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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중성 ‘ㅣ’가 다른 10개 중성들과 짝이 맞는 까닭

등록 2020.07.08 06:00:00수정 2020.07.21 0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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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서울=뉴시스] <사진①> ‘훈민정음해례’ 편 16장의 문구 “ㅣ於深淺闔闢之聲, 並能相隨者, 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는 중성 ‘ㅣ’가 다른 모든 중성들과 궁합이 맞는 까닭을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사진①> ‘훈민정음해례’ 편 16장의 문구 “ㅣ於深淺闔闢之聲, 並能相隨者, 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는 중성 ‘ㅣ’가 다른 모든 중성들과 궁합이 맞는 까닭을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사진①>에서 보듯, 중성 ‘ㅣ’에 대해 설명한 훈민정음해례 16장의 문구(ㅣ於深淺闔闢之聲, 並能相隨者, 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는 1940년 해례본 발견 이래 아직껏 정해되지 못했다. 첫째는 4성 권점이 없는 거성의 ‘便(짝맞을 편)’자를 평성의 ‘편할 편’자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 문장 안에 들어 있는 음운학 전문 용어 ‘深淺(심천)’의 올바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2020년 4월22일자 <용비어천가를 통한 해례본의 두 ‘便(편)’자 풀이> 편에서의 深淺 풀이 수정 참고). 완전한 이해를 위해 그 앞에 나오는 문장들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두 글자를 합하여 쓰는 것으로, ‘ㅗ’와 ‘ㅏ’는 함께 ‘하늘(•)’에서 나왔으므로 서로 합쳐져 ‘ㅘ’가 된다. ‘ㅛ(ㅣ+ㅗ)’와 ‘ㅑ(ㅣ+ㅏ)’ 또한 함께 ‘ㅣ’에서 나왔으므로 서로 합쳐져 ‘ㆇ’가 된다.(二字合用者, ㅗ與ㅏ同出於‘•’, 故合而爲ㅘ. ㅛ與ㅑ又同出於ㅣ, 故合而爲ㆇ.)” 이 문장에서 ‘•’는 ‘하늘’의 뜻으로 쓰였다. 해례편 6장에선 ‘상서대전ㆍ오행전’에 나오는 용어를 써서 ‘ㅗ’를 ‘天一生水(천일생수)’, ‘ㅏ’를 ‘天三生木(천삼생목)’의 자리라 설명했다. ‘ㅗ’와 ‘ㅏ’는 모두 ‘하늘’에서 나온 동류(同類)라서 서로 짝이 맞아 ‘ㅘ’가 될 수 있으나, ‘ㅗ’와 ‘ㅓ’는 우리말에서 합쳐지질 않는다.

“‘ㅜ’와 ‘ㅓ’는 함께 ‘땅(ㅡ)’에서 나왔으므로 서로 합쳐져 ‘ㅝ’가 된다. ‘ㅠ’와 ‘ㅕ’ 또한 함께 ‘ㅣ’에서 나왔으므로 서로 합쳐져 ‘ㅠㅕ’가 된다.(ㅜ與ㅓ同出於ㅡ, 故合而爲ㅝ. ㅠ與ㅕ又同出於ㅣ, 故合而爲‘ㅠㅕ’.)” 이 문장에서 ‘ㅡ(으)’는 ‘땅’의 뜻으로 쓰였다. 해례편 6장에선 ‘ㅜ’를 ‘地二生火(지이생화)’, ‘ㅓ’를 ‘地四生金(지사생금)’의 자리라 설명했다. 이를 모르면, ‘ㅓ’의 글꼴에 ‘ㅡ’자가 없기 때문에 “ㅓ가 ㅡ에서 나왔다”는 위 말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것들이 함께 나와 같은 무리가 되는 고로 서로 합쳐지며 어그러지지 않는다.(以其同出而爲類, 故相合而不悖也.) 한 글자 중성(단모음)이 ‘ㅣ’와 서로 합쳐지는 것은 열이니, ㆎㅢㅚㅐㅟㅔㆉㅒㆌㅖ가 그것이다. 두 글자 중성(이중모음)이 ‘ㅣ’와 서로 합쳐지는 것은 넷이니, ㅙㅞㆈㆋ가 그것이다.”

“ㅣ 중성이 (발성 준비상태의 위치가) 입안의 뒤쪽(深)ㆍ앞쪽(淺)ㆍ중간(不深不淺)인 후설ㆍ전설ㆍ중설 중성들, 개구도(발음할 때 입을 벌리는 정도)가 크고 작은 중성들 모두에 함께 서로 따를 수 있는 것은, (ㅣ는) 그 혀가 펴져(=팽창돼) 입안의 앞쪽에서 나는 소리여서 (다른 중성들과 어울려) 입을 함께 여는 데 알맞기(짝이 맞기) 때문이다.(ㅣ於深淺闔闢之聲, 並能相隨者, 以其舌展聲淺而便於開口也.)”

[서울=뉴시스] <사진②> 훈민정음 중성 ‘ㅣ’는 혀끝이 아랫니까지 닿아 펴지는 ‘전설중성’이다. 훈민정음 11개 중성 중에서 ‘•ㅗㅜ’, ‘ㅡㅏㅓ’는 혀의 위치 또는 상태가 ‘후설’ 또는 ‘중설’이어서, ‘ㅣ’는 그것들과 서로 합쳐져 혀의 위치가 달라지는 ‘이중중성(二重中聲: 복중성)’이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사진②> 훈민정음 중성 ‘ㅣ’는 혀끝이 아랫니까지 닿아 펴지는 ‘전설중성’이다. 훈민정음 11개 중성 중에서 ‘•ㅗㅜ’, ‘ㅡㅏㅓ’는 혀의 위치 또는 상태가 ‘후설’ 또는 ‘중설’이어서, ‘ㅣ’는 그것들과 서로 합쳐져 혀의 위치가 달라지는 ‘이중중성(二重中聲: 복중성)’이 될 수 있다.

현재 학교 교육에서 가르치는 ‘단모음(單母音)’과 ‘이중모음(二重母音: 복모음)’의 개념은 위 문장을 보다 잘 이해하게 해준다. 단모음은 ‘•, ㅡ, ㅣ, ㅗ, ㅏ, ㅜ, ㅓ’처럼 소리를 내는 도중에 입술 모양이나 혀의 위치가 달라지지 않는 모음이다. 그에 반해 이중모음은 ‘ㅛ, ㅑ, ㅠ, ㅕ’처럼 입술모양이나 혀의 위치가 달라지는 모음이다.

<사진②>에서 보듯, 중성 ‘ㅣ’는 혀끝이 아랫니에 닿아 앞쪽으로 팽창되는 전설(前舌) 상태다. 반면, ‘•, ㅗ, ㅜ’는 혀끝이 아랫니에서 떨어져 뒤쪽으로 수축되는 후설(後舌) 상태다. ‘ㅡ, ㅏ, ㅓ’는 혀끝이 아랫니에서 떨어지되 후설보다는 수축도가 덜한 중간의 중설(中舌) 상태다. 이처럼 ‘ㅣ’는 기본 3중성 중 혀가 펴진 유일의 ‘전설 중성’이어서 극성이 다른 ‘중설 중성’ 또는 ‘후설 중성’들과 어울려 입을 함께 여는 데 알맞아, 혀의 위치 또는 상태가 달라지는 많은 ‘복중성(複中聲: 복모음)’들이 될 수 있다. N극과 S극이 당겨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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