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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경주시청팀 숙소 가보니 선수들은 없고 적막감만…

등록 2020.07.07 15: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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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의 장윤정 모친 빌라 2곳 숙소로 사용

빌라엔 우편물만 가득…승합차도 먼지 날려

최숙현 등엔 '지옥'…장윤정엔 월세받는 '효자'

팀닥터도 지난해까지 숙소 인근 원룸서 생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숙소로 사용된 경북 경산의 한 빌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숙소로 사용된 경북 경산의 한 빌라.

[경산=뉴시스] 박준 기자 = "최근에는 선수들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아마 그 일(선수 폭력사태) 때문이지 않은가 싶어요."

폭언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꽃다운 생을 마감한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고(故) 최숙현(23·여) 선수가 동료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던 숙소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A빌라는 최 선수와 팀 동료, 자신을 극한까지 내몰았던 김규봉 감독과 팀닥터, 장윤정 주장, 선배 김모씨 등이 함께 생활하던 숙소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숙소는 장 주장의 어머니 소유의 빌라로 알려져 있다.

이 빌라는 총 4층으로 맨 아래층은 주차장이다. 이곳은 각 호별로 주차구역이 정해진 구조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경주에 50m 길이의 수영장이 없어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 수영장 등에서 훈련을 했다.

이에 처음 숙소는 근처 원룸에 마련됐다. 월세는 경주시에서 매년 지원한 9억원 정도의 보조금에서 충당했다.

선수단 숙소 이사는 전 숙소 원룸 세입자들의 소음 문제 제기로 인해서였다.

종목 특성상 선수들이 사이클 나사를 조이는 등 사이클을 관리하며 소음이 발생하지 입주민들이 집주인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감독은 장 주장 어머니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 놨고 장 주장의 어머니는 자신이 소유한 빌라(현 숙소)로 이사할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시 관계자는 "전 숙소에서 소음문제가 있었다"며 "김 감독이 장 주장 어머니와 만난 자리에서 이를 털어 놓자 빌라로 이사할 것을 추천해 선수들이 현재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이 훈련 이동 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승합차.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이 훈련 이동 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승합차.

이로 인해 장 주장에게는 연봉 외에 빌라 2곳의 숙소비도 각 65만원씩 매월 지급됐다. 장 주장의 연봉은 1억원이다. 시는 연간 1500여만원을 장 주장에게 지급했다.

선수단과 김 감독은 이 빌라 3층과 4층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 우편함에는 장 주장 앞으로 온 카드사 우편물과 김 김독에게 온 신용정보회사의 우편물 등이 있었다.

또한 빌라 주차장에는 김 감독과 선수들이 훈련 이동 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승합차가 장애인 주차 구역에 주차돼 있었다. 승합차는 렌터카이다.

승합차 안에는 수영복으로 보이는 옷 외에는 훈련에 필요한 장비 등은 없었다.

이 빌라에 드나드는 사람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빌라 주변 이웃들은 언제부터인가 선수 등이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민 이모(54·여)씨는 "선수들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최숙현 선수 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팀닥터는 최 선수가 부산시청으로 소속팀을 옮기기 직전인 지난해까지 트라이애슬론 팀 숙소 바로 인근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팀닥터가 최 선수 숙소 근처 원룸에서 지난해까지 살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팀닥터와 김 감독, 장 주장 등이 최 선수에 대해 상식 밖의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은 데 이어 금전 문제 의혹도 점점 커지고 있다.

팀닥터는 치료비 명목으로, 선배 선수는 전지훈련비 명목으로 선수들에게서 꾸준히 돈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숙소인 경북 경산의 한 빌라 우편함에 들어 우편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숙소인 경북 경산의 한 빌라 우편함에 들어 우편물

이에 최 선수 측은 경주시체육회에 감독 및 팀닥터 등의 가혹행위가 담긴 녹취파일 5~6개와 팀닥터 및 장 주장 등의 금품갈취를 입증할 통장거래 내역서가 든 USB를 제출했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갈 때 숙현이가 장윤정 계좌로 항공료 명목의 250만원 정도를 보낸 것으로 안다"며 "왜 장윤정 통장으로 들어간 건지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계좌추적 등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면허도 없는 팀닥터에게 연봉 2000만~3000만 원을 받는 선수들이 매월 건강관리비로 100만원씩을 보냈다"며 "감독과 팀닥터 간에 특정 연결고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팀닥터는 경주경찰서 조사 당시 한 차례 폭행 등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팀닥터와 함께 최 선수에게 폭행과 폭언을 한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과 선수 2명은 범행을 부인했다.

경주시체육회는 오는 8일 팀닥터를 성추행 및 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또 직장부운동경기부운영위원회를 조만간 열고 팀 해체 및 존속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전날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주장 장윤정의 영구제명을 의결했다. 남자 선배 김모씨에게는 자격정지 10년이 주어졌다.

팀닥터에게는 협회 소속이 아니라 공정위 규정상 징계를 내리지 못했다.

한편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부산의 숙소에서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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