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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들이 예술을 알아?' 소쿠리의 대반란…대구미술관 '카발라'

등록 2020.07.07 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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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정화, 카발라(Kabbala), 2013, 가변설치(16m), 플라스틱 바구니, 철 프레임, 대구미술관 소장.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서울=뉴시스] 최정화, 카발라(Kabbala), 2013, 가변설치(16m), 플라스틱 바구니, 철 프레임, 대구미술관 소장.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네들이 예술의 알아?' 플라스틱 소쿠리의 대반란이 아닐수 없다.

부억에서, 수돗가에서 펑펑 잘 쓰다가도 팽개쳐버리는 소쿠리가 모이자 거대한 탑이 됐다. 빨강+녹색으로 주판알이나 염주알처럼 뭉쳐 하늘높이 치솟아 우러러 보게 한다.

'플라스틱 소쿠리' 쌓기 신공자는 최정화. 이미 미술계에서는 유명한 그는 쓸모없어진 물건을 모아 거대한 예술품으로 만드는 능력자다. 플라스틱은 그에게로 와서 꽃이되고, 조명이되고 성전이 된다. 시장에서 배우고 쓰레기장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의 주문은 '生生活活(생생활활)'.

한때는 '쌈마이'(3류라는 뜻과 싸보인다는 속어)작가라는 별칭도 있었지만 이젠 유명한 '설치미술가'로 세계에서도 알아준다. 일본에는 '최정화 공원'이 10개나 있을정도다.

둔갑술에 능하다. 그가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용기를 쌓아 만든 조명같은 '연금술'로 불리며 마치 크리스탈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전시장에 나오는 순간 팔려나간다.

그의 이같은 진가는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작가로 선정되어 연 대규모 개인전으로 더 알려졌다. 당시 미술관 마당에 찌그러진 냄비와 식기 7000개로 만든 9m 크기 '민들레'가 세워져 주목됐다. 거대한 원형의 미사일처럼 날아갈듯 돌기를 뽐내던 작품은 가까이에서 보면 폭소케하는 반전 매력이 힘이다.

[서울=뉴시스] 최정화, 카발라(Kabbala), 2013, 가변설치(16m), 플라스틱 바구니, 철 프레임, 대구미술관 소장.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서울=뉴시스] 최정화, 카발라(Kabbala), 2013, 가변설치(16m), 플라스틱 바구니, 철 프레임, 대구미술관 소장.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최정화의 그 가볍고 '웃기는 작품'이 또 대구미술관을 접수했다.

7일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0년 어미홀 프로젝트로 ‘최정화 카발라(Kabbala)’를 공개했다.

붉은색, 녹색 소쿠리 5376개를 쌓아 만든 16m 설치 작품으로 대구미술관 대표 소장품 중 하나다.

작품 제목인 ‘카발라(Kabbala)’는 작가의 철학이 담겼다. '카발라' 어원은 유대교 신비주의의 근본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 변환설’을 바탕으로 값싼 물질을 금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던 연금술은 실제로 금을 만드는 것에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유용한 물질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최정화 작가 역시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하찮게 여겨지는 것을 역이용하여 일상의 재료가 멋진 현대미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미술관 박보람 학예연구사는 “대구미술관에서 7년 만에 다시 만나는 ‘카발라(Kabbala)’는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코로나19를 극복 중인 시민들을 위한 전시다”며 “일상의 소중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눈부시게 하찮은 물건들이 모여 예술작품이 된 사례를 보며 희망을 얻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개막식은 코로나 확산 방지와 안전을 위해 생략하고, 작가 인터뷰·설치과정 영상 등을 유튜브에 게재해 작품세계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더할 예정이다. 전시기간 중 아티스트 토크 등 행사도 열린다. 2021년 1월3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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