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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동극장 정체성, 찾아가는 과정"…변화 좇는 김희철 대표

등록 2020.07.10 15: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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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7.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7.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1995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재단법인으로 설립된 '정동극장'. 정동극장은 설립 25돌 만에 새로운 방향으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20년 넘게 '전통예술무대 연중 상설공연 위주'로 운영돼온 극장의 정체성에 변화를 주고, 외연 확장에 나섰다.

그 가운데에는 지난해 8월 취임한 김희철(57) 극장장이 있다. 김희철 대표이사는 삼성영상사업단과 대형 공연기획사인 SJ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충무아트센터 본부장,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을 지낸 공연분야의 경영 전문가다.

예술과는 거리가 먼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그의 인생은 KBS(한국방송공사)에서 문화사업 담당으로 일하며 180도 변한다.  

"KBS에 들어간지 얼마 안 돼 올림픽문화예술 축전 프로그램을 맡게 됐습니다. 이걸 하면서 공연, 이벤트, 전시가 무엇인지 첫 경험하게 됐죠. 그때 일을 하면서 '이게 내 길인가 보다'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첫 직장이었던 KBS에서 진로를 확신한 그는 공연계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으며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 석사를 취득한다. 현재 대표적인 뮤지컬 공연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충무아트센터'를 뮤지컬 전문 공연장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서울=뉴시스]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7.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7.10 [email protected]

2005년 개관한 충무아트센터 초대 본부장으로 취임한 그는 800석의 단일 극장으로 개관한 충무아트센터에 불만이 많았다."당시 충무아트홀은 정체성이 없었어요. 예술의전당처럼 규모도 크고 전통도 깊은 공연장도 아닐 뿐더러 LG아트센터처럼 지역적 특성이 있다거나 고급화를 지향하기도 애매했죠."

그는 충무아트센터의 정체성을 '뮤지컬 전문 극장'으로 설정하고, 충무아트센터가 지어진지 2년 만에 정부에 재건축을 요청했다. 1년여 간의 설득 끝에 그의 의견은 받아들여졌고, 충무아트센터는 2008년 여러 규모의 공연장과 오케스트라 피트(무대의 앞 부분에 낮추어 설치한 오케스트라 자리)를 갖춘 뮤지컬 극장으로 거듭났다.

"충무아트홀은 2호선 6호선이 지나는 만큼 접근성이 높았습니다. 대중적인 프로그램을 하면서도, 공공기관으로서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해야 하는 만큼 한 번 공연을 올리면 두세 달 동안 걸어 극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장르로 뮤지컬이 떠올랐죠. 무엇보다도 당시에 뮤지컬 전문 극장이 없어 딱이었습니다."

시장의 흐름과 미래를 보는 눈, 결단력, 추진력을 모두 갖춘 인물은 14년간 몸 담은 충무아트센터를 떠나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긴지 2년 만에 정동극장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동극장의 설립 취지는 '전통문화의 보존·계승발전' 및 공연예술 진흥사업에 기여할 것'이다. 김 대표는 정동극장이 정체성 변화를 꾀하기보다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중심이 되는 무게추를 '전통문화의 보존·계승발전'에서 '공연예술 진흥사업'으로 옮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동극장은 상설 공연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관광 공연장'으로의 정체성을 지녀왔다. 해외 관객이 많이 찾을 때는 1년에 18만명까지 들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관광객을 위한 공연'의 니즈가 줄었고, 그마저도 민간 쪽에서 활성화되며 시장이 포화상태가 됐다. 이 상태로는 더이상 정동극장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정동극장이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정동극장의 정체성을 변화시키기보다 국립극장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갖고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사업을 계속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7.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희철 정동극장 대표이사(사진=정동극장 제공)2020.07.10 [email protected]

이에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정동극장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통예술무대 연중 상설공연을 중단했다. 대신 매해 출연 계약을 갱신하며 계속해서 정동극장 무대에 서왔던 단원들은 정규직 직원이 됐고, '정동예술단'을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를 통해 정동극장은 전통공연만 고집했던 이전 체제를 벗어던지고 뮤지컬, 판소리,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과 또 이들 간의 컬래버레이션(협업) 공연을 올해 라인업으로 준비했다.

김 대표는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해 관객의 저변을 확대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려고 한다. 정동예술단의 공식 창단 무대인 '시나위, 몽'을 5월에 올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된 상태"라며 "정동예술단이 어떤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갈 것인지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 다양한 무대를 관객에게 선보이기 위한 극장 증축공사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정동극장은 300석짜리의 공연장 하나만 소유하고 있는 상태로, 그동안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기에는 환경적 제한이 컸다. 김 대표는 재건축을 통해 600석짜리 공연장 등을 확보해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동극장 대표로 취임한 이후 두 가지를 예고했습니다. 상설공연의 중단과 극장 본연의 역할 회복이었죠. 폐쇄적이었던, 전통무용만을 위한 공연장이 아닌 '우리의 공연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동극장의 재건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올해 라인업 중 하나인 뮤지컬 '아랑가'는 김 대표가 정동극장 최초로 빗장을 풀고 민간 기획사와 공동기획한 작품이다.
[서울=뉴시스] 정동극장 외관. (사진 = 정동극장 제공) 2020.01.1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동극장 외관. (사진 = 정동극장 제공) 2020.01.16. [email protected]


9월에 관객을 찾을 정동예술단의 창단 기념작 '시나위, 夢(몽)'은 양식적으로는 파격적 형식을 시도한다. 영상미를 극대화한 과감한 무대 연출을 선보이며, 빔 프로젝터 5대를 활용해 무대 3면에 영상을 투사해 새로운 공간을 연출한다.

김 대표는 "공연계에서 정동의 변화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정동에 서겠다고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면서 "10월에는 발레리나 김주원이 출연하는 무용극을 올릴 예정이고, 연말에는 송승환 PMC프로덕션 예술총감독과 연극에 들어간다"고 부연했다.

이어 "내년에는 금난새 선생님을 모시고 오케스트라 무대도 선보일 계획이다. 세종문화회관의 '천원의 행복-온쉼표' 같은 관객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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