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애도 속 야권 "고통 받은 피해자 입장도" 규명 촉구

주호영 "언행 유의해 달라" 당부에도 비판 목소리

"박 시장 장례,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를 사안 아냐"

"비서가 명예와 인생을 걸고 고발한 것은 눈 감나"

정의당 류호정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울=뉴시스]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2020.07.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서진 기자 = 정치권이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 일각에서는 "성추행으로 고통받은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날 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당 내 의원들에 "언행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하는 문자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이 박 시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사건이 공소장 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호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해석이다.

울산시장을 역임했던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고 유족들에게는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 올린다"면서도 "다만 지난 성추행 피해의 고통도 모자라 고인의 죽음에 대한 고통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될 피해자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세상이 고인의 죽음을 위로하고 그의 치적 만을 얘기하는 동안 피해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거친 폭력을 홀로 감내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이에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를 치러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과는 별개로,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주길 바란다"며 "피해자에게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이자 의무"라고 덧붙였다.

한기호 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인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경찰의 발표를 들으며 기가 막힌다. 지킬 명예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여비서가 자신의 명예뿐 아니라 인생을 걸고 고발한 것은 눈 감나"라고 힐난했다.

한 의원은 "얼마나 서울시민에게 수치스럽고 비윤리적인지 고인이 더 잘 알기 때문에 자살을 택하지 않았나"라며 "서울 시장 3선을 한 공인이었기에 고발건에 대해서도 진상을 밝히고 사인도 밝혀야 하며 시민장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오늘 아침 새벽에 그렇게 발견되었다고 하는 소식을 듣고 아직도 정리가 잘 안 된다"면서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경우처럼 현역 광역단체장들이 이런 일로 인해서 중간에 그만 두는 상황이 벌어져서 시민들이 굉장히 실망을 했다"고 언급했다.

조 의원은 이어 "내용이 조금 더 밝혀져야 할 사안이기는 하지만 저는 평생을 공직자로 살았고, 또 지도자로 살았고, 현재로 광역단체장으로 있던 분들이 왜 그런 부분에서 관리가 스스로 안 됐을까 하는 부분이 이해가 안 됐다"며 "그게(성추행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게 된다면 전체적으로 진단과 반성, 국민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입장을 전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도 KBS 라디오 '김경래에 최강시사'에서 "고인의 어떤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깊게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그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혀져야 하지 않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사무실에서 열린 기본소득당 예방 자리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2020.06.17.  [email protected]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에서는 박 시장을 고발한 비서를 '당신'으로 지칭하며 위로의 뜻을 표했다. 

류호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히며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위로를 건넸다.

류 의원은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영화 '굿 윌 헌팅' 속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대사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의당의 5대 우선입법과제 중 '성범죄 처벌 강화를 위한 형법 개정'을 맡았다"며 "강간죄의 구성요건에 위계와 위력, 상대방의 동의 여부를 추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가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 5일장으로 치뤄 조문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10일 오후 4시 기준 10만명을 넘었다.

현재 여권 인사들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박 시장의 빈소를 줄지어 찾고 있다. 민주당은 박 시장에 대한 조의를 표하면서도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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