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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애워싼 시민 조문행렬…"미우나 고우나 마지막 가는 길은 봐야지"

등록 2020.07.12 17: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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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울도서관 앞 시민분향소 설치해

방명록 작성 시 오열하며 애도하는 시민도

오후 5시 기준 1만6080여 명 방문해 조문

조문객 줄 서울시청 청사 외곽으로 둘러싸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시민들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2020.07.12.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시민들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20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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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슬기 기자 = "미우나 고우나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인데 어째. 미워도 마지막 가는 길은 봐야 내가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내 마음 편하자고 왔어."

12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만난 고정순(72·여) 할머니는 자신의 가슴을 치며 조문을 온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아침 대전에서 출발했다는 할머니는 박 시장의 영면을 기원하며 연신 손에 염주를 한알 한알 세고 있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기도문을 입으로 외우던 할머니는 "뉴스에서 봤어 박원순 시장 고소했다는 것. 근데 박원순이를 내가 정치인 중에 제일 좋아해"라며 "미우나 고우나 내 시장님인데 마지막 길은 봐야지"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마스크가 불편했는지 코 밑으로 조금 내리며 "사람사는 거 다 똑같아 결국은 다 똑같이 가는 건데 가는 길 좀 좋게 배웅해주면 좋겠어"라며 "정치인들끼리 이걸 두고 조문을 오냐 안오냐 하는 게 얼마나 볼썽사나운지 몰라"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시민들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조문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0.07.12.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시민들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조문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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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부터 공식조문이 시작된 서울시청 앞 시민분향소에는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오후 1시께가 넘어서자 분향소 줄은 서울시청 청사 외곽을 애워쌀 정도로 길게 늘어섰다. 조문객들 역시 2시간을 기다려야만 분향소에서 조문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시민분향소 누적 조문객은 1만6080여 명으로 집계됐다. 박 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7000여 명이 조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얀 국화꽃 사이에 박 시장이 자리한 분향소 재단은 폭 9m, 높이 5m로 마련됐다. 재단 오른쪽으로는 신원철 서울시의회 국회의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조문 온 시민들을 맞으며 분향소를 지켰다. 이날 오전에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김용석, 권영희, 노식래 의원 등을 포함해 6~7명 정도가 시민들을 맞이했다.

일반 시민들은 7~8명씩만 분향소에 입장한 후 묵념을 하며 박 시장을 추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헌화는 생략됐다. 모든 조문객들은 분향소 입장 전 발열체크와 손 소독을 해야 조문이 가능했다.

덤덤한 표정으로 조문 차례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묵념한 뒤 영정 사진 속 박 시장과 마주하자 감정이 북받친듯 오열하기도 했다.

강북구 삼양동에서 왔다는 김채원(27·여)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계속 훔치며 "우리동네에 왔던 박 시장님을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흐느꼈다.

김씨는 "죽은자는 말이 없으니 (성추행 의혹에 대한) 박 시장의 이야긴 들을 수 없지만, 나는 박 시장님이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그곳에선 편안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0대 노모와 함께 추모하기 위해 왔다는 구모(50대)씨는 "성추행을 했는지 안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사람이 죽었으니 추모를 해야 하는 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가"라며 "다음 대통령으로는 박 시장이 나오면 뽑으려고 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경기도 양평에서 왔다는 양모(48·여)씨는 "나도 딸을 키우는 부모로 피해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심정적으로 이해는 간다"면서도 "그래도 박 시장을 추모해주고 싶은 마음에 왔다. 하늘에서 평안했으면 좋겠다"고 박 시장의 영면을 기원했다.

이날 분향소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박원순 시장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조문한 뒤 인적사항과 방명록 등을 작성하는 시민들 중 일부는 흐느끼며 주저앉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박 시장의 영정사진이 놓인 분향소 재단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자리를 뜨지 못하기도 했다.

조문을 한 뒤 아이를 안은 채 3분 정도 물끄러미 박 시장의 영정을 보던 최세진(30대)씨는 "죽음이 허망하다. 허망해"라며 "이렇게 허망하게 가실거였는데, 그렇게 그동안 힘들게 사셨나 싶어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방명록에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해요'라고 적던 고등학생 이연지(19·여)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조문을 온 것"이라며 "내 기억속에 있는 서울시장은 박원순 시장님 밖에 없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어셨다 하니 마음이 아파 가는 길을 배웅하고 싶어 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한 시민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 앞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뤄지는 것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던 중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2020.07.12.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한 시민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 앞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뤄지는 것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던 중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있다. 202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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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들은 차분히 비교적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차례를 기다렸다. 다만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두고 이를 비판하는 보수성향 단체들과 유튜버 등의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져 이를 저지하는 조문객들과 일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반대하는 한 시민은 "박원순의 미투 자살을 의인(義人)화 하지 말라. 국민혈세 5일간 낭비하는 서울특별시장(葬)을 반대한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면서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박 시장의 장례는 현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박 시장의 영결식은 오는 13일 오전 7시30분 발인 후 서울시청에서 유족, 서울시 관계자 등 100여 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오전 8시30분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이후 오전 9시20분 추모공원으로 출발해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진행한다.

이후 박 시장은 고향이자 선산이 있는 경남 창녕 선영에 묻힐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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