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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신뢰 상징 '핫라인' 폐기…한반도 평화 또 먹구름

등록 2020.06.09 15: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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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문 닫아버린 북한…남북 관계 4·27 이전 회귀 우려

핫라인, 남북 변화 처음 알린 상징…남북·북미회담 '물꼬' 함의

전문가 "삐라는 불만 표출의 명분…서해 긴장 조성 가능성"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0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 놓인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남북 정상회담 종합상황실장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역사적 남북 정상간 직통전화 시범통화가 조금 전 완료됐다"며 "오후 3시41분부터 4분19초간 상호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2018.04.20.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직통 전화 '핫라인'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4.20.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북한이 9일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해 그동안 운용 중이던 남북 사이의 모든 연락 채널 폐기를 공식 선언했다.

단계별로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을 예고한 북한이 그 첫 시행 조치로 '대화의 문'을 닫으면서 자칫 남북 관계를 4·27 판문점 선언 이전 시점으로 되돌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련락선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2020년 6월 9일 12시부터 북남공동련락사무소를 통하여 유지해오던 북남 당국사이의 통신련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련락선, 북남 통신 시험련락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련락선을 완전 차단, 페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남측을 담당하는 대남(對南) 사업부서들의 향후 사업 방향성을 철저한 적대시 정책으로 전환하고, 그 첫 조치로 남측과의 모든 연락 채널을 폐기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통신은 "이번 조치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 공간을 완전 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의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통일부·국방부·청와대에 설치된 모든 연락 채널을 폐기하겠다는 것은 향후 있을 대화의 가능성까지 차단한 완전한 관계 단절의 의미를 담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문 대통령 취임 후 남북 관계의 변화를 처음 알린 상징적 성과였다는 점에서 뼈아프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2년 여 전 대화의 장으로 처음 나올 때 밟아왔던 순서 그대로 하나씩 남북 관계의 성과물을 지워가는 수순을 따르려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2018년 3월5일~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이 평양 방문 과정에서 얻어낸 성과물이다. 두 차례의 남북 간 통신 실무회담을 거쳐 4·27 판문점 제1차 남북정상회담 꼭 일주일 전인 4월20일 첫 시험 통화가 이뤄졌다.

이후 판문점과 평양을 오가며 개최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6·12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첫 단추' 역할을 했던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구축이 함의하는 바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구축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열어가겠다는 이른바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 실현 속에 가장 의미있는 성과물이었다고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 남북협력 사업 추진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북한과의 '대화의 문'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교착 상태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나가려는 노력들은 지속되고 있다"며 "충분히 잘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계기로 남측을 향해 그동안 누적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한반도 내 긴장감이 조성됐다. 북한은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김여정 부부장의 지난 4일 담화 이후 닷새 만에 경고했던 내용을 실행에 옮겼다.

이러한 배경에는 '영변 폐기와 제재 완화' 카드로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대북제재를 이유로 지난 1년을 허비한 문 대통령을 향한 누적된 불만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옹하고 있다. 2019.07.06.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포옹하고 있다. 2019.07.06.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은 결과적으로 대북전단(삐라)을 문제 삼았지만 궁극적인 이유가 단순히 삐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 누적돼 온 남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표출할 명분을 찾던 중에 삐라가 걸려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당초 담화에서 구체적으로 개성공단 시설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했었다는 점에서 당분간 상황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북한은 지난 5일 통전부 대변인 담화에서 "우리도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 할 일 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이제)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는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접경지역에서의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단하기로 한 4·27 판문점 선언 2조 1항의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북한도 그에 상응하는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동엽 교수는 "지상과 공중은 경계선이 비교적 명확하고 자칫 정전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스스로 정전협정 위반의 명분을 만들지는 않으려 할 것"이라며 "게다가 6월이 꽃게철이라는 점에서 서해 해상에서 긴장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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