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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01X 번호' 이제는 놓아줘야 할 때다

등록 2020.06.16 0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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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산업부 기자

▲이진영 산업부 기자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정부가 지난 12일 011·017로 시작하는 SK텔레콤의 2G 서비스 폐지를 승인하자 일부 01X 번호 사용자들은 추억이 있는 번호를 무조건 바꾸라고 할 수 있냐며 잇따라 반발했다. 정부가 2002년 010 번호통합을 결정한 후 19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011 번호를 그대로 쓰게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물론 오랫동안 정(情)이 든 번호를 바꿔야 한다는 게심적으로 힘들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번호를 부여받아 쓰는 게 여러가지로 불편할 것이란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010 번호통합을 했을 때 본인은 물론 전체 사용자들이 얻게 되는 실익을 냉정히 고려해보자.

우선 정부 목표대로 내년 6월 말 010 번호로 통합을 완료하면 전 국민이 010, 011, 016, 017, 018, 019 등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고 뒤 8자리만 눌러 통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모두의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을 위한 미래 통신번호 수요에 대비할 수 있다. 통일 등에 필요한 대량의 번호자원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통신사 경쟁 촉진 차원에서도 010 번호통합 조치는 적절하다. 1996년부터 2G 서비스를 공급하기 시작한 SK텔레콤은 당시 011 번호에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는데, 이로 인해 번호 위화감이 조성되고 통신사 경쟁을 저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010 번호통합은 이런 소모적인 사회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줬다.

아울러 2011년부터 010 번호통합 정책 전면 시행으로 인한 다른 사용자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01X 번호 유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법부도 일찌감치 010 번호통합에 지지를 표했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01X 휴대폰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정부의 '010 번호통합 계획'이 행복추구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 소원에 대해 유무선 통신번호는 국가의 유한한 자원이라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010 번호통합은 이렇듯 다양한 이익과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데 반해 01X 번호를 유지했을 때 생겨나는 편익은 '번호 추억' 외에는 찾기가 힘들다. 나아가 01X 번호를 지속 사용하겠다는 주장이 이통사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일명 '디지털 알박기'라는 의혹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이제는 01X 번호에 대한 애착은 추억으로 묻어둘 때가 된 것도 같다. 정부와 SK텔레콤도 2G 사용자들이 추가 비용 없이 3G 이상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다고 발표한 바 있다. '01X' 이제는 놓아줘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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