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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 1만여개 사모펀드 전수조사 가능할까

등록 2020.07.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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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동안 잃어버린 소 몇마린지 세겠다는 꼴" 비판도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처음으로 열리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의연대 회원들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6.30.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위원회가 처음으로 열리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금융정의연대 회원들과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6.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3년 내 1만여개에 달하는 사모펀드와 233곳에 이르는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전수 점검을 마치겠다는 금융당국의 계획을 두고 전문가들과 업계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분야 전면점검을 위한 합동회의'를 열고, '투(two)트랙' 방식으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판매사 등을 통한 전체 1만304개 사모펀드에 대한 자체 전수점검과 집중점검반을 통한 전체 사모운용사 233개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겠단 것이다. 자체 전수점검은 판매사 주도로 운용사·수탁사·사무관리회사의 자료를 상호대사하는 방식으로 이달부터 9월까지 진행된다.

현장검사는 금감원 내 사모펀드 전담 검사조직을 구성, 총 3년간 모든 사모운용사를 검사한다. 금감원·예금보험공사·예탁결제원·증권금융 등 인력으로 30명 내외로 구성되며, 오는 2023년까지 검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금감원의 검사 인력으로는 전수조사를 벌여도 10년 이상은 족히 걸릴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자, 판매사 주도의 자체점검으로 1차적으로 걸러낸 후 위험성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선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통상 검사 시간과 대상 숫자 등을 감안해 실무적으로 체크했다"며 "운용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보통 한 운용사당 2주 정도 소요된다는 전제 하에 3년을 잡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검사만 8개월 정도가 소요된 와중에 3년 내 전수조사는 비현실적이며, 설사 하더라도 '수박 겉핧기'식 부실 점검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라임사태가 불거진 후 금융당국은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에 걸쳐 52개사, 1786개 사모펀드(22조7000억원 규모)를 대상으로 점검에 나섰음에도 옵티머스 펀드 등의 부실 징후를 짚어내지 못한 전례가 있다.

당시 점검을 마친 후 금융위는 2월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운용사나 펀드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전체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러한 진단과는 달리 이후 사모펀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30여명의 인력으로 3년 내 233곳의 운용사들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급성장한 사모펀드 시장 규모와는 달리, 금융당국의 감독 역량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위가 지난 2015년부터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낮춘 이후 사모펀드 전문운용사 수는 2015년 19곳에서 지난 5월 233곳으로 급증한 반면, 지난해 금감원이 검사에 나선 운용사 수는 10여 곳에 불과했다.

금융위도 지난 2월 "현재 사모운용사가 217개 정도가 있는데 매년 금감원이 10곳 정도 검사를 하고 있다"며 "이 경우 전체 사모운용사를 보는데 21년이나 걸린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사고가 난 라임 무역금융펀드,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채권펀드, KB증권 호주부동산펀드 등 사모펀드가 주로 해외대체자산에 투자하고 있지만, 현재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해외자산 실사가 어려운 상황인 것도 발목을 잡는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통상 옵티머스 펀드와 같은 사고가 터지만 한 건을 조사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며, 중대한 범죄행위를 발견해 제재 절차에 들어가는 데 까지만 최소 1년6개월이 소요된다"며 "도대체 3년 내 어떻게 점검을 하겠다는 건지 우리로서도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키코 분쟁도 겨우 협의체로 넘어간 와중에 이제 라임 분쟁 건들도 물밀듯이 들어올 것이고 디스커버리·이탈리아 헬스케어·옵티머스 펀드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다"며 "그 와중에 전수조사 인력까지 동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락서 전문가들은 전수조사가 꼭 필요하다면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해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3년 내 검사를 완료한다는 데 사실상 쉽지 않아 보인다"며 "특히 상품 구조나 회계 쪽을 모두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데 그럴 인원이 충분히 투입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은 문제가 있는 펀드들부터 걸러 내 빨리 들여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사모펀드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할 때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며 "우선순위를 정할 때 상호대사에서 차이가 발생한 펀드와 급격히 자산규모가 늘어난 곳을 우선적으로 보는 것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모든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다는 계획은 감독역량을 봤을 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현재 문제는 사모펀드 자체라기 보다는 사모 중에서도 공모에 가깝게 판매되고 있는 것들로 보여지는 만큼, 공모에 가깝게 판매된 사모 중 자금조달이 돼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점검해야 감독의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 시점에서 전수조사에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기 보다는, 낮춰놓은 일부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으로 추가 부실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거세게 나오고 있다.

신장식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변호사는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데 잃은 소가 몇 마리인지 3년간 세어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사모펀드는 공시의무가 없어 운용사가 작정하고 사기를 치려고 하면 파악하기 힘든만큼 제한된 인원을 가지고 전수조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타짜'들만 입장하도록 시장 진입장벽을 높이고, 등록제를 다시 허가제로 바꿔 철저한 중간 감독 감시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며 "또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등 처벌 수위를 대폭 올려 룰을 어기면 '퇴출'은 물론, 재기 불능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전수조사 계획을 밝힌 것이 오히려 문제가 있는 사모운용사들에 정리하고 도망가는 시간만 벌어다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전수조사를 벌일 시간에 차라리 법무부나 검찰, 경찰을 찾아가 조사와 피해자 구제 등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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