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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재기를 위한 멈춤 '칩거의 정치'…주호영 승부수 결말은

등록 2020.06.21 0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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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손학규·안철수 등 칩거로 재기 발판 만들어

협상력 무기 주호영, 복귀 시점 및 메시지 주목

【강진=뉴시스】신대희 기자 =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계복귀를 선언한 20일 오전 전남 강진군 토담집에서 이곳을 떠나기 전 기르던 진돗개 해피를 쓰다듬고 있다. 2016.10.20 sdhdream@newsis.com

【강진=뉴시스】신대희 기자 =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계복귀를 선언한 20일 오전 전남 강진군 토담집에서 이곳을 떠나기 전 기르던 진돗개 해피를 쓰다듬고 있다. 2016.10.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오세훈과 손학규, 안철수. 이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일정 기간 동안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칩거'를 통해서 정치적 실리를 도모했다는 것이다. 각자의 사정은 달랐지만 그들은 공백 기간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어느 정도 얻어낼 수 있었다. '칩거의 정치'가 여야 수뇌급에서 종종 등장하는 이유다.

◇두 발 앞서기 위한 한 발 후퇴, 칩거의 내력…재기 발판 되기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이슈를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진행했다가 결국 패배했다. 이후 그는 4년간 해외연수를 떠나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정치적으로 잠적했다.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동시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였다. 이후 정계에 복귀해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다. 야권이 전반적으로 참패한 지난 총선에서 그도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다.

손학규 전 민생당 대표는 대선과 재·보궐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자 2014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토굴집에서 칩거를 시작했다. 그는 2년 2개월만에 "제7공화국을 이루겠다"며 정계에 복귀했다. 이후 국민의당에 합류했고 대선후보 경선에서 안철수 대표와 일전을 벌이기도 했다. 부침 끝에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한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대표를 거머쥐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문재인 당대표에게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가 거절 당하자 최후통첩을 날린 후 칩거에 들어갔다. 그는 약 일주일 후 공식 탈당을 발표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에 문 대표가 만류를 위해 직접 자택을 방문하는 등, 칩거를 통해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안 대표는 이후에도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1년 4개월간 유학을 떠나는 등, 잠행하는 방식을 자주 활용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해외 연구 활동을 마치고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0.01.19.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해외 연구 활동을 마치고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0.01.19.   [email protected]


◇수적 열세 못 이기고 떠난 주호영…복귀 시점은 언제

더불어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해 사의를 표명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달 8일 원내대표로 취임한 이후 겨우 한 달만에 풍파를 만난 주 원내대표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다.

주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출마 당시부터 "이번 원내대표는 압도적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풍부하고 치밀한 대여 협상 경험과 전략 그리고 집요함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협상 능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바 있다.

실제로 그의 협상력은 그간 통합당의 중대한 현안이었던 지도부 문제에서 빛을 발했다. 총선 참패 후 한 달 동안 당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홍이 심화된 상황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고, 미래한국당과의 합당도 21대 국회 임기 시작 전 마무리짓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경륜만으로 극복하기에 177석 대 103석이라는 여대야소(與大野小) 상황은 압도적이었다. 주 원내대표로서도 민주당과 범여권이 강행한 단독 개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어진 원 구성 협상에서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여당에서 '상임위 싹쓸이' 주장이 나올 만큼 불리한 협상 환경이었다. 여야가 서로 자기 몫이라고 주장하는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상임위원장을 얼마나 차지하느냐에 이목이 집중됐고, 당 내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난항을 겪었다.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상임위원장직을 맡게 되기 때문에 손익계산을 하는 반면, 초선 의원들은 우선 타협을 본 후 상임위원회 안에서 정책으로 싸우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홀로 참석해 발언을 마친 후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2020.06.15.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제379회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 홀로 참석해 발언을 마친 후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2020.06.15. [email protected]

주 원내대표는 사퇴를 선언한 후 현재 지방 사찰에 머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일종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주 원내대표와 통화한 후 "(여당이) 하청업체 다루듯 했다. 그냥 빼앗아가지 않았나. 받으려면 받고 말라면 말라는, 하청업체한테 갑질하는 행태에서 협상이 아니라 굴욕이었다고 생각하고 이런 오만과 독선으로부터 (주 원내대표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고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야당의 원내지도부 공백 등을 감안해 19일 예정됐던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후 주 원내대표의 복귀가 당겨질 수 있으리란 예측도 나온다. 복귀 시기와 조건 등에 따라 파급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주 원내대표가 '하안거 해제' 메시지를 어떻게 사용할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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