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심동섭 한글박물관장 "'내방가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심동섭 국립한글박물관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14. [email protected]
국립한글박물관이 내년에 경북 안동시, 한국국학진흥원와 함께 조선시대 여성문학의 하나인 '내방가사(內房歌辭)'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한다. 조선 후기 양반가 며느리들이 주로 쓴 가사로 한글을 이용해 당시 여성들의 삶을 반영한 작품들이다. 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 한글 여성문학으로는 첫 사례가 된다.
심동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지난 9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관련 서적 출간과 특별전시 등도 추진한다.
심 관장은 "안동의 유림 집안들이 소장하고 있는, 며느리들이 쓴 내방가사들이 엄청나게 많다"며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 등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글로 쓴 여성들의 일기 성격의 유산들인 만큼 우리 한글박물관이 함께 추진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심동섭 국립한글박물관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14. [email protected]
또 내년에 내방가사 관련 특별전시인 '규방의 문자, 한글'을 개최하고 이즈음에 맞춰 기록유산 등재 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이로써 안동 및 영남지역의 한글 활용사례를 통해 한글문화의 독특함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다는 구상이다.
2014년에 개관한 한글박물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른 박물관들과 마찬가지로 유례없는 휴관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휴관을 계기로 박물관의 향후 계획을 점검하고 변화의 계기를 꾀하겠다는 게 심 관장의 생각이다.
[서울=뉴시스] 국립한글박물관.(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2020.6.14 [email protected]
심 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휴관한 지금이 기회 아니겠나. 그동안 못했던 것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그동안 여러 연구용역 등을 했는데 결과물을 내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 다 한다는 생각"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한글박물관은 국어학자들의 구술채록 사업 성과 보고서 등의 발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던 한글문화강좌도 온라인을 통해 제공한다. 올해 '한국의 문자 문화'를 대주제로 우리나라 문자 문화의 전개 양상과 한글 창제 전후의 문자 생활, 주변 민족 문자와의 관계 등을 살펴보는 정기강좌를 올해 개설하기로 했지만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이에 이달부터 강좌를 온라인으로 제작해 유튜브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실.(사진=국립한글박물관 제공) 2020.6.14 [email protected]
무엇보다도 그동안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평가을 들었던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한다. 심 관장은 "상설전시가 일관성이 없고 유물 해설 위주로 되어 있는 점이 아쉬웠다"며 "올해 말부터 상설전시를 한글 창제이전과 이후의 역사를 일관성 있고 쉽게 구성해 한글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역사적인 배경과 유물을 적절히 조화시켜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박물관의 다소 아쉬운 점은 해외 박물관처럼 국제적인 교류 등을 통해 제대로 된 해외사업에 나서지 못하는 부분이라는 게 심 관장의 생각이다. 한글박물관도 그동안 국제교류와 전국 순회전시 등에 적극 나서지 못했던 게 현실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심동섭 국립한글박물관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6.14.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한글박물관의 업무를 다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확장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우선 순회전시 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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