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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주택 靑참모진, 사정이 정 불가피하다면

등록 2020.07.1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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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최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다주택자 청와대 참모진들에 대한 여론의 지적과 당사자 해명이 이어지는 동안 생각했다. 내가 집이 두 채라고 가정해 본다. 한 채는 내 가족이 살고 있다. 다른 한 채는 은퇴한 부모님이나 집을 미처 장만하지 못한 자녀, 친척이 산다. 오래 전부터 전국민 재테크 수단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은 부동산을 구입할 여력이 있었고, 내 노후 혹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까 살뜰히 마련한 집이다.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남들 다 하듯, 집을 샀다.

좀 난처할 것 같았다. 한 집을 팔면 당장 살고 있는 가족은 '홈리스'가 된다. 집 하나와 분양권을 가지고 있다면 분양권은 팔 수 없으니 내가 사는 집을 팔아야 한다. 내가 홈리스가 된다. 그 외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집을 내놨는데 코로나 때문에 안 팔린 경우도 있을 거다. 억울할 것도 같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처럼 부동산 투기로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의도는 아닌데 말이다.

지난 2일 발표된 청와대 참모진 다주택자 12명(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에 다주택 보유자)도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요약하자면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노 실장의 권고에도 여전히 다주택자로 남았을 테다. 지난해 12월16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노 실장의 권고 배경을 두고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을 만들어 발표하는 마당에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솔선수범해야만 정책이 좀 더 설득력 있고 실효성 있을 것이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임용에 있어서 하나의 잣대가 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도 했다. 정책 설득력과 임용에 대한 '타격'을 감안하고서라도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개인으로서 십분 이해가 가나, 이들의 자리를 생각하면 고개를 젓게 된다. 국정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일반 시민들과 다르게 행동 하나, 발언 하나의 영향력이 세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시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 방향을 정하는 만큼 신뢰가 생명이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이 설득력을 가진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은 국정이라는 대의보다 사익을 우선시할 때, 심지어 그런 것 같아 보일 때다. 냉소와 불신이 자리잡는다. 이미 신뢰엔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노 실장이 청주 집과 함께 반포 집을 모두 팔겠다고 '결단'했지만, 이미 여론은 '청주 집을 먼저 팔면서 세금을 줄였다'는 식의 반응이 나온다.

신뢰라는 그릇이 완전히 깨지기 전에 더 많은, 더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청와대 참모들이 집을 판다고 하루아침에 부동산 집값이 잡히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우리 정부 기간 내에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대한 진정성은 회복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윤 수석의 말을 빌리자면, 정책에 설득력이 생겨 시장에 명확한 신호를 줄 수 있고 실질적인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불가피한 사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사정이 발목을 잡지 않도록,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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