스러운 쓰레기들은 반공화국 적대 행위를 감행하면서 감히 최고존엄을 건드리며 전체 인민의 신성한 정신적 핵을 우롱했으며, 결국 전체 우리 인민을 적대시했다"고 지적했다.

대북 전단 살포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자 단국대 석좌교수는 "북한은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물품도 국경에서 일정기간 보관하는 등 방역 단속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삐라 외 다른 물품도 들어있는 풍선이 날아오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2019.02.28.

【하노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2019.02.28.

하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이 대남 압박 강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 시사'에 출연해 "대북 전단은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알아야 한다"며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9.19남북군사합의가 하나도 이행이 안 됐다고 하는 불만이 대북 전단 사건을 계기로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물살을 타던 북미와 남북간 화해 모드가 냉각된 것은 지난해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no deal, 결과 없음)로 끝나면서부터다.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며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제재를 풀기 위해선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하노이 협상이 잘 될 것이라는 남측의 메시지와 북한의 기대가 무너지며 북한은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의 하위로 내려놓기 시작했고,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다. 이후 북한은 북미대화 교착 상태와 대북제재 장기화에 맞서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초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 간에 할 수 있는 북한 개별관광, 철도 연결, 보건의료 분야 협력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표출됐다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기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은 사업도 있으며, 일부 저촉된다 해도 예외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업도 있다"고 강조하며 강한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남북협력사업이 북미 비핵화 협상보다 앞서면 안 된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평양=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2020.06.04.

[평양=AP/뉴시스]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강력히 반발하며 "남측이 이를 방치하면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들이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2020.06.04.

특히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북한이 경제적으로 엄혹한 상황에 처하자 대남 압박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남북 관계를 넘어 북미 관계에서 상황 변화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하며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단순히 대북 전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남쪽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표출할 명분을 찾고 있던 상황"이라며 "제재에 예상치 못한 코로나까지 겹친 상황에서 북한 주민을 끌고 가자면 엄혹한 상황이 누구 때문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굴복하거나 양보하지 않고 제 갈길을 갈 것이라는 내부적 결속용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현재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북한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대미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분간 대남 압박을 심화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협상 복귀를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은 11월 미국 대선 혹은 내년 상반기가지 정면돌파전으로 가겠다는 시간표를 갖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경제적 위기에 봉착하면서 벼랑 끝 전술로 돌파하려는 것"이라며 "통일부의 대북 전단 관련 법안 마련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한미 동맹의 틈새를 벌리고, 미국을 압박하려는 목표"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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