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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종인 취임 한 달…킹메이커 혹은 '이슈'메이커

등록 2020.06.2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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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6월 첫 날 시작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임기가 어느 새 한 달이 가까워졌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김 위원장이 그 사이에 던진 화두는 결코 적지 않다. 기본소득과 전일보육제, 탈(脫)보수까지 파격적인 키워드를 꺼내들고 주목도를 높였다.

당 안팎에서도 자연스럽게 동요가 일었다. 패배 후 지도부 문제로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신선한 이슈를 언론에 노출시킨다는 점에서는 호평이 나왔지만, 반대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기존 당의 정체성과 너무 다르다는 점에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보여준 행보가 단순히 '화제성 만들기'에 그치고 있는 건 아니냐는 지적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겉으로 보이는 '껍데기'는 있으나 '알맹이'에 대한 속시원한 풀이가 없다는 것이다. 내놓는 대안들마다 논쟁거리를 안고 있음에도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누차 강조해 온 것 중 하나는 청년층 유입이다. 당의 지지층이 2030세대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늘 언급해왔으며 최근에는 독일 기민당·기독사회당 산하 독립 청년 조직인 '영 유니온'을 모델로 한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차기 대선 후보를 이야기하며 40대 기수론을 꺼낸 부분에서도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젊은 나이' 자체에만 집중했을 뿐 실질적으로 당이 젊어지는 데 공헌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물음표다. 비대위 구성에서 청년들이 일부 몫을 차지하긴 했다. 하지만 이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경륜으로 손쉽게 비대위를 통솔 가능하도록 한 정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의 목소리가 비대위 내에서 힘을 얻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우려했던 만큼 미래 먹거리 연구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도 보여준 바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한 대한민국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모습은, 미래를 모색하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보수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다짐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실행 상의 미흡함이 드러났다. AI 전문가로 알려진 경희대 이경전 교수에게 여의도연구원장직을 제안했다가, 이 교수의 과거 SNS 글 막말 논란으로 곧장 백지화하고 말았다.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검증이 부족했다는 쓴소리와 함께, 총선 패배 후 역할과 중요성이 강조된 여의도연구원장직을 단순히 AI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국한해 찾는 것은 보여주기식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가 던진 가장 무거운 이슈는 단연 기본소득이다. 보수진영에서 나오기 힘든 주제를 언급해 단번에 주목을 끌었고, 중도층에게 통합당이 정책적으로도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여당에서 기본소득 정책 연구가 활발해지도록 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국가의 재정 상황에서 실현이 과연 가능하냐를 두고 의원 및 당원들 사이에서조차 계속 이의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렇다할 현실적인 해법은 오리무중이다. 김 위원장은 "선별적으로 하겠다", "한국식 기본소득을 만들자"는 발언을 하긴 했지만 속시원한 답변은 아니다. 결국 구체적인 설계도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재평가가 이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기본소득'이 김 위원장의 정책적 역량을 증명할 것인지는 유보적이다.

취임 한 달만에 김 위원장은 '이슈 몰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눈길 끌기는 잠시일 뿐, 내부의 실질적 개혁과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김 위원장은 이제 첫 발을 뗐지만 실상 시간이 많지는 않다. 향후 국정감사와 보궐선거 등의 숨가쁜 스케줄 속에서 김 위원장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공간은 의외로 충분치 않을 수 있다. 보기 좋은 포장, 이제 그 안에 정말 영양가 있는 무엇이 있는지 열어보여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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