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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남연우 "'무식한 약쟁이' 희열…감독보다 연기 갈증 커"

등록 2020.07.03 1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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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팡파레'서 독한 악당 강태 役

[서울=뉴시스] 감독 겸 배우 남연우.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서울=뉴시스] 감독 겸 배우 남연우.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영화 팡파레의 강태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성격의 캐릭터였고 나와는 반대 지점에 있어 더 끌렸던 것 같아요. 변화하고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데 강태 역할을 하면서 희열을 느꼈죠. 분량 욕심은 없습니다. 하하."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감독 겸 배우 남연우는 차가운 이미지와는 다른 반전 매력이 돋보였다. 평소 수다와 장난을 즐긴다는 그는 진지함 속에서도 위트를 놓치지 않았다.

그가 출연한 영화 '팡파레'는 핼러윈 파티로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이태원의 어느 한 바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그린다.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에 휘말린 다섯 빌런이 오직 살기 위해 벌이는 악몽보다도 끔찍하고 잔인한 하룻밤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드러낸다.

날렵한 턱선, 날카로운 눈매만큼 남연우가 '팡파레'에서 연기한 강태는 강렬하다. 술집을 털러 왔다 동생 '희태'가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한다. 마약 중독자인 강태는 평소 알던 해결사 '쎈'을 불러서 시체 처리를 부탁하고, '쎈'은 시체 토막 내기 전문가 '백구'를 부르면서 점점 사건에 개입되는 사람이 늘어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독한 놈이지만 동생을 보호하는 가족애도 절절하다.

남연우는 작품뿐 아니라 강태라는 캐릭터가 신선했다고 한다. 지금껏 맡아 보지 못한 캐릭터라 더욱 끌렸다.

"강태는 막무가내고 단순 무식한 약쟁이(마약 중독자)죠. 인상이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이미지와 달리 지금까지는 나약하거나 찌질하거나 사회 부적응자, 힘의 세기로 봤을 때는 약한 자를 많이 맡았어요. 뭐든 다할 수 있다고 믿는 강태는 새로웠고 나와 반대되는 역할을 맡으면서 희열도 느꼈죠."

영화 내용과는 다르게 현장은 매우 유쾌했다. "팡파레 만큼이나 재미있는 현장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에요. 모든 배우와의 유머 코드가 잘 맞는다고 해야 할지, 영화 내용과는 다르게 현장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현장을 갈 때면 소풍 가는 마음이었어요. 빈말이 아니라 감독님을 비롯해 배우와 스태프 모두 착한 분들이고 순수한 느낌이 있죠. 일단 감독이 못 돼지 못한 사람이에요."

고3 때까지 비보이를 한 남연우는 비보이가 출연하는 영화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로 전향했다.

"중학교 때부터 고3 때까지 비보이를 했는데 비보이 1.5세대죠. 부모님이 걱정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아버지가 신문을 주시면서 비보이가 출연하는 작품인데 해보라고 하셨죠.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해서 우연히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어요."
[서울=뉴시스] 감독 겸 배우 남연우.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서울=뉴시스] 감독 겸 배우 남연우. (사진=인디스토리 제공)


그렇게 막연하게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지만 어느 순간 무대가 무서워졌다. 제대로 연기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준비 끝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다. 군대에 제대 후 5년 늦게 들어간 탓에 열정도 남달랐다. 7학기 만에 조기 졸업하고 그중 4학기는 전액 장학금을 탈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다.

"고3 때 체대를 가려다가 단편영화를 접하고 나서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바꿨는데 다 떨어졌죠. 고3 졸업하고 바로 군대를 갔다 와서 무대에 올랐는데 관객이 무서웠어요. 아무것도 모르는데 연기하고 있다고 쳐다보는 것 같았죠. 그래서 주변에 자문했고 한예종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죠. 다른 이들보다 5년 늦게 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목적이 정확하고 절실했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성실하게 준비한 만큼 그냥 재밌더라고요.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하하".
 
특히 한예종 재학시절 은사인 최용진 교수의 연기 수업이 인생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됐다고. "보통 연기 수업은 감정, 분위기 등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최용진 선생님은 그냥 인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셨죠. 인간의 원리, 존재를 훈련하는 방식이어서 흥미로웠고 견딜 힘을 주셨던 것 같아요. 제가 시나리오까지 쓸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에요."

남연우는 2010년 영화 '진심을 말하다'로 데뷔했다. '용의자X', '부산행' 등에 조연으로 나왔다. 독립영화계에서 이름이 더 잘 알려져 있다. '가시꽃'으로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자신이 감독하고 주연한 '분장'으로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는 연인인 래퍼 치타가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초미의 관심사' 감독으로 관객과 만났다.

"연출하는 배우로 불리고 싶어요. 둘 중의 하나를 고르자면 감독보다는 연기에 대한 갈증, 욕심이 더 커요.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변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내가 연기를 한 작품을 보고 배우 남연우가 생각이 안 나고 극 중 인물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좋은 소설 속에 활자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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