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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 코로나 시대 콘서트 예의…'보편적인 노래'

등록 2020.07.07 1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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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로콜리너마저 콘서트 현장. 2020.07.07. (사진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브로콜리너마저 콘서트 현장. 2020.07.07. (사진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인생 혼자서 사는 거 아니라고 하면서 주변에 민폐 끼치지 맙시다 / 누구나 혼자 인생 혼자 살아요."

지난 4일 오후 노들섬에서 펼쳐진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앙코르 무대는 공연장 라이브하우스가 아닌 야외였다.

잔잔한 강바람을 맞으며,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리는 노래 '혼자 살아요'를 듣고 있노라니 구금됐던 위로가 풀려나오는 듯했다. 혼자가 강조되지만,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에, 다른 혼자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법을 강구해야 하는 시대.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잔인한 사월'을 관통하면서 사람이 모여야 하는 대중음악계는 봄이 찾아왔음에도 얼어붙었다. 4월부터 각종 콘서트와 음악축제가 꽃 피울 시기인데, 코로나19로 인해 대거 취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음반·음원·굿즈 등 수익 다각화가 돼 있는 아이돌 그룹과 달리 인디 밴드들은 콘서트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크다.

일부 공연 장르는 코로나19 속에서 철저한 방역으로 무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중음악은 상업성이 짙다는 이유로 기회조차 잡기 힘든 형편이다. '공연장 대관료 지원' 등을 받는 순수 공연 장르와 비교하면, 정부의 지원도 부족한 편이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이번 공연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후원이 있어 가능했다. 

[서울=뉴시스] 브로콜리너마저 콘서트 현장. 2020.07.07. (사진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브로콜리너마저 콘서트 현장. 2020.07.07. (사진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이런 상황에서 브로콜리너마저의 여름 장기공연 '이른 열대야'의 '안전 공연'은 눈길을 끌었다.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 출신으로 보건학을 전공하기도 한 멤버인 키보디스트 잔디가 주도한 방역은 믿음직스러웠다.

일부 공연장이 안전 관람을 위해 시도 중인 '지그재그로 띄어 앉기'는 당연히 적용했고, 문진표 작성도 비접촉 방식으로 진행했다. 공연장에 전문 의료진들이 배치된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끈다. 보통 공연장에서는 교육을 받은 어셔가 체온 측정 등을 한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체온을 측정하는 앞뒤에도 전문가들이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 5년 이상 경력의 간호사가 배치됐다.

입장 전부터 안심이 됐고, 공연 내내 쾌적했다. 함성, 합창 등은 격리됐지만 손뼉은 무장해제됐다. 라이브 하우스가 아닌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풍경의 노들섬을 병풍 삼아 앙코르 시간을 보낸 건 코로나19 시대에 숨통 같은 아이디어였다.
 
잔디를 비롯한 덕원(보컬·베이스), 류지(보컬·드럼) 세 멤버가 마스크를 쓴 채 야외로 나와 기타, 셰이커, 멜로디언 등을 가지고 담백한 앙코르를 20분가량 이어갔다.

[서울=뉴시스] 브로콜리너마저 콘서트 현장. 2020.07.07. (사진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브로콜리너마저 콘서트 현장. 2020.07.07. (사진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잔디는 중간 중간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해달라고 조심스레 청했고, 관객들은 조용히 이를 따랐다. 본 공연을 관람한 관객은 물론 주변을 산책하던 시민들을 멀찌감치 떨어져 공연을 즐겼다. 최근 코로나19 가운데 전국을 돌며 야외에서 안전한 공연 관람 방식을 꾀하고 있는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가 겹쳐지기도 했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언택트 공연인 '온라인 콘서트'가 성행하고, 정부도 중소기획사를 위해 온라인 공연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랜선공연'이 언제까지 정답일 수는 없다.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안전한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면, 오프라인 콘서트가 공연의 본질적 매력과 함께 안정감 그리고 위안까지 줄 수도 있다.

이날 브로콜리너마저의 앙코르 마지막 곡은 '보편적인 노래'였다. "보편적인 노래가 되어 / 보편적인 날들이 되어 / 보편적인 일들이 되어 / 함께한 시간도 장소도 마음도 기억나지 않는"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보편적인 날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이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다가올 '보편적인 날들'을 위한 노래는 다 같이 힘껏 부를 수 있다. '이른 열대야' 오는 19일까지(매주 금~일) 노들섬 라이브하우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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