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세쓸통]영세 사업장 우후죽순…넷 중 셋은 '나 홀로' 사장님?

등록 2020.06.14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IMF 이후 최대폭 감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늘어…집단 이동 추정

전체 기업 대출 잔액 38%가 '개인사업자 대출'

코로나19로 직격탄에 직원 내보내고 빚내 버텨

[세쓸통]영세 사업장 우후죽순…넷 중 셋은 '나 홀로' 사장님?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지난 달 직원을 한 명 이상 둔 자영업자들이 1년 전보다 20만 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원 없이 혼자 장사하는 '나홀로 사장님'만 늘어난 셈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가 악화되면서 고용이 불안정한 영세 사업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모양새입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임금근로자 668만6000명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38만4000명으로, 1년 전(158만4000명)보다 20만 명(12.6%)이나 감소했습니다. 이는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2월(-28만1000명) 다음으로 높은 감소폭입니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조사는 개인에 대한 추적 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사라진 사장님들이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론적으로는 세 가지 경로가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폐업했을 경우(실업자 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 두 번째는 기업체 등 다른 사업장으로 취직했을 경우(임금근로자로 이동), 세 번째는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서 장사하는 경우(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이동) 등입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역시 세 번째입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 달 421만7000명에 달했는데, 1년 전(409만9000명)보다 11만8000명 늘어난 숫자입니다. 전체 자영업자 560만1000명 가운데 75%가 '나 홀로' 사장님인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직원 없이 혼자 가게를 꾸려가는 나 홀로 사장님들은 직원을 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비해 규모가 영세하기 마련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최악으로 쪼그라드는 와중에 이들이 늘어났다는 건 비교적 형편이 나았던 자영업자들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원을 내보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달 전체 취업자 2693만 명 가운데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은 24.8%입니다. 전체 취업자 넷 중 하나가 자영업자인 말 그대로 '자영업 공화국'인 셈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여타 선진국들의 자영업 비중은 미국(6.3%), 일본(10.3%), 프랑스(11.7%), 영국(15.1%) 등으로, 우리가 확연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이들의 '빚 내 버티기'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10조8000억원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폭은 지난달에도 7조7000억원 불어나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이가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시설 투자 등 향후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업 대출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자금줄이 마른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정부와 은행의 금융지원 확대 정책 등도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개인사업자 대출의 총 잔액은 지난 달 기준 364조5000억원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해 국내 전체 기업 대출 잔액(945조1000억원)의 38%에 달합니다.

자영업자들의 사정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 CSI(소비자동향지수)는 4월 57, 5월 60 등에 그치고 있습니다. 1년 전인 작년 4월(87)과 5월(88)에 비해 28~30포인트(p)나 급락했습니다. 이 숫자가 기준치인 100 아래로 떨어진다면 '어려워졌다'는 부정 인식이 긍정 인식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체감 경기 수준을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 CSI는 4월 25, 5월 32에 그쳤습니다. 작년 4월(66), 5월(64)에 비해 41, 32포인트씩이나 급락한 수준입니다.

최근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 흐름이 지속되고 특히 지난 달 중순부터 풀린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반영된다면 앞으로는 '최악'이었던 4~5월보다는 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긴 합니다. 자영업자들의 향후경기전망 CSI도 64로 전월 대비 10p 이상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가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고 더디게 회복된다면 향후 전망도 밝을 수 없습니다. 봉급생활자와 달리 자영업자, 특히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경기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다시 이어지면서 '나 홀로 사장님'들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란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