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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프로농구 아시아쿼터 제도가 반짝이슈 안 되려면

등록 2020.06.19 10:3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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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프로농구 아시아쿼터 제도가 반짝이슈 안 되려면

[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남자 프로농구 KBL이 지난달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다. 팀당 한 명의 일본인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 '일본쿼터'가 어울리는 표현이다.

원주 DB가 제일 먼저 국가대표 출신 나카무라 타이치(23)를 영입했다. 다음 시즌부터 KBL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시아쿼터 도입의 중심에 이정대(65) KBL 총재가 있다. 과거 일부 구단이 모기업의 동남아 시장 확대 전략과 맞물려 아시아쿼터 제도를 언급한 적이 있지만 구체화된 적은 없다.

이 총재는 최근 일본 B리그와 파트너 관계를 강화했고, 아시아쿼터라는 결과물을 이끌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가를 받는 프로농구에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유망주로 평가받는 양재민(21)이 일본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수적 요소도 많다. 향후 중국, 필리핀 등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총재의 국제화 구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 프로팀들이 대결하는 '동아시아 슈퍼리그'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동아시아 슈퍼리그'는 2017년부터 매년 마카오에서 열린 '터리픽12'의 확대판이다. 홈앤드어웨이 방식을 적용할 계획으로 2021~2022시즌 출범을 목표로 한다.

이 총재는 2018년과 지난해 마카오를 찾아 관계자 미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제도 도입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건 흠이다. 4월과 5월 두 차례 이사회를 통해 지난달 27일 공식 발표했지만 4월에 이미 결정했다는 연맹과 세부 시행규칙을 전달받지 못해 추후 논의 대상으로 판단한 일부 구단이 엇박자를 냈다.

10개 구단 단장들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는 내용을 두고 연맹과 구단이 다른 해석을 내린 부조화다. 게다가 연맹은 자신들의 주장대로라면 이사회에서 통과된 안건을 구단과 언론에 공지도 하지 않은 셈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숨겼다.

결국 다수 구단들이 아시아쿼터를 염두에 두지 못한 채 선수단을 꾸렸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은 국내 선수들은 새 제도 도입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연맹 실무진의 내부 불협화음 때문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몇몇 관계자는 구단과 언론에 일련의 과정을 사실과 다르게 해명했고, 내용마저 제각각이었다.

아시아쿼터 선수가 국내 선수에 준한 규정을 적용받는 것도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보수는 국내 선수 샐러리캡에 포함되고, 정원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체격, 운동신경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기량이 월등하지 않다면 비슷한 몸값의 국내 선수를 선호하는 환경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향후 연봉 상한선을 정하거나 별도 장치를 마련해 아시아쿼터 선수에 대한 보수를 샐러리캡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구단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혀 보다 많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들어오도록 하는 게 제도의 목적에 어울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카무라를 영입한 DB 외에는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첫 술에 배부르랴.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 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짝 이슈몰이가 아닌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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