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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테크빌리지 최동훈 대표 "정부지원사업 덕에 재기했죠"

등록 2020.06.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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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훈 대표(사진=테크빌리지 제공) 2020.06.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훈 대표(사진=테크빌리지 제공) 2020.06.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테크빌리지 최동훈(47) 대표는 한 때 사업을 접을까 고민했다. 2003년 웹에이전시를 설립했지만, 12년 만에 문을 닫았다. 개발자로 수년간 경험을 쌓았기에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돈 없고 '빽' 없고 학벌이 좋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준비없이 창업을 하면 100% 실패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최 대표는 직장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며 소프트웨어 개발, 홈페이지 구축 등을 담당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영업도 맡았는데,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내가 개발한 제품을 직접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웹에이전시 사업에 뛰어들었고, IT기업을 주로 상대했다. 제조업과 달리 IT분야는 책상과 컴퓨터 하나만 있어도 사업이 가능하다. 그만큼 폐업 가능성이 높아 "자금 수급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돈이 거짓말하지, 사람이 거짓말하는 건 아니다. 일 없어서 힘든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수급 문제가 사업에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이다. 몇 개월 동안 프로젝트에 매달려도 돈을 안 주면 끝이다. 통화도 안 되고 잠수 타는 회사가 많았다. 워낙 벤처기업은 빨리 사라지니 문 닫고 나면 소용이 없는거다. 한창 헬스케어 붐이 일었을 때 피트니스 포털사이트 제작을 맡았지만 큰 사기를 당했다.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회사가 많이 어려워졌고 적지 않은 빚을 지게 됐다."

당시 욕설, 스팸 등을 필터링하는 프로그램 '워드센스'를 개발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와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엎어졌다. "한국어 단어가 워낙 많아서 완벽하게 필터링하는 것은 불가능 할거라고 예측했다"면서도 "한 회사로부터 계약 제안이 왔다. 금액 조정 미팅을 앞두고 '자체 개발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얘기해줬구나' 싶었다. 이후 이런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글자뿐만 아니라 이미지, 영상까지 필터링하는 프로그램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에 '워드센스'를 적용할 계획도 세웠다. KT, SKT 등과 협업해 사업을 확장할 생각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업을 처음 할 때여서 그런 일을 추진할 능력 자체가 없었다. 여력이 안 돼 투자 등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면서 "정말 순수하게 개발자이지만 영업도 좋아하니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후회했다.
[서울=뉴시스] 리해브웨어(사진=테크빌리지 제공) 2020.06.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리해브웨어(사진=테크빌리지 제공) 2020.06.19. [email protected]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이다. 최 대표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서 얻은 것은 기억도 안 난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가족간 신뢰를 잃은 게 컸다며 "아직도 회복이 안 됐다"고 한다. 휴먼마인드를 접고 빚에 허덕일 때 워드센스로 인연을 맺은 글로브포인트 대표가 손을 내밀어줬다. 이 곳에서 미래기술연구소장으로 3년간 근무했다.

둘째 아들이 뇌암 판정을 받아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아들이 재활치료를 힘들어 할 때 'VR을 접목한 재활치료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머리를 스쳤다. 미래기술연구소장으로 근무하며 AR, VR과 4차 산업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한 덕분이다. "VR기기를 쓰면 눈 앞에 운석이 다가온다. 아들이 안명장애로 인해 오른쪽 얼굴이 잘 움직이지 않는데, 운석을 터뜨리거나 피하기 위해 기를 쓰고 움직이더라"면서 "아들이 재미있어 해 가능성을 봤다"고 회상했다.

최 대표는 2017년 뇌질환 환자의 상실된 운동기능 회복을 위한 VR 재활치료 솔루션 '리해브웨어'를 개발했다. ARAT, BBT 검사 결과, 환자 상태가 크게 향상됐다. VR환경 고질적 문제인 어지러움증 관련 불편함도 호소하지 않았다. 리헤브웨어를 활용한 연구 논문은 미국 재활의학협회 포스터 부분 베스트 테크놀로즈 어워드를 수상했다. 미국 재활의학회지 'PM&R' 최근호에도 게재됐다.

최 대표는 2017년 6월 '테크빌리지' 설립과 함께 서울대병원과 MOU를 체결했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서한길 교수는 은인이나 다름없다. 길이 안 보여서 모든 걸 포기하려고 할 때 '정부지원 사업'을 알려줬다.

특히 '재도전 성공 패키지'가 눈에 띄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2015년부터 예비 재창업자나 재창업 3년 이내 기업 대표를 대상으로 재도전 성공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선발된 인원에게는 8개월 간 재창업 교육과 전문가 상담, 사무공간·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한다.

"재도전 성공 패키지는 지원자의 신용등급을 안 본다. 우연히 알게 돼 신청했고 최종 선정 돼 70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재도전 성공 패키지는 대표 급여가 인정이 안 됐다. 스스로 부담해야 했는데, 8개월간 버텼다. 이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가족은 첫 사업 실패 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어떻게든 극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둘째아들의 고생이 헛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서울=뉴시스] 최동훈 대표(사진=테크빌리지 제공) 2020.06.1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훈 대표(사진=테크빌리지 제공) 2020.06.19. [email protected]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려면 술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최 대표도 예전에는 술 많이 먹고 돈 많은 사람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면서도 "술 끊은지 3년 반 정도 됐다"고 털어놓았다. "사업모델만 좋으면 사람들은 알아서 찾아온다"며 "오히려 제품 개발에 몰두했더니 대학병원, 대기업 등에서 먼저 연락오더라"고 강조했다.
 
창업 초보자와 재창업자에게 조언을 잊지 않았다. 선천적인 사업 자질도 중요하지만 "그걸 뛰어 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지원사업은 필수다.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창업 교육을 먼저 받았으면 한다. 재도전 패키지 교육과정은 정말 훌륭하다. 무엇이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도 많이 됐다. 물론 정부 지원 사업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자부담 해야 되는 것도 있고, 정부지원사업에만 몰두하다 보면 다른 사업을 못 한다. 나도 정부지원 사업을 받은지 3년 정도 됐는데, 내년 안에 독립하는 게 목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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