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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반신마비인데 가해자 무죄?…체면 구긴 제주지검

등록 2020.07.06 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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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

"검찰의 무성의한 공소유지 때문" 지적 잇따라

피해자 반신마비인데 가해자 무죄?…체면 구긴 제주지검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최근 강력사건을 저질러 제주지검이 재판에 넘긴 피고인들에게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검찰의 의도와는 상반된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검찰의 무성의한 공소유지 태도에 있다는 지적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밀린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피해자의 뺨을 한 차례 때려 한쪽 손과 발을 마비시긴 혐의(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마비와 A씨의 폭행 사이에 인과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통상의 경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고의를 필요로하는 중상해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뺨을 1회 때린 강도가 세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평소 술을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없는 상태였던 점이 고려됐다.

피해자를 치료한 의료진은 법정에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뇌경색 원인이 타격행위로 인한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굉장히 드믄 경우라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

지난 10년간 100건 정도의 사례가 있지만,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니며 발생 원인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빰을 1차례 맞은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뇌경색을 일으키고, 그 후유증으로 손과 발이 마비되는 사고를 예견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은 예견가능성 유무를 엄격히 적용해 '죄를 지은 만큼만 벌한다'는 이른바 형법상 대원칙 가운데 하나인 책임주의의 원칙을 조화시키려는 대법원 판결 기조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같은 재판부는 동포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로 기소된 불법체류 중국인 바모(4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이유로는 검찰의 불성실한 공소유지 태도가 지적됐다.

재판부는 "지난 1월 검찰의 공소제기 이후 조사를 받던 피해자는 3월7일 중국으로 돌연 출국해버렸다"면서 "그제서야 검찰은 다시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했고 '다시 대한민국에 입국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아 유죄 입증에 필요한 법정진술을 들을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지검은 "공판검사가 재판부에 중국과의 형사사법공조 조약 체결 사실을 고지하면서, 절차 진행을 요구했지만 재판부에서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검찰의 잘못으로 피해자의 법정 진술을 확보할 수 없어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척했다는 취지로 판결했으나, 사실과 다르므로 검찰은 적극 항소해 공소유지에 나설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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