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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비건, 코로나 속 숨가쁜 방한 마무리…일본으로 떠나

등록 2020.07.09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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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서훈 靑 국가안보실장과 70분간 환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 등 논의"

북미 대화 원칙 속 한미 공조 통한 상황 관리




[서울=뉴시스]서훈(오른쪽)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9일 청와대 귀빈접견실에서 만나 면담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7.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서훈(오른쪽) 국가안보실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9일 청와대 귀빈접견실에서 만나 면담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7.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한국을 찾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2박3일간의 숨 가쁜 일정을 마무리하고 9일 오후 일본으로 떠났다.

비건 부장관은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역할에 국무부 2인자라는 타이틀까지 갖고 방한한 만큼 북핵 문제는 물론 한미간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다만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적극적인 제안을 내놓기보다는 원칙적으로 대화를 강조하면서 한미 공조를 통한 한반도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4시께 경기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서 군용기를 타고 일본으로 향했다. 대표단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 미미 왕 부장관 전략보좌관 등 소수 인원만 동행했다. 북미 협상에 관여해온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대표단에서 빠졌다.

비건 부장관은 2박3일간 외교부와 청와대 당국자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북핵 문제는 물론 한미간 현안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지난 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것을 시작으로 조세영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연달아 만나 한미 8차 외교차관 전략대화,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진행했다.

특히 비건 부장관은 이 본부장과 전날 조찬에 이어 북핵수석대표 협의, 저녁 만찬까지 함께 하며 긴밀하게 소통했다. 전날 오후에는 국가정보원을 찾아 최용환 국가정보원 1차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날 오전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서훈 신임 국가안보실장을 예방하고 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방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밝히고, 남북미 협상 모멘텀 재개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이뤄지면서 미국이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왔던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한 상황인 만큼 대화 물꼬를 틀 지도 주목됐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이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북미 접촉보다는 한미 공조에 초점이 맞춰졌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유연한 입장'을 언급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방한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3차 공식 북미 정상회담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주목할 만한 진전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과가 확실히 담보되지 않은 채 협상에 나섰다가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비건 부장관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대화 거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옛 사고방식에 갇혀있다"고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현장 발언에는 빠져 있었지만 주한미국대사관이 사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다. 사실상 '새롭게 판을 짤 용단'을 요구하는 북한의 요구에 섣불리 응하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아울러 "카운터파트(협상 상대)를 김 위원장이 임명하면, 그들은 그 순간 우리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공을 북한에 떠넘겼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의 회동에 이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연쇄 회동을 하고 있다. 2020.07.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의 회동에 이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연쇄 회동을 하고 있다.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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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비건 부장관은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에 힘을 실었다. 남북 협력이 한반도에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다. 북한은 물론 정치권에서 남북 협력 사업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미 워킹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향후 제재와 무관한 협력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예방해 70분 가량 환담을 나누며 북미간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국과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키로 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특히 서 실장과 비건 부장관이 최근 북한 관련 동향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코로나19 대응, 한반도 문제, 지역 정세, 글보벌 이슈 등 다양한 주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간 협상을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는 데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이 밖에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반(反)중국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8월 한미 연합훈련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일본으로 건너가 오는 10일까지 1박2일간 머물며 일본 외무성의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차관 등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외무성과도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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