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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숙현 아버지 "가혹행위 한 사람들 장례식장 조문도 안왔어요"

등록 2020.07.02 21: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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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씨, 경주시청 입단부터 괴롭힘 시작됐다며 울먹여

"팀닥터 가족에게 일절 연락안해, 감독도 몇차례 문자만"

"합숙훈련땐 후배 빨래를 빨아주던 착한 아이였다"

"숙현이 처럼 고통겪는 선수들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故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

故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대구=뉴시스] 이은혜 기자 = "숙현이를 괴롭힌 사람들의 연락은 일절 없습니다. 장례식장에 조문조차 안 온 가해자도 있어요."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23·여)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슬픔에 가득 찬 목소리로 딸의 이야기를 하나 둘씩 전했다.

최씨는 딸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야기하는 동안 그의 목소리에서는 슬픔과 분노,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23살 한창 예쁘고 찬란한 인생을 살아야 할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최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최 선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영으로 운동을 처음 시작했다. 가족들은 운동에 재능을 보이는 딸을 수영선수로 키웠다.

가족들의 응원에 보답하듯 최 선수는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최 선수가 재능을 살려 철인 3종 종목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다.

최 선수의 아버지인 최씨는 "숙현이가 단체전이나 개인전 할 것 없이 메달을 따온 것도 여러 번이다"며 "똑똑한 딸이 운동도 잘하니 지역(칠곡군)에서도 큰 자랑거리였다"고 회상했다.

최 선수는 2017년 전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에 입단했다.

실업팀에서 운동 선수로써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최 선수는 이때부터 지도자와 선배 등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팀에서 고충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故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최 선수는 고등학교 때 경주시청에 합류해 훈련을 받기도 했지만, 당시엔 별다른 고충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독과 팀닥터의 언어·신체 폭력 등 가혹행위와 선배들의 이간질은 점차 최 선수를 괴롭게 했다.

최 선수는 뉴질랜드 원정 훈련을 다녀올 때마다 더욱 힘들어했다.

이에 최 선수는 원정 훈련 후 수개월 간 운동을 쉰 적도 있었다. 

최씨는 "남자 선배 한 명과 여자 선배 한 명이 특히 숙현이를 많이 괴롭혔다"며 "욕설을 하는 건 물론 숙현이를 정신병자 취급하며 인격모독을 하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힘들다는 얘기를 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주변의 괴롭힘에 자신도 부당함을 확실히 느끼고 대응하려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선수를 괴롭히던 팀닥터 등은 최 선수가 생을 마감한 후 일절 가족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최 선수를 자주 괴롭혔다는 여자 선배 역시 장례식장에는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다.

최씨는 "숙현이를 괴롭히던 남자 선수가 조문을 왔었다. '네가 정말 사죄할 마음이 있거든, 숙현이 모신 납골당 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라'고 했다"며 "울다 지쳐 실신한 아내는 감독을 보자 그를 붙잡고 아이를 살려내라 울부짖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딸을 잃은 큰 슬픔에 잠겨 있는 가족들에게 감독은 경찰에 한 고소를 봐달라는 식으로 몇 차례 문자를 했을 뿐 이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최 선수의 폭언 및 폭행 등 가혹행위를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은 것은 물론 경찰 형사고소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신고, 철인3종협회 진정도 시도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故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지난 5월에는 최 선수의 바람으로 지인 도움을 받아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에게 힘이 돼 준 곳은 없었다. 심지어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에서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최씨는 "수사기관에서도 운동선수 폭행은 다반사다"며 "벌금형 정도 나올 거고 처벌수위가 약하다고 숙현이에게 계속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숙현이가 이 과정에서 많이 힘들어했다"며 "결국 변호사를 선임하자고 하더라"고 부연했다.

최씨는 마지막으로 최 선수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자와 선배들의 괴롭힘이 은폐되기 쉬운 합숙훈련의 폐단이 밝혀지는 것은 물론, 감독이 팀닥터를 고용하고 선수들이 경비를 부담하는 일도 사라져야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최 선수가 성실하고 착한 딸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원했다.

최씨는 "숙현이가 중학교 때 철인3종 합숙훈련 시 후배 빨래를 해주기도 했다"며 "조문 온 후배와 동료들 역시 아이가 착하고, 후배들이 많이 따르던 선수였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숙현이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부디 비슷한 피해를 겪는 선수가 더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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