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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화 위원장 사퇴…'반쪽 공론화' 지적에 정부 "유감"(종합)

등록 2020.06.26 15: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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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공론화' '재검토를 재검토'…논란 속 떠나는 위원장

산업부 "차기 위원장 호선…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계속 추진"

월성 원전 맥스터 2022년 3월 포화 예상…8월엔 첫 삽 떠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2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돌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정책 수립과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을 위해 진행된 공론화 과정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그는 '반쪽 공론화', '재검토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면서 재검토위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도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유감을 표명하고 위원회 운영 규정에 따라 차기 위원장을 호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의견수렴 절차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론화 실패…판 잘못 짠 정부 탓"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한 식당에서 위원장 사퇴 의사를 표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재검토위는 실패한 것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재검토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문제 공론화와 국민적 수용성을 갖춘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출범했다. 당시 산업부가 주도해 위원 15명을 뽑았고 이후 4명이 탈퇴해 현재는 11명이 남았다.

정 위원장은 산업부가 재검토위 출발 단계에서부터 '판을 잘 못 짰다'고 주장했다. 탈핵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 등 이해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했어야 하는데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중립적인 인사로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면 공론화의 기본원칙인 숙의성과 대표성, 공정성, 수용성 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는 "위원회는 이해당사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해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채널이어야 한다"며 "산업부는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산업부가 새로운 위원장을 임명해 다시 위원회를 가동한다면 이후에 일어나는 수용성 저하, 물리적 충돌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산업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2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26. [email protected]



결정적인 사퇴 이유에 대해 정 위원장은 경주 지역실행기구가 재검토위에서 제공한 설문 문항을 모두 바꿨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경주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시민참여단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설문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정확히 어떤 식으로 문항이 바뀌었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이 설문 문항은 공개돼야 한다"며 "지역실행기구가 맥스터 증설을 원하는 사람으로 구성되지 않는 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재검토위원회는 정 위원장 사퇴 이후에도 현재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정책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추가 확충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방침은 위원장이 사퇴를 결정한 앞선 회의에서 과반수 동의를 통해 정해졌다.

정 위원장은 "앞서 회의에 9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6명이 그간 들여온 비용을 이유로 공론화 절차를 계속 진행하자고 했다"며 "나머지 3명은 저와 의견을 같이했고 이 가운데 2명은 현재 사퇴를 고민하고 있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맥스터 확충 위한 절차 차질 없이 추진"

산업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그간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 의견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추진해왔던 모든 노력들이 시민사회계의 불참을 이유로 '불공정' 및 '반쪽 공론화'라고 평가받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박했다.

위원회 구성 이전부터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재검토준비단 등을 통해 재검토 의제·방법 등에 대해 심층논의와 검토를 거쳤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해관계자로 위원회를 구성해 회의 첫날부터 회의 진행에 차질이 발생했던 과거 정부와 달리 공정한 의견수렴 관리 기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사례를 참조해 중립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의견수렴 절차에 대해서는 국민과 원전지역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민참여형 공론조사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치열한 내부논의 및 이해관계자 소통 등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모든 의견수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균형 잡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참여와 협조를 지속적으로 설득·독려했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뉴시스]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2019.09.0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2019.09.03. [email protected]



정 위원장이 제언한 재검토위원회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 의견을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재공론화는 원전 정책 주관부처인 산업부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기구가 추진해야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상 산업부 장관이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정했다"며 "위원회 기능 및 활동기한은 산업부 장관 소관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사회 의견을 수렴하는 기능을 맡은 지역실행기구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애초 위원회는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한 지역실행기구를 기초지자체장이 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의결한 바 있다. 맥스터에 대해 원전 소재 지역 기초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의 의견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 위원장은 탈핵시민사회계도 재공론화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부는 이 의견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며 "중장기 및 지역주민 의견수렴 절차에 탈핵 시민사회계가 적극 참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공론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탈핵시민사회계가 공론화 과정에 참여를 거부하고 토론장 밖에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위원회 의견수렴 과정이 당초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보다 수용성이 높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의견수렴 과정에 시민사회계의 대승적인 참여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사진=뉴시스DB)

[사진=뉴시스]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사진=뉴시스DB)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 논의 '빨간불'

이번 정 위원장 사퇴로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 논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사용된 핵연료로 맥스터는 이런 고준위 핵폐기물을 임시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 가운데 하나다. 사용후핵연료는 습식저장시설에서 최소 6년간 냉각시킨 이후 건식저장시설로 옮겨진다.

맥스터가 제때 건설되지 않으면 월성 원전 3기가 멈출 수도 있다. 앞서 재검토위는 방사성폐기물학회의 포화전망 재산정 연구결과를 토대로 월성 원전 맥스터가 2022년 3월 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늦어도 오는 8월 공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대구·경북지역 전력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6년 4월 맥스터 증설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해 얼마 전 승인받은 바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월성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저장률은 97.6%에 달한다.

한수원은 기존 7기의 맥스터에 추가로 7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2단계 맥스터는 경주시 양북면 월성원전 부지 내에 들어설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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