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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시네마 천국'…'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는 누구

등록 2020.07.06 18: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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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AP/뉴시스]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향년 91세. 마카로니웨스턴의 상징인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과 같은 영화의 음악으로 유명한 모리코네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상으로 치료를 받던 중 타계했다. 사진은 2018년 3월 6일 모리코네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지휘하는 모습. 2020.07.06.

[로마=AP/뉴시스]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향년 91세. 마카로니웨스턴의 상징인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과 같은 영화의 음악으로 유명한 모리코네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상으로 치료를 받던 중 타계했다. 사진은 2018년 3월 6일 모리코네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지휘하는 모습. 2020.07.06.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92세를 일기로 6일(현지시간) 별세한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는 클래식 음악에 뿌리를 둔 대표적 음악가다. 이를 기반 삼아 영화음악은 물론 클래식, 뮤지컬 심지어 대중음악에까지 영향을 미친 전방위 작곡가다.

'시네마 천국',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등 5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만든 만큼 영화음악에 끼친 영향은 일일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클래식 등에 모리코네가 끼친 영향은 비교적 덜 조명됐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모리코네는 여섯 살 때부터 악보 보는 법을 배웠다.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작곡과 트럼펫을 공부한 그는 존 케이지, 루이지 노노 등 전위적인 현대음악 거장들의 수업을 찾아가 듣는 등 순수음악 작곡가를 꿈 꿨다.

모리코네의 음악에 바흐 같은 바로크음악의 정서가 풍기는 동시에 조성이 없는 불협화음까지 배여 있는 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모리코네는 1960년 베네치아 라페니체극장에서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초연하기도 했다.

[로마=AP/뉴시스]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향년 91세. 마카로니웨스턴의 상징인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과 같은 영화의 음악으로 유명한 모리코네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상으로 치료를 받던 중 타계했다. 사진은 2013년 12월 6일 모리코네가 독일 베를린에서 자신의 콘서트를 홍보하기 위해 포즈를 취한 모습. 2020.07.06.

[로마=AP/뉴시스]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향년 91세. 마카로니웨스턴의 상징인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과 같은 영화의 음악으로 유명한 모리코네는 낙상으로 인한 골절상으로 치료를 받던 중 타계했다. 사진은 2013년 12월 6일 모리코네가 독일 베를린에서 자신의 콘서트를 홍보하기 위해 포즈를 취한 모습. 2020.07.06.

하지만 이듬해 코미디 프로그램 '페더럴'의 작곡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음악의 작곡을 맡으면서 그의 행보에 변화가 찾아온다. 그가 영화, 드라마 음악에 손을 대기 시작한 이유는 생계 때문이었다.

초창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음악을 작곡했을 경우에 자존심 때문에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즈, 블루스, 록 등 영미권 대중음악도 자양분으로 삼은 그는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적 작법으로 일약 영화음악계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종종 클래식음악 작업을 했다. 벨기에 출신의 플루티스트 마크 그로웰스에게 '유럽을 위한 칸타타'를 헌정했고, 이탈리아 내로라하는 실내악단 '이 무지치'와 협업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옥주현, 엔니오 모리코네. 2020.07.06.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주현, 엔니오 모리코네. 2020.07.06.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email protected]

반대로 거장 첼리스트 요요마 같은 클래식음악가들이 모리코네의 주옥같은 영화음악을 연주해 음반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 캐나다 팝스타 셀린 디옹, 미국의 프로듀서 퀸시 존스, 미국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 등이 힘을 합쳐 모리코네 헌정 앨범 '위 올 러브 엔니오 모리코네'를 내놓았다.

모리코네 음악에서 휘파람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기타리스트 알렉산드로 알렉산드로니, 이탈리아 가수 에다 델오르소 등은 모리코네와 오랜 기간 함께 작업한 음악가들이기도 하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스팅,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 브릿팝 밴드 '블러'의 데이먼 알반 등이 모리코네에게 평소 존중을 표했다. 메탈리카를 비롯 펑크 밴드 '라몬스', 힙합가수 제이지(Jay-Z) 등이 모리코네의 음악을 변주 또는 인용해서 자신들의 음악에 사용했다. 브릿팝의 전설적 밴드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도 세기의 명반 '오케이 컴퓨터' 등을 작업할 때 모리코네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07년 첫 내한 공연을 했고, 2009년과 2011년에도 한국을 찾았다. 특히 2011년 데뷔 5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었던 '2011 엔니오 모리코네 시네마 오케스트라'에는 영상 없이 영화음악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을 발한 명공연이었다. 모리코네의 지휘하는 뒷모습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영화로 다가왔다.

[서울=뉴시스] 조영욱, 박찬욱, 엔니오 모리코네. 2020.07.06.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영욱, 박찬욱, 엔니오 모리코네. 2020.07.06.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email protected]

뮤지컬스타 옥주현이 영화 '미션'의 삽입곡 '가브리엘의 오보에'에 영어 노랫말을 붙여 만든 '가시 속의 장미'를 불러 주목 받기도 했다. 당시 영화감독 박찬욱, 음악감독 조영욱은 모리코네와 직접 만나 대화도 했다. 

2010년에는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남격합창단이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원곡으로 삼은 '넬라 판타지아'를 합창단곡으로 선정해 이 곡이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2011년 1월에는 모리코네와 그의 아들 안드레아가 참여하고 국내에서 기획한 뮤지컬 '미션'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대를 훨씬 밑도는 작품성으로 당시 혹평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리콜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국내 일부 스태프의 엉성함이 빚어냈던 참극으로, 거장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국내 팬들의 원성이 나왔다.

끊임없는 창작 활동을 했지만, 위대한 클래식 작곡과들과 비교한다면 자신은 아직도 많은 작품을 쓴 것이 아니라며 평소 겸손함이 몸에 배어 있었던 거장은 2011년 내한공연을 앞두고 한국 언론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그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음악 작업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되면, 나의 창의적인 불빛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든다."

그가 세상을 떠났지만, 음악은 계속 남아 있으니 창의적인 불빛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리라. 클래식음악에도 해박한 박찬욱 감독은 "그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그 음악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문명사회에 없다. 그는 분명 현대의 J S 바흐"라고 존중을 표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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