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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20대, 바흐 무반주 도전하기 좋은 나이"

등록 2020.06.15 17: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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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11일 '바흐&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 공연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사진=뮤직앤아트 제공)2020.06.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사진=뮤직앤아트 제공)2020.06.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비록 나중에 봤을 때는 지금의 해석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20대일 때 할 수 있는 음악 (해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20대는 가장 체력도 좋고 도전적으로 접근하기에 좋은 시기 같다."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만 20세에 한국인 최초로 바이올린 부문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5)이다.

연주하기가 특히 어려워 오랜 경력과 내공이 쌓인 후에 도전한다는 바흐의 무반주 전곡 순례에 나서는 임지영은 이번 공연이 자신에게 지니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임지영은 다음달 1일과 11일, 바이올린 음악의 양대산맥인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임지영은 관객 입장에서 지니는 이번 공연의 의미에 대해서는 "관객들께서 오셔서 잠시라도 음악을 듣는 순간 시간 여행을 하셨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힘든 시국이다. 이를 잠시 잊고 유럽 어딘가에 가서 바흐의 음악을 듣고 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사진=뮤직앤아트 제공)2020.06.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사진=뮤직앤아트 제공)2020.06.15 [email protected]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은 연주자의 한계를 끝없이 시험하는 최고의 난곡으로 흔히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라 불린다.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아 19세기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외젠 이자이가 작곡한 바이올린 독주 소나타는 '바이올린의 신약성서'로 통한다.

이에 대해 임지영은 "바흐의 음악은 구조적이고 이자이의 음악은 즉흥적이면서도 기교적이어서 서로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깊게 들어가보니 구조의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바흐와 이자이가 숨겨놓은 비밀 암호를 풀어가듯 화성의 움직임을 찾아내고 메시지를 찾아내는 데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덧붙였다.

또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에 대해 "많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생각할 때 바흐는 복잡하고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다. 바흐의 소나타는 선율적이다. 선율적이면서도 화성적이고 음악적인 지식을 토대로 작곡된 곡이다. 춤 곡인 것을 알지만 연주하다 보면 무거워지고 두터워지기 쉽다"며 "춤 곡의 분위기는 흐트러지면 안 된다. 연주를 하면서 내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사진=뮤직앤아트 제공)2020.06.15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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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솔로 무대의 마지막 곡은 바흐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르티타 제2번 d장조, BW1004'다.

마지막 곡을 이 곡으로 선정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이번 공연의 본질적인 컨셉이나 목적 자체가 바흐의 음악에서 파생됐다. 순서상으로는 이자이의 곡으로 끝나야 한다. 하지만 바흐 2번이 유명한 명곡이라 이번 공연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끝에 배치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보통 오케스트라나 피아노와 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무반주 전곡 공연은 그에게 이번이 처음이다.

 임지영은 "항상 누군가와 같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오롯이 혼자 준비하고 기획해야 한다. 혼자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협업을 할 때는 무대에서 즉흥적인 시도도 해보는데, 이번 공연의 경우 즉흥적인 요소는 자제하고 철저히 모든 게 계산되고 계획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성장하고 있다.

"보통 연습을 할 때 한 마디를 갖고 오랫동안 연습하는 스타일이다. 콘체르토(협주곡)는 보통 악보가 6장 정도인데 이번 공연은 악보가 두꺼운 책 분량이다. 연습을 더 체계적으로 해야함을 느낀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하우를 익혀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7월1일)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7월11일) 등 다소 규모가 작은 장소에서 열린다.

 "바흐가 이 곡을 작곡·연주 했을 당시엔 지금 처럼 2000~3000석 대형 규모의 공연장보다 교회나 성당 등 수 백명 정도만 앉아서 들을 수 있는 곳에서 했었다. 그런 비슷한 환경을 가진 장소에서 연주를 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성당에서 하기를 고집했다"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사진=뮤직앤아트 제공)2020.06.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사진=뮤직앤아트 제공)2020.06.15 [email protected]

그가 연주자로서 그리는 미래가 궁금해졌다.

임지영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한국인 초초 우승자라는 타이틀보다는 수식어가 필요없는 '임지영', 그 자체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수식어에 대해 별다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사람은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와닿을 수 있는 저만의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 그러면서도 '항상 진심으로 연주한다'는 느낌을 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

임지영의 '바흐&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전곡' 무대는 7월1일 오후 7시30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7월11일 오후 5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열린다.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1m 이상 거리두기를 실천, 전좌석의 25~50% 수준인 150석 내외의 자리가 준비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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