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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창옥 "흉터있는 뒷모습 처음 봐...갑옷 안에 갇혀있었다"

등록 2020.06.10 1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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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 10일 개봉

소통전문가 '강연계 BTS'로 유명

청각장애 아버지와 소통...찐 '김창옥 찾기' 조명

[인터뷰]김창옥 "흉터있는 뒷모습 처음 봐...갑옷 안에 갇혀있었다"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소통전문가 '강연계 BTS'로 유명세를 탔다. 30대 초반부터 19년간 7000회가 넘는 강연을 다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울림을 전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과, 가족과의 소통엔 무뎌졌다. 그런 그가 영화를 통해 자신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스타 강사 김창옥이다.

10일 극장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들리나요?'는 무대 밖 인간 김창옥을 비춘다. 밝은 조명의 무대 위와 방송에서 늘 웃으며 사람들과 소통해온 그는 흉터가 있는 자신의 뒷모습을 처음 마주했다.

시작은 아버지였다. 가장 오래된 숙제인 아버지와의 관계를 풀어야했다. 청력을 잃은 아버지와 한 번도 제대로 얘기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이 크니까 문제가 됐던 것 같아요. 딸아이와는 살가운 사이이지만, 7살 쌍둥이 아들들에겐 엄하고 무뚝뚝한 아빠였죠. 아들들이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생겨 상담한 결과, 아버지와의 관계 문제라는 결론이 났죠. 아, 이 오래된 숙제를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창옥은 "아버지와의 불통이 자신의 아이들로 이어지는 상황, 이제 그 숙제를 풀게 됐다"고 말했다.

우연히 강연 차 들린 한 병원에서 아버지의 청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실 수술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듣는다면 유튜브를 통해 아버지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감정을 쏟아내고 싶었어요."

 이 이야기를 친구 김봉한 감독에게 꺼냈고, 영화로 해보자는 제안에 절친한 배우 신승환도 함께 감독으로 뛰어들었다.

영화 '들리나요?'는 아버지와의 소통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김창옥의 인간적인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  강사로서 외부에 보여지는 모습을 걷어내고, 곁에서 지켜본 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김창옥을 드러냈다. 청각 장애인 아버지와의 화해와 치유의 여정에서 ‘진짜 김창옥’을 찾아가는 인생로드무비다.

"영화에서 보니까 제가 화를 참 많이 내더라고요. (화를) 안 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저의 맨 얼굴이 잡힌 건 처음이에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땐 "벽이 느껴졌다"는 등 지인들 평가에 화도 나고 당혹스럽기도 했다. 왜 자신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는지, 그들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건 아닌지 불편함도 있었다. 하지만 되레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랬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찾아왔다.
[서울=뉴시스] '들리나요?' 포스터 (사진=트리플픽쳐스)

[서울=뉴시스] '들리나요?' 포스터 (사진=트리플픽쳐스)

수많은 강연과 유튜브 영상을 찍었지만, 한 번도 끝까지 영상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첫 장면부터 집중해 끝까지 봤다. "(무대 위에서의) 분장한 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영화엔) 분장이 없고 제 민낯, 흉터 있는 뒷모습이 나오죠. 부끄럽고 연민이 느껴지면서도 저 한 사람으로 보여지더라고요."

그동안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며 단단한 갑옷 안에 갇혀있었던 것 같다고 스스로 돌아봤다.

김창옥은 "그것이 저를 지켜줬을지 모르지만, 제게 걸맞는 옷을 입고 살아가고 싶은 건 명확해졌어요. 이전에는 강의를 안하면 존재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김창옥이란 사람이 더 중요해졌어요. 건강한 김창옥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는 거죠."

그는 영화에서 친구인 두 감독의 따뜻한 시선을 느꼈고, 자신을 돌아보며 치유하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이 시대의 보통 사람, 겉보기엔 문제없이 일하고 있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상처도 많고, 지쳐있고 소통도 잘 못하는 이 시대의 사람. 이런 걸 겪는 한 인간의 뒷모습을 따뜻하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김창옥은 이 영화가 자신과 같은 세대들에게 스스로를 보는 거울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창옥의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그 누군가의 영화가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이 거울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와 비슷한 세월을 보낸 40대와 50대, 제 어머니와 같은 세월을 보낸 이들에게 자신을 보는 따뜻한 거울, 유쾌한 거울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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