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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슬퍼하지 마요 혼자만 그런 게 아니니까" 진한 여운

등록 2020.06.17 15: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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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배우 정진영 영화 감독 데뷔작

[서울=뉴시스] 영화 '사라진 시간'.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0.05.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사라진 시간'.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2020.05.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한적한 소도시의 시골 마을, 외지인 부부가 의문의 화재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된 형구(조진웅)는 마을 사람들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단서를 추적하던 중 어느 날 아침 자신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음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진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대로 존재하고 집도, 가족도, 직업도 그를 설명하던 모든 것만 변해 있다.

배우 정진영의 영화 연출 데뷔작 '사라진 시간'은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크게 시골 학교 교사로 부임한 수혁(배수빈)과 그의 아내 이영(차수연) 부부의 비밀, 이들의 화재 사고를 조사하는 형구, 어느 날 형사에서 교사가 된 형구의 이야기가 나열되는데, 기묘한 꿈속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인생이 뒤바뀌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스토리텔링은 무난하지 않다. 기존 문법을 계속해서 흔들고 깨기 때문이다. 어느 한 장르가 도드라지지 않고, 인물이 뒤바뀌고, 시간이 섞인다. 대중들이 익숙한 뚜렷한 결론도 없고 어떤 게 벌어진 일인지에 대한 답도 안 준다.

의문의 화재 사고란 소재만 떼어놓고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가 제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한 개인이 정체성 혼란으로 서글퍼지는 감정과 순간에 집중한다. 극 중반 형구가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진실을 파헤치지만 추적극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정 감독은 삶의 정체성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식을 미스터리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길 원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줄곧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간극에서 오는 고독과 외로움이 진하게 풍긴다. 자신의 삶을 추적해가는 형구를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여운도 남긴다.

"슬퍼하지 마요 혼자만 그런 게 아니니까"라는 형구의 대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누구나 본인 스스로 인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형구가 자기의 삶을 받아들이고 체념할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서글퍼진다. 기존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색다른 구성이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리얼리티 그 자체다.

그러나 극 전개가 지나치게 불친절하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교사 부부가 의문의 화재사건을 당한 후 형구는 나만이 달라진 세계에 아무 예고도 없이 던져진다. 왜 형구가 다른 세계에서는 수혁의 모습이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극 후반 처지가 비슷한 젊은 여성과의 교감도 다소 급작스럽다. 구성이 분절적이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어도 물음표만 남는 찝찝함은 피할 수 없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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